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우리 엄마
엄마가 오셨다. 이사를 도와주시고 집으로 가신지 2주가 채 지나지 않았는데 다시 오셨다. 남편은 서울에 볼일이 있어서 갔고 나는 아직 이곳에 홀로 아이와 함께 지내기엔 조금 무서워서 엄마에게 다시 sos를 쳤다.
엄마가 오신다고 해서 오늘 저녁엔 갈치를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니 사실은 엄마가 구워주는 갈치가 먹고 싶었다.
엄마는 이번에도 반찬을 가득 가져오셨다. 트렁크를 찾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그냥 배낭을 가져오셨는데 집으로 들어갈 때 도와드린다고 들었다가 손목이 부러지는 줄 알았다. 그 정도로 무거웠다. 저렇게 무거운 배낭을 어떻게 짊어지고 오신 거지?
그곳엔 엄마의 사랑이 담겨있었다.
배낭 속엔 온통, 오로지 먹을 것만 들어있었다. 엊그제 담가서 가져오신 갓 만든 김치(나는 겉절이가 너무도 좋다. 밥맛이 돈다), 그리고 여러 가지 밑반찬. 지난번 가져와주신 반찬으로 반찬가게 한번 가지 않고 여태 먹었는데, 나는 또 이렇게 반찬을 득템 하였다! 반찬뿐만 아니라 어쩌면 사과, 감까지 이렇게 많이 들고 오신 걸까? 요술 배낭을 메고 오신 줄 알았다. 가져오신 것이 나오고 나오고 끊임없이 나왔다.
"엄마 파 좀 있으면 가져와주세요" 엄마는 요새 작은 밭에서 소일 삼아 농사를 지신다. 처음엔 소일거리인 줄 알았는데 안 키우는 야채가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했다. 지난번 엄마가 가져와주신 호박, 가지, 파로 풍족하게 먹었는데 파가 떨어져서 생각이 났다. 나는 요리할 때 의외로 파를 많이 쓰더라.
저녁은 내가 사놓고 엄마가 바삭하게 구워주신 갈치와 엄마가 만들어 가져오신 밑반찬으로 차려졌다. 엄마는 밥을 복스럽게도 먹는다. 나는 이 집에 이사 와서 한 번도 배부르게 밥을 먹어본 적이 없는데(왜 그랬을까?) 엄마와 먹는 밥은 너무도 맛있어서 평소에 먹는 양의 2배를 순식간에 먹었다.
엄마는 엄마가 와서 너무 좋아
"엄마가 오니 밥맛이 아주 꿀맛이야" "엄마가 와서 너무 좋아" 나의 계속되는 엄마의 칭찬에 아이가 물었다.
"엄마! 할머니 와서 집에 와서 너무 좋아?" "응 너무 좋아" 아이는 또 "왜 좋아?" "너도 엄마가 좋지? 나도 우리 엄마가 너무 좋아" 하고 말했다. 가끔 아이가 날 너무 좋아해서 내가 뭘 그렇게 좋냐고 생각할 때가 있는데 이제는 안다. 왜 이렇게 엄마가 좋은지, 보고 또 봐도 너무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안다.
아이를 재우고 엄마와 함께 소파에 앉았다. 엄마는 성경을 읽고 나는 책을 읽었다. 성경 책을 다 읽은 엄마는 책을 한 권 읽는다고 달라고 하셨다. 나는 엄마에게 '엄마도 엄마를 사랑했으면 좋겠어'라는 제목의 책을 건네드렸다. 작가가 쓴 엄마 이야기라 엄마가 공감할 수 있을 것만 같아서, 그렇게 책을 함께 읽다가 엄마와 함께 보고 싶은 드라마가 있어서 1화를 보여드렸다. 그런데 엄마는 채 10분이 지나지 않아 드라마를 보면서 꾸벅꾸벅 조셨다. 갑자기 어릴 적 엄마의 모습이 떠올랐다. 저녁을 맛있게 차려주시고 설거지까지 말끔하게 하시고 엄마는 바닥에 티브이를 본다고 누워계셨다. 그리고 정작 중요한 드라마가 하는 시간에 엄마는 거의 졸고 계셨다. 드라마는 보고 싶고, 몸은 피곤하고. 엄마도 엄마의 눈꺼풀을 이길 수 없었으리라.
오늘 공항에서 집으로 막 도착한 엄마와 정원에서 테니스를 쳤다. 엄마랑 걷기 운동은 참 많이 했는데 이렇게 배드민턴을 쳐보긴 처음이다. 엄마는 13살에 배드민턴을 쳐 본 이후로 오늘이 처음이라고 소녀처럼 즐거워하셨다. 우린 한참을 셔틀콕을 주고받으며 재밌는 오후를 보낼 수 있었다. 엄마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제주도에 이사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오늘이 아니었으면 우리가 언제 배드민턴 공 쳐봤겠어(이건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이다)라고 생각했다. 제주도의 옆집에 엄마가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엄마 옆집에 꼭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