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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Jun 21. 2022

선부터 넘지 말고 칭찬부터 해주세요


'좋은 어르신들 잘해드리세요 아이가 보고 자라요'



브런치에 댓글이 달렸다. 이 댓글을 보고 내가 뭘 잘못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글의 제목은 시부모님과 거리두기였고, 아마 나는 그동안 굉장히, 잘 효도하며 살았다는 마음이 내재되어 있었겠지... 그러나 나의 효도는 역시 남이 보기에는 굉장히 부족한 것이었겠지?  



내가 그렇게 잘못했나? 내가 그 글에 시부모님과 조금 거리를 두며 지내겠다고 한 것이 잘못일까?

꼭 이렇다니까... 10번 잘하다 1번 잘못하면 꼭 이렇게 누군가 훈계를 둔다니까. 



설마 내가 서울에서 살때 시부모님을  매주 1번이 아니라 최소 3일은 그리고 제주에서 매달, 아니지 매주 놀러 오라고 했어야 할까? 그러면 난 효도하고 있는 것일까? 그분들께 정말로 잘하고 있는 걸까? 친정부모님에게도 하지 못한 생신상 차려드리기, 매년 효도 여행 가기, 매일 카톡으로 연락드리기 등등은 결코 효도의 측에도 끼지 못하는 거겠지?



물론 나도 안다. 내가 한 효도는 세발의 피라는 것. 당연히 우리가 부모님께 받은 사랑보다 더 잘해드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넘을 수 없는 영역이라는 것을 나도 다. 그래서 우리도 우리 자식에게 그 사랑을 대신 전해 주고 있다(물론 그것은 효도와 별개겠지만) 








 

글쎄 효도라는 게 뭘까? 가까이 살지 못하니 매일 아이 사진을 찍어서 보내드리고, 며칠 전에는 제주로 시댁 친척들이 여행 오셔서 집으로 초대해 식사 대접도 했는데... 내가 해왔던 그 모든 노력은 사라지고, 나는 그 댓글 하나에 마치 '불효자'가 된 기분이었다.



아들은? 그 아들은 시부모님이 오신다고 청소를 했을까. 밥을 차렸을까. 여행 계획을 짰을까? 고작 운전...? 그래서 효도 셀프라는 얘기가 나오는 거겠지?



뭘 얼마나 잘해야 할까? 매일 밥을 차려드려야 할까? 매달 효도여행을 같이 해야 할까? 용돈을 두둑이 드려야 할까? 아니면 모시고 같이 살아야 효도하는 걸까? 글쎄 그 효도라는 게 뭘까... 대체 얼마나 어떻게 해야 '진짜 효도'를 하는 것일까? 차라리 그 댓글에 잘해드리라는 말 대신 '효도하는 방법'을 더 알려주셨으면 고마웠을 텐데... 솔직히 그 댓글단 분의 효도 스토리도 꼭 들어보고 싶은 심정이다.



'뭘 그렇게 삐딱하게 생각하고 그래....' 응. 내가 이렇게 삐뚤어졌다. 솔직히 그 댓글을 보고 '역시 난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겠구나' 어차피 잘해도 욕먹고... 못해도 욕먹고... 결국 효도를 더 잘하라는 소리만 들을 테니 나는 그만둬야겠다. 아무것도 하지 말야겠구나 라는 생각만 들었다.



가끔 사람들이 그냥 내뱉는 말에 너무 화가 난다.

결혼을 한다고 했더니 "왜 그런 사람이랑 결혼해, 잘 생각해봐라"  

결혼을 하고 신혼기간을 길게 두었더니 "왜 아직도 아길 안 가?무슨 문제있어?"

아이 하나를 낳았더니 "둘째는 언제 낳아?, 애는 둘은 있어야지"

이사를 제주로 한다고 했더니 '왜 거기까지 이사가?'

제주도에 더 살까 고민했더니 "아이 초등학교는 서울에서 보내야지? 거기서 어떻게 려고"

거기에 이제는 댓글에도 효도를 강요하다니... 거기에 내 아이가 효도하는 미래까지 걱정하다니... 앞으로 이제 내가 무서워서 글을 쓸 수 있겠나?



위의 내용은 전혀 달라 보이는 내용이지만 내게는 다 비슷한 맥락이다. 사실 이번 댓글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운영하는 블로그에서도 그런 댓글을 여러 번 봐서 내친김에 쓰는 글이다. 거참 작작하쇼.



우리 제발 선은 넘지 맙시다. 








Just hug, please






그냥 잘하고 있다고 칭찬부터 해 주세요.  제주도에서 지내는 것도 참 잘하고 있다. 시부모님께도 그동안 잘 효도했다. 애를 하나 낳은 것도 잘했다. 그래... 그럴 수도 있지. 우리 그냥 잘하고 있다고 칭찬부터 좀 해주세요. 이런 저런 칭찬을 하신 후에 조언을 해주셔도 늦지 않습니다. 그러면 더 제가 그 조언을 잘 받아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긍정적으로 말이죠. 



하여 제가 더 따뜻한 마음으로 살 수 있을 거예요. 그 마음으로 분명 어른들께 더 많이 효도 할 수 있을 것이고, 앞으로도 잘 살 수 있을 거예요.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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