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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Jun 05. 2022

오은영 선생님한테 분명 혼날 텐데...


'Mom is always angry'



한 달 전쯤인가 아이가 가져온 워크북에는 이런 글이 적혀있었다. 그 글을 보기 전에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직접 보니 마음이 또 심란했다. 바로 며칠 전 아이는 차에 타서 아주 조용하게 속삭였다. "엄마 내가 말해줄 게 있는데 화내지 마" 이 말을 듣고 '아니 뭘 내가 그렇게 화를 냈다고?' 생각했지만 아이에게 한껏 인자한 미소를 장착한 채로 "응~ 말해봐"라고 대답했다.


"엄마 내가 책에 mom is always angry라고 적었어"라고 말했다. 그 잠깐의 순간에 '내가 잘못 들은 거겠지? 그 말이 무슨 의미야? 내가 방금 뭘 들은 거지?'라고 생각했다. 정신 차리고 이내 그 말의 뜻을 인지했다. 별로 어렵지도 않은 영어다. 아마 이 정도는 일반 유치원생도 알아들을만한 문장. "우리 엄마는 매일 화를 내요"




What!!!????



아이는 자기가 쓴 그 말이 미안했는지 나에게 사과를 했다(그러면 쓰질 말던지...) 암튼 사과를 한 아이에게 자꾸 꼬치꼬치 물어볼 수도 없고, 또 내가 너에게 뭘 많이 잘못했구나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자꾸만 머릿속에 그 말이 맴돌았다. 결국 그 말을 들은 오후 내내 기분이 저기압이었다. 그날 밤 소주를 까고 싶었던 것은 물론이다.



처음에는 인정을 했다. 내가 화를 많이 낼 때가 있긴 했지. 그런데 점점 더 생각해보고 되돌아볼수록 아니 내가 뭘 그렇게 화를 냈어? 아니 내가 저런 말을 들으려고 엄마가 되었나?라는 마음이 들었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지?



아이를 품고(열 달을 뱃속에 소중하게 품어주고), 키우고(갖은 좋은 것들을 구매해서 키우고), 먹이고(갖은 귀한 것들을 ) 먹이며 키웠는데... 참고로 오늘도 아침에도 한 시간 반 동안 시중을 들면서 아침을 챙겨줬는데!  '나의 노고와 노력은 어디로 간 거지? 왜 , 무엇 때문에 난 이 짓을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뿐이 들지 않았다. 처음에는 우울함, 속상함이 주를 이루었다면 시간이 갈수록 화가 치밀었다.




"나는 지난 몇 년 동안 대체 뭘 위해 산 걸까?"




솔직히 아이에게 절을 받으면서 감사받고 싶다는 마음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내가 이렇게 너에게 잘해줬으니 꼭 나에게 효도해라 이런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내가 낳았으니까, 그리고 난 부모니까 기꺼이 한 것은 맞다. 물론 엄마로서 잘못했던 지난날을 반성하기도 한다. 안다. 내가 아이를 위해서 했던 행동은 사실 나를 위해서 였던 것도 안다.



그래도 아이를 위해 산 날이 6년이다. 그동안 엄마인 나의 시계는 모든 것이 멈춰진 상태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바보가 되었고 대신에 나는 아이가 부서질까, 크지 못할까, 아플까 전전긍긍하며 살았다. 그런데 결국 내가 듣는 소리가 저것이라니! 젠장... 내 6년 돌려줘.










그즈음 너무 속상한 마음에 주위의 친한 친구들에게도 모두 전화해서 물어봤다. "너 애들한테 화 내? 안 내?

친구들이 대답했다. "화내지, 엄청 내지"라고 대답했다.  '그렇지... 나만 화냈던 것 아니었어' 그런데 친구들의 아이들도 우리 딸처럼 엄마를 그렇게 생각할까? 아닐 테다...



설마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에 엄마들이 내는 화 뒤에 우리가 설마 웃어주지도 않고, 칭찬해주지도 않고, 음식도 챙겨 주지 않고, 안아주지 않고, 사랑해주지도 않고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



나는 진짜 맹세코 하루 종일, 계속, 매일 화낸 것이 아니다. 때론 감정의 기복이 컸던 내가 문제일 수 있다. 그래도 always angry라고 하기엔 너무 억울하다.










금쪽같은 내 새끼 , 육아솔루션?





금쪽같은 내 새끼 가끔 보다가 그만뒀다. 아이는 이상한 행동을 보이고 그 잘못의 대부분은 부모의 탓이기도 했다. 볼 때마다 아이들의 이상행동과 부모들의 반성에 한숨이 나왔다. 일부러 부모가 그러지는 않았을 텐데, 그 방송에 나오는 것조차 엄청난 용기를 내고 나오는 것일 텐데. 결국 그들은 오은영 선생님한테 해결방법을 얻었고, 그 아이들은 앞으로 조금씩 변해갈 것이다.



우리 아이? 뭐 자랑은 아니지만 금쪽이 프로그램에 나갈 일은 없을 것 같긴 한데... 행동, 교육, 수면 패턴 거의 완벽하다. 딱 하나... 음식 빼고.. 그런데 그런 애한테 'my mom is always angry'라는 얘기나 듣고 있으니... 나는 아마 오은영 선생님한테 걸리면 엄청 혼날 것이다. 아, 생각만 해도 창피하고 부끄럽다.










부모가 되는 것이 정말 어렵다. 지난 6년 동안 한두 번 느낀 것이 아니다. 내 딴에는 이게 최선인데  '아이의 모든 문제는 다 부모 때문에'라는 이 상황이 너무 부담스럽고 싫다. 충분한 사랑, 좋은 양육환경,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노력은 왜 인정되지 않는 거지?



솔직히 못하겠다.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 더 노력하느니 머리 깎고 비구니가 되어 절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참고로 나의 종교는 기독교이다, 근데 절이 들어가고 싶네.



그만두고 싶다. 회피하고 싶다. 도망가고 싶다. 자유를 찾아 떠나고 싶다. 그동안 내가 했던 애정과 손길이 부담스러운 것이라면 나는 기꺼이 나의 자유를 찾아 가버리고 싶다. 그릇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 엄마이다. 네가 빨리 커서 독립하던지, 내가 당장 밖으로 나가던지 우리 사이에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계속 붙어있는 현실이 너무 냉혹하다.




여기까지 글을 쓰다가 이 정도면 오은영 선생님한테 한 대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앞으로는 엄마 역할을 그만두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냥 조금 지쳐있는 내 마음을 브런치에 표현했을 뿐이다. 엄마가 되는 게 쉬운지 알았냐느니 그런 악플은 보고 싶지 않다.





(언젠가 이 글의 2,3,4 엄마의 고군분투는 계속됩니다)





메인사진 : https://www.pinterest.co.kr/pin/29076371969808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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