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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May 12. 2022

더러워 보이지만 사실 깨끗해

청소

오늘은 집에 손님이 오신다. 원래 우리 집에 이렇게 손님이 자주 온 적이 있던가? 어찌 되었든 제주로 이사오며 친구들도, 지인들도 그리고 가족들도 놀러 온다. 다들 인사만 하고 가는 것이 아니라 밥도 먹고 잠도 자고 간다. 짧게는 하루, 보통은 2~3일 정도 지내다 간다.



손님이 오시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나 같은 게으름뱅이에게는 너무나 귀찮은 일이기도 하다. 내가 손님을 맞이한다는 것은 정말, 매우, 꽤 (강조) 큰일이다. 때론 손님을 맞이 한 후 며칠을 앓고는 한다. 이게 뭐라고 손님맞이 전후로 그렇게 신경이 쓰이는지 모르겠다. 본래 성격이 조금 예민한 탓이다 어쩔 수 없다.










평소의 나는 청소를 몰아서 하지 않는다, 그냥 되는대로 매일 조금씩 치운다. 이게 한 번에 몽땅 하려니 너무 버거운 일이라 그냥 평소에 집안일을 아주 조금씩 한다. 그래서 그런지 집이 매일 지저분하다. 딱히 정리 정돈되지 않는 느낌이랄까? 원래 있던 자리에 잘 놓고 싶지만 내 물건 외에 아이의 물건은 큰 부피의 것 빼고는 정해진 자리가 없어서 그럴까? 나는 매일 정리를 한다고 하지만, 아이는 매일 하원 후 다시 처음부터 어지른다. 그리고 정리를 하지 않고 자러 간다.  what?!! 그러면 나는 다시 아이를 불러 같이 정리를 하기도 하고, 때론 혼자 정리하고는 하는데 아이 장난감 치우는 일을 6년 정도 하니까 정말 지친다(남은 기간 14년, 생각만 해도 지친다).  


 

종종 남편이 치워주고는 하는데... 분명 아이가 어지른 테이블 위를 싹 치운 것은 맞는데, 그 물건들이 다 같이 모여져 한 곳에 올려져 있다. 이게 정말 치운 걸까?라는 생각이 든다. 암튼 우리 셋은 정리정돈이 꽝이다.





 정돈된 상태의 테이블








매일 청소기를 돌린다. 아침에 아이가 양치할 때라던지, 아니면 숭늉을 끓이고 있을 때라던지 그 잠깐의 시간에 청소기를 샤샥 재빠르게 돌린다. 어찌 보면 눈 가리고 야옹인 수준의 청소이지만, 청소기로 밀고 안 밀고의 차이는 엄청나다. 매일 청소기를 돌리는데 어디서 이렇게 먼지와 잔 쓰레기들이 나오는 건지, 청소기 먼지통을 비울 때면 깜짝깜짝 놀랜다. 그런데 문제는 가로로 되는 집 면적이 넓어서 방까지 청소기의 선이 닿지 않는다. 그래서 어쩔 땐 청소기 선을 빼고 가져와 방까지 밀기도 하고, 보통 찍찍이나 물걸레 등등으로 보일 때마다 청소를 한다. 매번 청소기 선을 바꿔 끼고 청소하는 것이 귀찮아서다.



일주일에 2~3번 정도 마음이 내킬 때나 시간이 많을 때 물걸레로 바닥을 닦는다. 지금 3일째 안 닦지 않고 있다. 그래도 바닥이 어두운 컬러라 그런지 그렇게 표시 나지 않는다(나만 그래 보이나?) 하하하!



그러나 나는 화장실 청소는 매일 한다. 이것은 자주 쓰는 메인 화장실 이야기다. 내가 씻을 때마다 세면대, 변기, 바닥이나 벽 등등을 싸악 한번, 가볍게 청소하고 나온다. 그랬더니 따로 화장실 청소하러 가지 않아도 되었다. 이게 생각보다 괜찮다. 평소에 한 번도 화장실 청소를 안 하다 하루 정해서 청소를 하려면 분명히 하기 싫어질 것이다. 오늘 손님이 오신대서 당분간 나도 2층 방의 화장실을 사용해야 해서, 청소하려고 들어갔는데 너무 더러워서 숨이 멎을뻔했다. 그래서 락스를 듬뿍 붓고 청소를 깨끗하게 했는데 아무래도 그 락스 때문에 머리가 아픈 것 같다.  





우리 집엔 일반쓰레기, 음식쓰레기, 재활용 쓰레기가 절대 쌓이지 않는다. 그것은 남편 담당이기 때문이다. 쓰레기가 쌓일까 무섭게 매일 쓰레기를 버린다. 따로 운동을 하지 않는 남편에게그것이 바로 운동이기 때문이다. 쓰레기를 버리려면 5분 정도 걸어가야 한다. 많고, 다양한 집안일을 하지는 못하지만, 맡은 일은 굉장히 성실하게 하는 남편이다. 다행히도, 내가 제일 싫어하는 집안일이 설거지와 음식쓰레기 버리는 일인데, 남편이 해주고 있으니 다행이다.






집이 이렇게 깨끗하면 얼마나 좋을까



수시로 청소를 한다. 청소를 하는 기분이 들지 않도록 왔다 갔다 하며 하나씩 정리한다. '청소하자' 하면서 청소를 하는 것이 정말 싫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집안일 딱 3가지는 환기, 청소기 밀기, 세탁물 세탁기에 넣기이다(반면 나는 건조기에서 나온 세탁물을 개는 행위는 또 별로다).



참고로 우리 집은 2층이다. 2층에도 거실과 방이 있다. 그런데 2층은 잘 청소하지 않는다. 남편이 쓰는 방은 알아서 청소하며 지내고 있고, 나는 아주 가끔 물걸레 밀대를 가지고 올라가 쓱 밀고 내려올 뿐이다. 예전에는 몸이 부서져라 집안일을 하곤 했지만 이제는 내 체력으로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청소하고 있다. 2층 집을 매일같이 깨끗하게 청소하는 것은 정말 무리다. 그래서 나는 조금 더럽기는 하지만 사실은 깨끗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런데 오늘 손님이 오신다. 손님이 오시는 것은 내가 매일 하던 집안일의 2배, 3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도 이번에 손님이 오셔도 그렇게 힘들지 않은 이유는 '이불세탁'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겨울 이불에서 봄 이불로 바꾼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세탁할 때는 되지 않았다. 가볍게 침대패드, 베개커버 정도 세탁해주면 끝날 것 같다(이 정도면 가벼운 일 맞겠지?)



손님이 오신다고 해도 신경 쓰지 않으면 좋겠지만, 해야 할 일이 자꾸 보이니 할 수밖에 없다. 대신 이번에도 조금씩 몸이 눈치채지 못하게 움직여서 '별로 집안일을 하지 않는 것'처럼 몰래몰래 할 생각이다. 아니면 그냥 우리가 사는 모습 보여줘도 나쁘지 않겠다. 왜냐하면 이번 손님은 시부모님이 오시는 것이기 때문이다(후후, 대반전!!!!)




그럼 오늘 청소도 PEACE !!!








출처



메인사진 : https://pin.it/3eAT5ER

본문사진 : https://pin.it/3eAT5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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