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맛
오늘도 우동 집에서 1시간을 웨이팅 했다.
나는 언제부터 이렇게 우동 집에 열광했을까. 지난번 우동 집에서 두 시간 기다린 이후로 더 나는 우동에 집착하는 걸까. 우동 우동, 그동안 내겐 인스턴트 우동이 전부였는데 나는 왜 우동집에 이렇게 흥분하는 걸까?
사실 제주도에서 도착했을 땐 김밥에 홀릭되어 있었다. 그때는 아침 겸 점심으로 먹고 집을 나서면 어찌나 허기가 지는지 한참 크는 고등학생이 된 기분이었다. 그때 우연히 발견한 김밥집이 제주 현지인 맛집이었고 겨우 한 줄을 포장해와서 차에서 이동하며 먹는데 (뭐가 그리 급하다고) 정말 맛있었다. 암튼 그날 이후로 나의 간식은 김밥이었다. 제주도의 김밥 맛집을 다 돌아다닐 열정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제주도서관에 다녀왔다가 근처 편의점? 동네슈퍼에서 파는 아주 맛없는 김밥을 먹고 난 후 김밥에 대한 의욕이 뚝 떨어져 버렸다. (다행인 걸까)
이번 우동 사건은 전말은 이러하다. 제주도에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예쁜 카페를 찾아 지나가던 길 우연히 봤던 멋진 건물이 '우동집'이라는 것을 알고 다음에 지나갈 때 들러봐야지 했다. 그러다 정말 우연히 근처로 관광을 가게 되어 우동을 먹으러 갔는데 기다리는 사람이 정말 많았다. '기다려 봤자 한 시간이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결국 2시간을 기다리고야 말았다. 기다리는 내내 '내가 아마 제주도 여행 온 거면 절대로 기다리지 않았을거야'를 열 번 정도 외쳤다. 그렇게 먹은 우동이 정말 맛있었냐고? 분명히 맛있었다. 그런데 2시간을 기다린 것은 조금 억울했다. 그래도 기다려서 먹어봤으니 되었다 싶은, 다행히 그날 그곳을 운영하는 유명 셰프가 직접 우동을 만들고 있어서 그것은 좀 흥미로웠다.
그런데 그날은 제주에 놀러 오신 엄마랑 우동을 먹으러 갔는데, 엄마는 두 시간 우동을 기다린 것을 너무 힘들어 하셨고, 그렇게 먹었는데 엄마 스타일이 아니었나 보다. 우동을 다 먹고 말씀하셨다. "엄마는 우동을 별로 안 좋아해" 그래서 나는 조금 허무해졌었다.
그런데 그 이후로도 나는 자꾸만 우동이 생각났다. 그 짭조름한 진한 국물과 쫀득한 식감의 우동이 떠올랐다. 그리고 갓 튀겨낸 튀김과 함께 먹는 그 우동이 기억났다. 원래 먹을 것에 이렇게 집착하거나 관심 갖지 않는 편인데 요즘의 나는 마치 제주도의 이영자 님이 되버린 느낌이었다.
마침 그때 친구 부부가 놀러 왔다. 나는 자연스럽게 그들을 새로운 우동집으로 안내했다. 지난번과 비슷한 유명한 우동집, 그러나 나에게도₩ 새로운 곳. 이곳도 워낙 유명한 곳이라 이곳도 웨이팅은 늘 있다. 지난번 들렸다가 몰라서 못 먹어본 게 생각나 가보고 싶다고 생각한 지 오래다. 그리고 결국 그 우동가게에 그들과 함께 가는 것을 성공했다.(좋았어! 자연스러웠어)
협재 해변 근처에 있는 우동집이라 먼저 웨이팅을 하고 그다음 바다를 잠깐 거닐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기다려야 하는 시간은 대략 1시간. 월요일인데도 우동집에 사람이 이렇게 많다니... 인기가 식질 않는구나! 우린 잠시 바닷가를 산책했다. 그들은 아이와 함께 바다를 걸었다. 협재 바다는 참 예쁘다. 언제 와도 참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오늘 바다보다 우동이 먼저니까 바위 위에 앉아 쉬었다.
잠시 후 나타난 친구 부부와 아이는 바지도 젖고, 특히 아이는 기저귀, 바지, 신발도 모두 젖어 있었다. 우리는 정결한 몸과 마음으로 우동집에 들어가야 하니 일단 아이의 기저귀도 갈고 바지도 갈아입히고 신발은 자동차 보넷 위에 말렸다.
예약시간이 되어 우동집으로 갔다. 아 그런데 예약한 사람이 많아서 조금 더 기다려야 했다. 돌쟁이 아가랑 우동을 기다리고 있자니 친구 부부에게 미안했다. 갑자기 '우동이 나에게 뭘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도에서 먹는 우동이 대체 뭐길래 아기랑 이 우동을 기다려야 할까. 역시 제주도에서는 흑돼지나 갈치를 먹을 것을 그랬다 싶어 지고 시간은 금방 흘러갔다.
드디어 우린 우동집에 입장했다. 여긴 우동 맛집이자 뷰 맛집이었다. 저 멀리 보이는 비양도가 창문을 통해 아름답게 들어왔다. 와, 여기 뷰가 정말 좋다. 제주도 뷰 맛집이네! 미리 메뉴를 골라 주문해놨지만 그래도 들어와서 기다리는 시간도 흘러갔다. 아이는 이유식을 먹었다. 우동도 못 먹는 널 데려와서 미안했다.
이 우동집은 내가 꼭 와보고 싶었던 맛집이었다. (아직 제주도 맛집의 세계가 넓지 않다) 곧 우동이 도착했다.
내가 주문한 것은 자작냉우동. 가장 먼저 레몬즙을 뿌린 후, 긴 면발을 끊지 않고 먹어야 맛있다고 설명되어 있었다. 나는 바로 레몬즙을 뿌리고 긴 면발을 후루룩 먹었다. 와! 그 쫄깃한 면발과 짭조름하면서도 레몬맛이 살짝 들어간 상큼한 국물에 깜짝 놀랐다. 잠시 말을 멈추고 쉬지 않고 먹었다. 중간에 먹어본 어묵 튀김도 정말 맛있었고, 돈가스 추가한 것도 바삭하니 맛있었다. 우동 너는 대체 갑자기 왜 내 마음에 들어온 거지?
사실 제주도에 와서 두 군데의 우동 맛집을 가봤으니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맛있었는지 그 자작냉우동이 생각난다. 또 생각나고 또 생각난다. 난 아마 나의 마지막 친구인 남편을 데리고 그곳에 다시 갈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결국 나는 남편을 데리고 협재에 다녀왔다. 우린 그날도 1시간을 기다렸다. 그런데 역시 맛있었다. 내가 또 몇일을 기다렸던 그 우동이었다. 쫄깃거리는 그 맛이 너무 매력적이었다. 남편도 엄지를 추켜올렸다. 나는 우쭐해졌다. "그치 맛있지?"
우동 집에서 돌아오는 길, 나는 이제 우동을 충분히 먹었다 느꼈다. 그래 제주도에서 우동 맛집을 3번이나 다녀왔으면 되었다. 아직 제주도에는 새롭게 먹을 것이 너무 많았다. 아직 돔베국수도 제대로 못 먹어봤고, 갈치조림도 못 먹어봤다. 그리고 옥돔도, 게장도, 그리고 새우장도 아직 못 먹어봤는데 이렇게 우동에 더 이상 집착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앞으로 제주의 새로운 맛을 향해 떠나봐야겠다. 이제는 그래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