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제주낭만

제주에서 보내는 선물

by Blair


오늘은 12월 26일, 드디어 크리스마스가 지났다. 크리스마스가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제주도에는 눈이 펑펑 내린다. 폭설이다. 지난주에도 눈이 많이 내려서 눈사람을 만들었는데 일주일 만에 이렇게 훨씬 더 많은 눈이 내릴 줄은 생각도 못했다. 덕분에 그때 하지 못했던 눈싸움도 마음껏도 하고 눈썰매도 탔다. 그리고 또 눈사람을 만들었다. 잠시나마 겨울왕국 속에서의 축복을 느꼈다.




20211226_114716.jpg 제주도에 폭설이 내리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다음 날이자 친구의 생일이다. 사실 나는 친구의 생일을 손에 꼽을 정도로 밖에, 몇 명 기억하지 못한다. 그 기억하는 친구들의 생일은 너무 특이해서... 예를 들면 내 생일 며칠 전엔 해리 생일, 내 생일 이틀 후엔 민정 언니 생일 이런 것들로 기억한다. 심지어 생일이 4월 4일인 언니가 있어서 기억하기도 한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다음날 생일인 친구는 기억하기가 쉽다. 특히 이 친구는 이번 달, 며칠 전에 제주도에 놀러 왔던 친구라 기억하기가 더 쉬웠다. 그때 우리는 거의 3년 만에 제주도에서 만나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다.



올해 내 생일, 친구에게서 고급 선물을 받았다. 요즘은 서로 만나는 것이 어려우니 보통 스마트폰으로 선물 주고받기 기능을 이용한다. 처음엔 이렇게 선물을 보내는 것이 성의 없어 보여서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처럼 서로 면대면으로 만나지 못하는 시대에는 톡으로 선물하기 기능이 정말 최고인 것 같다. 암튼 12월 26일이 생일인 친구가 B 양이라고 하자. B양은 그동안 내가 받았던 선물 중에 가장 비싼 선물을 보내왔다. 워낙 유명하고 비싼 화장품 브랜드 제품이라 한 번쯤 써보고 싶기도 했던 것인데, 선물을 받게 되어 얼떨떨했다. 사실 선물하기 기능에는 다양한 가격대의 선물이 있으나 보통 비슷한 가격대에서 주고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서로가 그렇게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케이크나 커피 정도의 선물만 주고받았다. 그런데 올해 내 생일에 B양은 갑자기(내 기준에 갑자기) 값비싼 선물을 보냈다. 꽤 비싼 제품이라 내가 스스로 이 것을 직접 사서 쓸 일은 없었을 것인데 친구가 보내준 덕분에, 향기가 좋은 바디크림 써볼 수 있었다. 사실 이 값비싼 선물이 아까워 언제 써볼까 한참 고민하다 사용해봤는데, 향이 얼마나 좋은지 바를 때마다 기분이 좋았다.








제주도에 온 이후로 내가 주로 하는 선물은 귤이었다. 귤, 한라봉, 황금향, 레드향 등등 때마다 다양한 종류와 사이즈의 귤이 가격에 맞춰 선물하기 기능에 준비되어 있었다. 그래서 고민하지 않고 그때가 제철인 달콤하고 맛있는 것을 골라 선물로 보냈다. 제주도에 오기 전에는 주로 케이크, 치킨, 커피 등을 선물로 보냈던 터라 오히려 귤이 새로운 느낌이 들긴 했다. 단지 문제는 귤을 내가 받는 것이 아니라 업체에서 보내는 것이니 맛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그동안 받은 친구들에겐 맛있다는 연락이 왔다. 하지만 그동안 보낸 귤이 일반 귤부터 황금향 한라봉 레드향도 달랐고 나는 그때마다 맛있다는 후기를 들었지만 그게 진실인지 단지 감사의 인사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설마 거짓말을 했겠어?) 아무튼 제주도에 온 이후로 지인들의 생일에 귤 선물을 보냈던 터라 B양에게는 비슷한 가격의 고급 선물을 보낼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들과 똑같이 귤 선물을 보낼 것 인지 한참을 고민하였다.





Screenshot_20211226-133052_KakaoTalk.jpg 내가 보낸 귤 선물





결국 나는 레드향을 보내고야 말았다. 지금 제철은 레드향이라는 이야기를 얼마 전 들은 터라 마음이 움직였다. 마음은 집 앞에 예쁘게 달린 노랗게 익은 한라봉이나 귤을 직접 따서 보내고 싶었지만, 아직 껍질이 딱딱해서 이것이 익은 것인지, 언제 먹어야 할지 모르겠으니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워낙 특이하고 재밌는 것을 좋아하는 친구라 베스트 선물코너에 있었던 인기 제품도 함께 보냈다. 곰돌이 모양의 빅 후드 담요인데 몸 전체를 다 덮어주는 그런 커다란 옷이라 유니크하고 따뜻해 보였다. 친구에게 딱 어울릴 만한 선물이었다. 오늘의 제주는 참 추웠다. 아마도 서울은 더 추웠을 테니 앞으로 B양이 그 옷을 입고 따뜻한 겨울을 보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11226_144336.jpg 우리 집 정원의 눈 덮인 하귤





오늘 제주도는 온통 눈이다. 친구는 내 선물을 받고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기뻤을까 아니면 실망했을까? 원래 선물이라는 것이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아쉬움이 남기 마련이다. 그저 친구가 제주도에 살고 있는 나에게 귤을 선물 받고, 그것을 먹는 동안 우리를 생각을 하고, 또한 겨우내 곰돌이 옷을 입는 동안 따뜻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단지 내 소박한 바람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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