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제주낭만

제주, 길고양이 근황

우리 집 고양이 손님들

by Blair

>> 작년 제주에서 만난 첫 고양이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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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만났던 다섯 마리 고양이, 그중에 세 마리가 아기 고양이었는데 일 년 동안 정말 무럭무럭 자랐다. 특히 나 늦겨울, 초봄을 거의 매일 함께 보냈던 한 마리의 고양이는 어느 날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졌다. 매일 보던 고양이가 어느 날부터 갑자기 나타나지 않아 걱정하고 있었는데... 며칠 후엔가 거실 창문 앞에 (그 고양이가 늘 있던 자리) 죽은 새 한 마리가 놓여있었다. 죽은 새라니 너무 무서워서 서둘러 묻어줬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 고양이가 떠나며 놓고 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제주에 와서 첫 정을 줬던 그 길고양이는 한 두 달을 매일같이 함께 보냈다. 내가 집에 있는 날은 용케도 알고 아침부터 찾아와 앉아있기도 하고, 따뜻한 햇살이 내려쬐는 정오에는 늘 야외데크에서 식빵을 구우며 쉬고 있었다. 내가 점심을 먹을 때면 고양이도 같이 먹고 우리가 저녁을 먹을 때면 고양이도 먹었다. 그런데 그렇게 갑자기 사라져 버릴 줄 몰랐다. 이후에도 그 다른 나머지 고양이 두 마리가 종종 보이는 걸 보면 혼자 나쁜 일을 당한 것 같아서 내내 마음이 편치 못하다.





정을 듬뿍줬던 첫 길고양이





그 이후로 고양이에게 정을 주지 못했다. 다른 고양이가 나타나도 그때처럼 마음 줄 자신이 없었다. 한참을 집을 오고 가는 고양이들을 지켜봤다. 그러던 어느 날 밥 달라는 길고양이가 나타났는데 차마 외면할 수가 없어서 저녁밥을 챙겨주었다. 저녁때만 되면 어울리지 않게(?) 아주 귀여운 목소리로 "야옹야옹" 불러댔다. 어느 날부터는 우리가 저녁 먹는 시간에 데크로 음식을 들고나가서 '쭈쭈쭈' 하고 부르면 반드시 나타났다. 문제는 밥을 줄 때마다 가까이 와서 하악거렸다. "너는 너무하다~ 내가 매일 저녁밥을 주는데 어쩜 매번 하악거리니!"



그러던 어느 날, 이 고양이가 배가 부른 건지... 늘어진 건지 알 수가 없었던 때가 있었는데... 밥을 주면 먹지 않고 그것을 물고 자꾸만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알았다. 아기를 낳았구나! 나중에 보니 자기 새끼들에게 먹이려고 주는 음식을 가져간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후, 어디에선가 아기 고양이들 목소리가 들렸다. 어디서 들리는 거지? 하고 소리 나는 곳으로 가보니 집과 창고 사이 공터에서 아기 고양이들이 놀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무려 네 마리! 부엌으로 난 창문으로 보이던 아기 고양이들, 겁이 어찌나 많던지 보고 싶고 궁금해서 창문을 열면 화들짝 놀라며 숨기 일쑤였다.







고등어 4마리!!! 아빠가 누군지 분명하다!




고양이들은 우리가 저녁 먹느라 조용히 하고 있으면 집 앞 나무에 오르락내리락, 그리고 내가 작게 만들어 놓은 텃밭을 왔다 갔다 하면서 신나게 놀이를 즐기곤 했다. 아주 귀엽지만 너무도 활발해서, 때론 내가 밤 12시에 설거지하는 소리에 잠이 깼는지 그 시간에도 부스럭거리며 놀곤 했다. 그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새벽이 가까워오는 시간 조용한 산속 소리 없이 움직이는 그들의 소리는 엄청 크게 들렸다. 밤마다 조금 부산스러웠다.




대신 엄마 고양이는 아기 고양이들이 신나게 놀고 있을 때 많이 지쳐 보였다. 자고 또 자고 또 자는 것을 보았다. 어떤 날부턴 가는 아침에도 집 앞에 와서 음식을 기다리며 내가 창문을 여는 것도 모른 채 잠에 취해서 데크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신생아를 키우던 그때 내 모습 같았다. 엄마 고양이와 아기 고양이들은 자기들의 집(어딘지 모르는데 근처)과 우리 집을 넘나들며 그리고 이웃들 집을 방문하며 동네 구석구석을 산책 다니며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턴가 엄마 고양이 옆에서 지내던 아기 고양이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않기 시작했다.








어느 날 깜깜한 밤에 정원에서 아기 고양이가 우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울길래 밖으로 나가보니 우리 집 돌담에 아기 고양이 한 마리가 남겨진 채 울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 고등어 사 남매 고양이 중에 한 마리였다. 네 마리의 고양이 중에 두 마리는 엄청 활발하고, 사료도 열심히 잘 먹었는데 다른 두 마리는 겁도 더 많고 작은 데다가 특히 그중에 한 마리는 더 작고 연약해 보였다. 그 두 마리 중에 하나의 고양이가 남겨진 걸까? 고양이는 밤새도록 울었다. 계속 울길래 내가 말을 걸며 가까이 가면 조금씩 더 깊숙이 도망갔다. 엄마를 찾는 걸까? 배가 고픈 걸까? 그만 울라고 고양이 간식을 뜯어 가까이로 가져다주었다. 그다음 날에도 낮에는 보이지 않고 저녁이 되자 나타나 울었다. 간식을 줬더니 아주 잠깐 조용하더니 그다음 날부터는 보이지 않았다. 이제 어디로 간 걸까??








그리고 한 달 정도가 지났다. 정원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린다. "야옹야옹" 고양이 목소리가 들리는 곳 가까이로 갔다. 지난번 아기 고양이가 있던 돌담 위 근처에 새로운 아기 고양이가 앉아있었다. 이번 아기 고양이는 내가 가까이 가도 더 이상 멀리 도망가지는 않는다. 가까이로 가면 울지 않고 조용해졌다가 내가 집으로 들어갔더니 또 하염없이 울기 시작한다.



이번에도 고양이 간식을 들고 가까이로 가져갔다. 그리고 "울지 말고 이거 먹어"라고 말해주고 근방에 그릇을 놓고 다시 집으로 들어왔다. 돌담에서 내려와 음식을 먹는다. 또 운다. 이번엔 음식을 집 가까이로 놓았다. 그리고 "이거 와서 먹어~" 하고 흔들어주고 들어왔더니 고양이가 데크까지 올라와 음식 그릇으로 가까이 다가온다. 음식이 어딨는지 모르는 척 (아니 진짜 모르는 걸까?) 그릇 주위를 한참을 맴돌다가 끝내 가까이 가서 먹는 고양이 모습이 정말 귀여웠다.



다음날 또 비슷한 시간, 보통 저녁 6시 무렵. 또 아기 고양이가 찾아왔다. 이제는 돌담이 아니라 데크 앞에 앉아서 '야옹야옹' 자기가 왔다고 알려준다. 냉큼 아기 고양이 사료를 가져다주었다. 허겁지겁 사료를 먹는 모습이 측은하게 느껴진다. 종일 굶었을까? 정신을 못 차리고 열심히 먹는다. 그릇으로 들어갈 것만 같은 작은 사이즈의, 열심히 음식을 먹는 뒷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꼭 껴안아 주고 싶었다. 다 먹고서 더 달라고 또 나를 부른다 "야옹야옹" 사료가 입에 맞나 보군 생각하며 사료를 더 가져다가 놓아준다. 처음 먹는 것처럼 또 열심히 먹는다.








어? 어느 순간 그런데 새로운 고양이가 나타나 함께 먹고 있다. 그 아기 고양이 두배만 한 고양이가 나타났다. 그 고양이는!!! 분명 지난번 우리 집에서 놀던 아기 고양이(고등어) 4마리 중에 한 마리다. 요즘 한참을 안보이더니 순식간에 커졌다. 아마 그중에 가장 적극적이고 사료를 잘 먹던 첫째 같은 고양이가 있었는데 그 아이가 아닐까?



문제는 얘네들이 요즘 우리 집 뒷 창고에 살고 있었던 것 같다. 장마기간 그 에어컨 실외기가 보관되어 있던 뒷 창고가 너무 습하길래 며칠 동안 열어놓고 지냈는데, 내가 밖으로 나가니 먹다가 놀라 그곳으로 다 도망가 버렸다. 큰일이다. 이번에 새롭게 안 사실인데 그 창고 아래 숨겨진 빈 공간이 있었다. 어쩌면 그 창고 문이 열려있던 내내 그곳에서 살고 있던 것일 수도 있다. 그 창고 문을 열어놓은지 열흘도 넘은 것 같은데 설마 아니겠지?




저녁먹으러 들리는 아기고양이




다음날 저녁 먹을 시간이 되자 다시 아기 고양이가 나타났다. 도착해서 동그랗게 앉아서는 "야옹야옹" 아주 작고 귀여운 목소리로 나를 부른다. 자기의 존재감을 제대로 나타낸다. 아이의 공부를 봐주고 있다가 서둘러 고양이 사료를 꺼내 주었다. 사료를 그릇에 넣어주는 것을 보아도 금방 다가오지 않고, 다른 곳을 쳐다보고 한참을 야옹거리며 밥 근처로 다가온다. 조심스러운 녀석... 그리고 먹기 시작한다. 정말 열심히 열정을 다해 먹는다. 그 작은 몸으로 열심히 먹는 모습이 또 짠하다. 다 먹고 아쉬운지 또 야옹야옹거린다. "밥 더 주세요"라는 외침이 분명하다.



다시 사료를 주려고 가까이 가면 멀리 도망갔다가, 사료를 그릇에 쏟아 놓고 집 안으로 들어오면 고양이는 다시 돌아와 열심히 먹기 시작한다. 어느새 남편도 아이도 그 모습을 함께 지켜보고 있다. 지난번 고양이는 네 마리가 함께 지내고 있어서 뭔가 든든해 보였는데 이번 아기 고양이는 몸도 작은데 혼자 다니니 정말 안쓰럽다.




우연일까, 아니면 둘 다 아기 고양이라서 그럴까. 이번에 나타난 아기 고양이는 꼭 지난가을 나타났던 아기랑 너무도 닮아서(회색, 검은색 차이) 마음이 쓰인다. 내가 그때 더 잘 챙겨줬더라면, 여태껏 내 곁에 있어줬을까? 첫 고양이는 봄이 오는 그때 창문을 사이에 두고 같이 책을 보고, 같이 밥을 먹고, 같이 글을 썼었는데... 사라진 이후로도 종종 생각나 마음이 아파온다.









이번 주말 제주에 태풍이 온다더니 온종일 비가 내린다. 비가 많이 내려서 그런지 아기 고양이가 이틀째 오지 않고 있다. 며칠간은 비가 계속 올 텐데 잠깐이라도 비를 피해 밥을 먹으러 오면 좋으련만... 왠지 한 끼라도 먹지 못하면 어떻게 돼버릴 것만 같은 작은 사이즈의 아기 고양이라 더욱 마음이 쓰인다. 빨리 비가 그쳐서 밥을 먹으러 오면 좋겠다 아니면 마음씨 좋은 다른 사람이 챙겨준 밥이라도 먹고 지내던지... 부디 이 태풍을 이겨내고 무사하게 다시 만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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