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제주낭만

할로윈에 진심이구나

10월 31일, 제주에서는

by Blair

매년 10월 31일, 언제부터 우리에게 이렇게, 이토록 특별한 날이 되었을까. 할로윈 데이가 대체 언제부터 우리나라의 큰 이벤트로 자리 잡았을까? 이 코로나 상황에도, 서울 이태원에서는 할로윈 데이를 맞이하여 젊은이들이 변장하고 나타나 발 디딜 공간 없이 붐비고 있는 사진을 보았다. 아, 모두 할로윈 데이에 진심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Happy Halloween


물론 나 또한 육지에서 할로윈데이는 아이가 생기며 특별해졌다. 아이가 다니던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는 특별한 코스튬을 입혀서 등원을 하길 원했고, 호박 바구니를 준비해 오라는 곳도 있었고, 유치원 친구들에게 줄 사탕이나 초콜릿도 가득 준비해오라고 했다. 때로는 부모님이 직접 할로윈 데이에 참여해서 사탕을 나눠주기도 했다. 아이가 어릴 때는 공주옷을 입혀서 보냈고 이제 아이가 크니 자긴 'witch'로 변신하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너는 할로윈의 진짜 유래가 뭔 줄 알기는 할까?


올해 아이는 할로윈 데이를 한 달 동안 기다렸다. 무려 한 달이다! 10월 내내. 그날이 다가올수록 어떤 분장을 해볼까, 어떤 의상을 입을까, 사탕을 얼마나 많이 받을까? 즐거워하는 모습이 귀엽긴 했다. 할로윈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재밌는 이벤트 날로 그냥 즐겁게 보내면 된다.








정작 이런 내가 진짜 할로윈데이를 처음 겪어본 것은 20대 초반 캐나다에 어학연수를 갔을 때였다. 곳곳의 집에 장식된 어마어마한 할로윈 장식을 보며 대단하다 싶었다.(물론 그 이후 크리스마스 장식은 더 대단했지만) 우리도 그날이 얼마나 재밌었는지! 어학원에서도 종일 할로윈데이 이벤트로 즐거웠다. 그날 저녁에는 우리도 가볍게 분장을 하고 각 집마다 돌아다니며 'Trick or Treat'을 외치며 사탕, 초콜렛 한가득 받아와 한 달 내내 원 없이 먹은 기억이 있다. 다시 생각해도 너무도 즐거웠고 소중한 추억이기 때문에 여섯 살 꼬맹이의 흥분도 이해는 된다.




9-1.jpg 허브동산 할로윈 포토존



Trick or Treat





그러나 부모가 된 이후로 우리에게 할로윈 데이는 부담으로 다가왔다. 할로윈이 다가올수록 제주도에서 어디로 가야 즐거울까? 어떻게 지내야 재밌을까 고민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서울에 있었다면 아이를 할로윈 의상을 입혀서 사탕 초콜릿 가득 들려서 유치원으로 들려 보내면 되었겠지만 제주도에서는 달랐다. 하필 지금 아이가 잠시 임시방편으로 다니고 있는 유치원에서는 할로윈 이벤트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었다. 우리가 올해 너의 할로윈을 책임져야 된다고 생각을 했다. 일단 가장 먼저 한 일은 할로윈 장식이 파는 샵을 들리는 일이었다. 그곳에서 아이가 원하는 장식을 몇 개 샀다. 그리고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장식과 함께 집을 꾸몄다. 작년부터 조금씩 사놓은 장식에 몇 개 더 추가하니 양이 꽤 많아졌다. 아이와 함께 구도를 잡고 창문에 멋지게 꾸몄다. 그리고 아이는 종이에 해피 할로윈 글씨를 써서 붙이기도 하고 부족한 부분에 유령이나 거미줄을 그려서 꾸미는 등, 할로윈 집 꾸미기에 최선을 다했다. 아이와 함께 할로윈을 기다리는 그 순간은 참 즐거웠다.


대망의 할로윈 데이! 나의 마음속엔 그냥 옆집, 앞집, 뒷집을 두드리며 Trick or Treat을 외치며 사탕을 받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분들은 '할로윈 데이'가 무슨 날인지는 아실까? 제주에서 내가 사는 마을엔 젊은 사람보다 부모님 연배의 어르신들이 살고 계신다. 내가 사탕과 초콜릿을 나눠줘야 할 노릇인데 당연히 이상하다 싶다. 혹은 이렇게 이사 온 것을 알려드려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천은 못했다)







우린 제주시를 벗어나 멀리 할로윈 데이를 위해 떠났다. 표선면에 위치하고 있는 '허브동산'에서는 귀신의 숲이 꾸며져 있다고 했다. 그리고 핑크 뮬리도 너무 예쁘게 피어있다고 했다. 가을과 할로윈을 동시에 즐기기 딱 좋은 곳이라 생각되어 그곳으로 떠났다. '귀신의 숲'이라니 너무 무서울 것 같은데 아이는 빨리 들어가 보고 싶다고 성화다. 원래 숨의 터널과 곶자왈인 곳을 호박과 귀신의 숲으로 꾸며놨다. 그렇게 긴 거리는 아닌데 해골, 귀신 등등으로 장식된 것들이 꽤나 무서웠다. 아이는 너무 무서운 나머지 혼자 걷지도 못해서 아이 아빠가 안고 걸어갔다 왔다. 이렇게 무섭고 기괴한 것이 진짜 할로윈인데 라고 생각했고 아이에게도 알려줬다. 그래도 아이는 할로윈에 대해 실망하지 않았다. 어디에서 trick or treat을 하고 사탕을 받을 수 있냐고 더 성화다. 그는 끝내 허브동산 입구로 가서 받고야 말았다. 사탕과 초콜릿을 받은 아이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올해 할로윈 데이도 잘 끝났다. 성공적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무사히 지나간 듯싶다. 오늘 아이에게 할로윈 데이는 어땠을까? 이왕이면 친구들도 많고, 사탕 초콜릿도 더 듬뿍 받았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은 어쩔 수 없겠지. 앞으로 얼마나 할로윈 데이를 즐거워하고, 손꼽아 그날을 기다릴지는 모르겠다. 단지 우리가 제주도에 와서 처음으로 지낸 특별한 날의 하루였으니 의미 있는 날로 기억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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