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위혜정 Nov 11. 2023

꿈이 현실이 되는 마법

기대하며 상상하기

린드 아주머니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런 실망도 하지 않으니 다행이지'라고 말씀하셨어요. 하지만 저는 실망하는 것보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게 더 나쁘다고 생각해요.

- 빨간 머리 앤


기대감, 상상력, 꿈.  

누구에게나 허락된, 그렇다고 아무나 갖지 못하는 무형의 실체다. 잡히지 않는 것을 잡으려면,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필요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믿음이다. 긍정의 믿음, 그것은 기대감이고 상상력이며 꿈이다.


첫 영어필사를 시작할 때, 몇 명의 선생님들과 그저 영어 원문을 그대로 옮겨 적는 것이 다였다. 그래도 좋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만의 영어필사법, 나에게 맞는 법을 찾아갔다. 경험의 확장성이다. 혼자서 원서를 천천히 읽고 필사하며 단어 정리, 샛길 정보를 검색 보면서 짧은 본문에 오롯이  머물렀다. 등장인물들의 삶에 깊숙이 들어가 나의 삶을 조명할 때 사유의 열매들이 맺히 글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읽는 것이 글로 연결된 것이다. 그 경험이 쌓여가면서 누군가와 나누고 싶었다. 매일 함께하는 학생들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경험은 주관적인 것인데 무슨 용기였는지 무턱대고 학생들을 영어 필사의 세계로 초대.


다행히 아이들이 성실하게 따라와 주었고 피드백 역시 예상외로  좋았다. 학교 수업 준비 외에 혹은 정규 학기 외 방학 때도 따로 시간을 뺐다. 영시, 명언 등 영어로 된 텍스트를 여기저기서 찾 영어책을 일일이 번역해 주는 작업에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야 했지만 그리 힘들지 않았다. 단지, 짧은 호흡으로 필사할 마땅한 책이 없는 것이 아쉬웠다. 연속성 있게 책 하나로 필사를 하고 싶어서였다. 


불현듯 시중에  원하는 책이 없다면 직접 써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순식간에 목표가 생겼다. 언젠가 누군가와 내 책으로 함께 필사할 날을 머릿속에 그렸다. 상상을 하다 보니 분에 넘치게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벌써 3권째 영어 필사책이 출간되다니.


2년간 학생들과 영어 필사를 하면서 막연하게 또 다른 꿈을 꾸었다. 언젠가는 청소년이 아닌, 성인들과도 출간책으로 필사를 함께 해보면 좋겠다 싶었다. 사실, 도가 넘치는 상상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지금, 예상치 못하게  꿈이 실현되고 있다. 시기도 훨씬 앞당겨졌다.  던져본 제안에 감사하게 반응해 주신 분들과 영어 필사팀을 꾸렸다. 얼마 전 새로 나온 <어린 왕자: 하루 10분 100일의 영어 필사> 책으로 100일간의 필사 여정을 시작했다. 매일 같은 텍스트를 필사하고 서로의 다른 생각을 나누는 시간 풍성하다. 마음을 나누고, 생각을 나누고, 삶을 나눈다. 아침마다 단톡에 올라오는 글을 읽을 때면 가슴이 뭉클하다. 두루뭉술 품었던 꿈도 이루어지다니. 


이런 복을 누리 난, 행복한 사람이다. 따라올 실망이 두려워서 기대를 하지 않았다면 품지 못했을 기쁨이다. 단톡방에서 한 선생님 "인생은 B(Birth)D(Death) 사이의 C(Choice)" 올려 주셨다. 곱씹을수록 정답이다. 생과 사의 과정 속에 우리는 수많은 선택을 한다. 선택의 합이 현재의 나이다. 과거에 기대하고 꿈꾸던 것들의 합이 현재이다. 선택권을 쥐고 있는 당사자 역시 다름 아닌 나이다. 기대하고 상상하며 꿈꾸는 것을 두려워 말고 선택한다면, 실현되는 꿈의 개수가 쌓여가는 경험을 선물로 받게 된다. 그 짜릿함과 충만함은 중독성 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빨간 머리 앤처럼 기대하며 꿈꾸는 것을 선택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