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제주낭만

섬에서도 학원을 다녀야 한다니!

제주시 6살의 고된 일상

by Blair



'사고력은 책상 앞에 앉아서 하는 공부만으로 키워지는 게 아니다. 주변의 사물과 현상을 유심히 관찰하고 호기심을 키우는 게 다 공부다. 그러기 위해서는 직접 경험을 주어야 한다.'


우리 아이 수학 영재 만들기 / 88페이지/ 전평국








나는 어제 6살 아이 손을 이끌고 제주 시내에 있는 유명한 브랜드의 사고력 학원에 데려갔다. 그곳을 입학하기 위해 레벨테스트를 보기 위해서였다. 서울에서부터 워낙 소문으로 들어 유명한 학원이라는 것을 알았고, 제주에도 다행히도 같은 학원이 브랜치로 있었다. 서울에서도 이 사고력 학원을 가기 위해선 레벨테스트를 봐야 하고 그리고 그 레벨테스트 점수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입학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익히 주위 엄마들에게 들어 이 또한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제주에서는 조금 수월하겠지? 싶은 마음이었다.


제주도에 내려온 후 유치원에도 가지 않고 우리와 열심히 놀던 아이는 매일 조금 더 재밌는 것을 찾았고 점점 지쳐 가는 아빠, 엄마에겐 아주 약간의 자유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아이를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클래스에 넣어놓고 잠시 휴식을 취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겨우 데려간 곳은? 바로 사고력 학원이다. 이왕 클래스에 넣을 것이니 학습을 하는 클래스가 먼저 떠올랐다. 그리고 연이어 그렇다면 사고력을 키워주는 학원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제주에서 사고력 키우기, 어때 그럴듯해 보이지 않는가?





제주도에서 웬 사고력 학원이냐고?




아이를 낳게 되며 아이가 커갈수록 '사고력을 키워주는 것'에 대한 나의 로망이 있었다. 그 어떤 부모라도 다 아이를 갖게 되면 교육에 대한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초보 부모의 부족함은 여기에서 드러난다. "역시 사고력은 학원이지!" "네? 뭐라고요?!" 20년 후 지금을 돌아보면 웃을 노릇이겠지만 우리에겐 아니 적어도 엄마인 나에겐 아이에게 가장 빠르고 쉽게 사고력을 키워주기 위해선 역시 사고력 학원을 보내는 것이 좋겠다는 단순한 생각을 했다.


결국 아이는 레벨테스트를 봤다. 사실 생각지도 않게 레벨테스트의 결과도 너무 좋았다. (알고 보면 우리 아이는 천재였을까?) 그런데 나는 아이를 학원에 보낼 수 없었다. 그것의 이유는 '아빠의 반대'였다. 아빠는 도시에서 늘 유치원을 오가며 바쁘게 지내던 아이의 삶에 대해 늘 의문이었고, 제주도까지 와서 사고력 학원에 보내자는 엄마가 답답해 보였을 것이다.


나도 아빠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도시에서의 아이 삶은 너무 바빴다. 매일 유치원에 다녔던 아이는 9시에 등원해서 4시에 하원 했다. 그리고 하원 후 2시간 정도를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노는 낙으로 하루하루를 살았다. 그래도 우리 아이는 별로 바쁘고 힘든 것도 아니었다. 6살 아이의 친구 중엔 유치원 하원 후, 방과 후 영어학원은 필수, 미술학원, 피아노, 태권도, 때론 학습지 선생님까지. 마음 편히 놀이터에서 노는 날은 하루도 채 되지 않았다. 6살 아이 친구들의 하루 일과는 어른인 우리보다도 바빠 보였다. 우리도 학원을 보내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것도 아이가 너무도 간절히 '학원'을 다니고 싶어 해서 미술학원을 주 1회 보냈었는데, 아이 친구들의 엄마는 그런 우리 부부를 되려 신기해했다. 종종 그 엄마들에게 듣는 이야기가 있었다. "ㅇㅇ엄마는 안 불안해요? " "첫째 애 엄마치고 정말 아무것도 안 시키니 신기하네".



그런 측에 속하던 우리가 제주도에 온 이유는 '더 열심히 놀려고'였다. 아이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고, 체험하고, 서울 도심에서는 할 수 없는 것을 전부 해주고 싶었다. 유아기 아이에게는 '놀이'가 무엇보다 중요하니까. 나도 최초의 마음은 그러했다. 정말 진심이었다.






그런데 제주도에서 고작 6살짜리 손을 잡고 간 곳이 사고력 학원이라니!









하지만 사실 도시에 살다 보면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곳에 물들게 된다. 아이를 통해 만나게 되는 엄마들에게 듣는 고급 정보들을 듣다 보면 나는 '아이에게 무엇을 해주고 있나' 반성하게 되고, 그 아이들이 하는 활동들을 보며 '우리 아이가 뒤쳐지진 않을까?' 불안해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제주도에 와서 '사고력 학원'을 가장 먼저 손 잡고 간 것도 그 마음이 나도 모르게 나타난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막상 제주도에 와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쌩으로 노는 아이를 보면 가끔은 불안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적어도 여기선 엄마들의 고급 정보에 휘둘리며 아이를 학원에 보내지 않아도 돼서 다행인 것 같다. 이번에 나도 모르게 아이를 데리고 학원을 간 것을 반성해본다. 이 기회를 통해 앞으로도 우리가 정한 아이에 대한 교육철학이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처럼 충분히 신나게 뛰어놀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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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크는 아이를 바라보며, 여전히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불안해할 때가 많다. 그러나 나는 제주에서만큼은 이 보이지 않는 것을 믿으며 전진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이는 우리에게 사랑을 듬뿍 받고, 좋은 환경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는 것을 잘 느껴보고 싶다. 그리고 적어도 이곳에서 만큼은 나의 소신대로 살고 싶다. 누군가의 말에 쉽게 좌지우지되지 않도록 아주 단단한 마음을 만들며 지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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