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내려오기 전 육지 사람일 때는 제주를 생각하면, 겨울은 남쪽에 위치하고 있으니 따뜻하고 여름엔 바다가 있으니 시원할 줄 알았다. 그런데 제주에 살고 보니 이곳도 육지와 마찬가지로 겨울은 춥고 여름은 덥다. 당연한 이치다.
제주에 살며 한 여름을 맞이하고 나니, 뜨거운 태양이 무서워 오름도 올레길도 가는 것도 두려워진다. 해는 쨍쨍하고 땀은 비 오듯 흐른다. 그래서 자꾸 해수욕장을 찾게 되는 것 같다. 그런데 매주 해수욕장을 가니 여름방학 느낌도 나고 재밌기도 한데, 매번 바닷가에 몸을 담그고 있어도 좋긴 한데, 제주의 여름은 벌써 새로운 것을 필요로 했다. 특히 야외에서 놀다 몸이 새카맣게 그을려서 난감하기도 하다.
그래서 햇빛도 막아주고 조금이나마 시원하고 운동하기 좋은 곳은 없을까 생각하다가 떠올랐다. 바로 숲 길이다! 제주 여름 이번엔 숲캉스로 떠난다!
오늘은 여름의 제주에 가면 좋을 숲 몇 곳을 소개해볼까 한다.
1. 사려니 숲
첫 번째는 제주의 숨은 비경 31곳 중의 하나로 잘 알려진 사려니 숲이다. 비자림로의 봉개동 구간에서 제주시 교천읍 교래리의 물찻오름을 지나,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의 사려니오름까지 이어지는 숲길이기 때문에 사려니 숲길이라 불린다. 총길이는 약 15km이며 숲길 전체의 평균 고도는 550m이다.
사려니숲은 한라산 둘레길 6구간이기도 하다. 이곳은 우리가 제주도에 정착하고 다녀온 첫 숲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처음 가보는 숲길이라 어마어마한 규모의 숲길에, 넓고 울창한 것이 인상적이었던 곳이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숲길이 나타났다. 나중에 알고 보니 사려니 숲길은 입구가 여러 곳이다. 그래서 원하는 대로 짧은 길로 갈 수도 있고 긴 길을 선택해 다녀올 수 있다. 우리는 주차장에서 시작된 길로 갔는데, 사려니 숲길 들어가는 초입 부분이 꽤 길어서 아이를 데리고 걷기엔 쉽지 않아 중간에 되돌아 나온 기억이 있어 아쉬움이 남았다.
전형적인 온대성 산지에 해당하는 숲길 양쪽을 따라 졸참나무, 서어나무, 때죽나무, 산딸나무, 편백나무, 삼나무 등 다양한 수정이 자라는 울창한 자연림이 넓게 펼쳐져 있다. 오소리와 제주족제비를 비롯한 포유류, 팔색조와 참매를 비롯한 조류, 쇠살모사를 비롯한 파충류 등 다양한 동물도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청정한 공기를 마시며 숲길을 걸으면 스트레스 해소에 좋고 장과 심폐 기능이 향상된다고 알려져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하던데, 직접 걸으며 사려니 숲의 공기를 맡으니 미세먼지와 마스크로 얼룩져진 폐가 깨끗해지는 기분이었다.
특히 이곳에 드라이브 코스로 추천하고 싶은 길이 있다. 바로 사려니숲길에 있는 삼나무길이다. 종종 계좌나 표선, 성산 쪽으로 가면 이 길을 꼭 지나게 되는데 하늘로 쭉 뻗어있는 삼나무길을 통과하다 보면 정말 황홀하다.
사려니 숲길
2. 비자림
비자림은 햇살이 세어지는 초여름에 방문했는데, 주말이라 사람이 정말 많았다. 이곳은 비가 와도 좋을 산책지로 알려져 있다. 산책길이 잘 되어있어 남녀노소 모두 걷기 좋은 곳이라고 한다.
그곳에 갔을 때 하필 아이가 감기 기운이 있어 컨디션이 좋지 않아 아빠랑 아이는 초입에서 기다리고, 나와 엄마가 함께 걷게 되었다. 숲길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나무와 꽃의 조경이 잘 되어 있어서 구경하기 좋았다. 그리고 숲길에 들어가자마자 비자림 숲만이 가지는 고유한 신선함이 느껴졌다. 특히 바닥에 푹신한 것이 깔려 있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비자림은 1993년 천연기념물 제374호로 지정되어 있다. 위치는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에서 서남쪽으로 6km 되는 지점에 448.165미터 제곱의 면적에 500~800년생 비자나무 2570그루가 밀집하여 군락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단순림으로는 세계 최대의 규모를 자랑한다고 한다.
비자림에는 나도풍란, 콩 짜개 난, 흑난초, 비자란 등 희귀한 난과 식물도 자생하며, 이외에도 천선과나무, 자귀나무, 아왜나무, 머귀나무, 후박나무 등 여러 종류의 나무가 있다.
무엇보다 비자림 숲을 걷다 보면 중간 즈음 제주도에서 최고령 나무라고 하는 800년 된 비자나무가 있는데 높이 25m, 둘레 6m로 비자나무의 조상목이라고 한다. 조상목의 크기가 얼마나 크고 둘레가 넓은지, 누가 봐도 조상목이구나 알아차릴 수 있었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웅장한 모습이 마치 비자림 숲을 지켜주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비자림에 오면 조상목과의 기념촬영도 빼놓을 수 없는 관광코스이다.
비자림의 조상목
3. 제주 곶자왈 도립공원
제주에는 곳곳에 곶자왈이 있다. 제주 곶자왈 도립공원 이외에도 산양 곶자왈, 환상숲 곶자왈, 선흘곶자왈 등이 있다. 그중에 내가 다녀온 곳은 제주 곶자왈 도립공원이다. 제주 곶자왈 도립공원을 두 번 다녀왔다. 한 번은 아이와 함께 남편과 다녀왔다. 그렇게 한번 다녀오고 정말 좋아서 다음번 부모님이 오셨을 때 다시 다녀오게 되었다.
곶자왈 도립공원에는 여러 가지 길이 있는데 그중에 테우리 길이 남녀노소 걷기에 적당한 거리이다. 심지어 유모차도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잘 닦인 길이라 산책 중에 유모차도 여러 번 마주쳤다. 미취학인 우리 아이도 테우리 길 걷는 것은 무리가 없었다. 평소에 걷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이인데 숲이 주는 영향이 분명히 있긴 한가보다. 힘들어 하기보다 되려 숲길을 걸으며 만난 새로운 식물, 열매 등을 발견하며 신나 했다.
테우리 길을 따라가다 보면 전망대를 만날 수 있다. 전망대를 올라가기 위해 계단을 올라가다 보면 주위 학교 친구들이 그린 그림도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전망대에 올라가면 주위 360도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가까이 위치한 산방산이라던지 , 먼 한라산의 모습도 볼 수 있어 좋았다. 더불어 곶자왈의 모습도 한눈에 볼 수 있어서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곶자왈 도립공원
세 곳의 사진을 올리다 보니 모두 비슷한 느낌이다. 제주도의 숲은 다 비슷한가? 아니 그저 숲이라 그렇다. 도시에서는 이렇게 숲길을 걸을 일이 많지 않았다. 보통 산책을 해도 도심을 걷고는 했는데, 제주에서는 산책을 숲길로 하니 훨씬 낭만적인 느낌이었다.
숲길은 여름은 물론 봄, 가을, 겨울 또한 매력이 충만할 것이다. 자주 찾아가 가볍게 걷기도 좋고 언제나 신선하고 상쾌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풍요로운 곳이다.
한 가지 주의사항이 있다면 숲을 걷다가 벌레를 마주칠 수 있으니 얇은 긴바지를 착용하거나 벌레기피제를 뿌린다면 좋을 것이다. 또한 오래 걸어도 편한 신발을 신으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한여름, 최고 높은 기온에 특히 비가 온 다음날 여름에 숲길을 방문하면 마치 열대우림과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약간 온실 속에서 있는 기분이라고 할까? 그래도 숲길은 여름이라도 늘 그늘이 있어서, 바깥과는 온도차가 확연히 낮게 느껴진다. 그래서 여름에 더욱 추천하는 제주도 숲 캉스! 꼭 다녀오길 추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