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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Apr 03. 2022

일상의 단상

겨울과 봄 사이에서 


4월이 되었다. 그런데 아직도 밤이 되면 따뜻한 차를 마시려고 물을 끓여야 한다. 지천에는 꽃이 가득 피었는데 아직도 이렇게나 춥다니 이해가 가지 않는다. 딱 이 시기 환절기에는 매번 목감기가 걸리곤 해서 유자차, 모과차, 아니면 보리차라도 끊임없이 마셔야 한다. 따뜻한 것을 마셔야 감기가 절대 오지 못한다(코로나가 아니라 다행인 건가) 그러나 결국 아이는 감기에 걸렸다. 



여전히 나는 플리스 아우터도, 수면양말도 벗지 못하고 그 위에 담요까지 덮고 앉아있다. 그런데 재밌게도 정원은 풀이 한여름처럼 가득 자랐다. 어제 정원 가득 자란 잡초를 뽑다가 팔에 알이 배었다. 실외는 이미 여름이고 실내는 아직도 한겨울이다. 봄에는 꼭 집안의 온도보다 바깥의 온도가 따뜻할 때가 있다. 그래서 어제는 바깥에서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을 맞이하려고 창문을 한참 열어놓았다. 



오늘도 우리 집은 보일러를 가동 중이다. 보일러를 켜고 30분 정도가 지나면 거실 바닥부터 따뜻해져 온다. 방안에서는 아이가 자고 있다. 그 방에는 아직 전기 히터를 끄지 못했다. 방안까지 따뜻해지려면 족히 2~3시간은 보일러가 가동되어야 된다. 그러기엔 등유 가격이 너무 올랐다. 체감상 처음 등유 넣었을 때 보다 2배의 가격이 오른 것 같다(실제로 같은 돈으로 등유를 넣었을 때 2/3정만 채워진다).



겨울에는 등유 값을 걱정했고 봄이 되니 정원의 잡초가 문제다.







책과 넷플릭스 사이를 오간다. 어떤 날은 책이 너무 흥미로워서 읽고 또 읽고 한다. 그러다 어떤 날은 넷플릭스를 틀었다가 보고 또 보고, 또 보고 연이어 보다가 끊을 수가 없어서 결국 바느질까지 시작했다. 넷플릭스를 얼마나 열심히 봤는지 프랑스 자수 작품을 만드는데 가속도가 붙었다. 점점 넷플릭스를 시청하는 시간이  책을 보는 양을 능가하고 있다. 넷플릭스를 보며 책을 읽을 수는 없을까? 생각해본다.



바느질하며 넷플릭스 보면서 와인까지 마시면 기분이 최고로 좋아진다. 참고로 와인 마시며 책을 보다 보면 아이디어가 잘 샘솟는달까. 종종 마시는 와인은 내게 만병통치약 느낌인데, 남편은 와인이 맛이 없다 혹은 잘 모르겠다면서 내일 마시려고 남겨놓은 와인을 다 마셔버린다. 그리고 나선 와인이 아니라 막걸리를 사다 놓는다. 종종 날 위해 술을 사다 놓고는 하는데 먹으려고 보면 이미 다 마시고 없다. 술을 사 왔다고 말이나 말던지, 왜 그러는 걸까? 



그런데 어제 남편이 사다 놓은 막걸리를 나에게 한 잔 나눠줬는데 깜짝 놀랐다. 너무 맛있어서... 그래서 자꾸 막걸리를 사 오는 걸까? 어디서 이렇게 맛있는 막걸리를 사 온 거지? 자꾸 와인보다 막걸리가 생각나는 게 참 이상하다. 










우리 집 고양이만 점심시간, 저녁시간이면 창가에 앉아서 기다리는 줄 알았는데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저녁을 먹고 동네를 산책하다가 깜짝 놀랐다. 집 앞에 고양이 두 마리가 앉아있는 곳도 있고,  한 마리가 앉아있는 집도 있었고 그것도 못 기다리고 쓰레기장에 앉아있는 고양이도 만났다. 마치 식사시간이라는 것을 아는지 다소곳하게 앉아있었다. 다음날 설마 비 오는 날에는 없겠지? 하면서 산책을 하는데 대문 앞 지붕 밑에 옹기종기 앉아있어서 다시 한번 놀랬다. 



오늘따라 우리가 저녁 먹는 것을 기다리다가 지쳐서 가버린 우리 집 고양이. 다시 저녁을 먹으러 오길 기다리다가 곧 해가 질 것 같아서 내가 먼저 산책을 나갔다. 우리 집을 거쳐서 집으로 오는 길에 바로 옆에 있는 농장을 기웃거리던 우리 집 고양이를 발견했다. 나는 내지도 못하는 고양이 소리를 내면서 고양이를 우리 집으로 불러서 저녁을 먹였다. 이미 껌껌해진 밖에서 허겁지겁 밥을 먹는 너를 보니 자꾸만 짠해서 편히 먹으라고 창문을 닫아주었다. 잠시 후 나가보니 난리가 난 밥그릇 옆에 남겨진 잔재들.. 왜 그랬어. 조금만 깨끗하게 먹어주지 그랬어. 그래도 그때까지는 먹이라도 줄 수 있으니 다행이었다. 





집 나간 고양이를 찾습니다.





며칠 후 갑자기 우리 집 고양이가 사라져 버렸다. 두 달 넘게 낮밤으로 음식을 챙겨줬는데 갑자기 보이지 않으니 마음이 허전하다. 날이 따뜻해져서, 이제 몸집이 커져서 새로운 집을 찾아 떠나간 거라면 다행인데, 혹여나 아기를 낳으러 간 건 아닐까 걱정도 되고, 혹시나 무슨 나쁜 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걱정되는 마음이다. 고양아 어디 갔니... 떠난다고 말이라도 해주고 갔으면 좋으련만 이미 정을 듬뿍 줘버렸네. 섭섭한 마음을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일상에 일어나는 사소한 일들과 생각을 기록으로 남겨놓고 싶었다. 아주 가끔 별 생각없을 때가 있고, 거의 모든 시간을 생각을 그만하고 싶어도 멈출 수가 없다. 나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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