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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Sep 30. 2022

나만이 아는 행복

작게 자주 행복하게

분명 여기 있을 거야. 소파 아래에 긴 막대기를 넣어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자수틀의 사이즈를 고정해주는 볼트와 너트가 사라졌다. 볼트와 너트 하나라도 없으면 쓸모없어지는 것인데 다행히도 볼트는 곧바로 찾았다. 그런데 너트는 아무리 막대기로 소파 아래를 쑤셔봐도 찾을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 이번에는 소파를 낑낑대며 옮겼다. 우리 집 소파는 ㄴ 모양 소파로 4~5인용인데, 혼자 옮기기엔 정말 거대하고 커다랗다. 그래도 빨리 너트를 찾고 싶으니까 소파를 이리 끌고 저리 끌어서 바닥 아래를 살펴봤다. 그래도 보이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이번이는 플래시를 가져와 바닥을 샅샅이 살펴봤다. 반짝하는 것이 보였다. 찾았다! 왠지 그 아래 있을 것 같았지만 정말로 찾게 되기뻤다. 이게 뭐라고...



때론 이런 작은 것에 행복을 느낀다. 주위를 둘러보면 분명 행복은 가까이에 있다.








어제는 몇 달 전부터 막혔던 배관을 뚫었다. 세 달 전부터 세탁기를 사용할 때 자꾸만 물이 흐르길래 세탁기 as를 불렀는데 세탁기 고장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세탁기와 싱크대를 같이 사용하면 연결된 부위에서 물이 자꾸만 넘치기에 그로부터 몇 달을 아주 조심히 싱크대와 세탁기를 사용했다. 그러던 중에 지난주 세탁기만 사용하는데도 불구하고 물이 철철 넘치고야 말았다. 아니! 세탁기 사용할 수 없는 지경이 되다니... 어쩔 수 없이 다시 전문가의 손길이 반드시 필요했다.


 

2인 1조의 배관공들은 오전 9시부터 낮 1시 반까지 4시간 반을 쉬지 않고 움직이셨다. 이번에 일시적으로 뚫을 수는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막힐 것이라고 해서 일반 배관 청소가 아니라 고압세척을 맡기기로 했다. 뒷마당에서 배관을 찾고 호스를 넣고 물을 흘버리굉장히 분주하게 움직이셨다. 고압세척 비용이 꽤 비쌌는데 일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 비을 더 드려야 할 것만 같았다. 마침내 배관은 모두 뻥 뚫렸다. 속 시원하다. 이후에 그동안 못하고 쌓아둔 세탁물을 세탁기에 넣고 돌렸는데 이게 뭐라고 기분이 정말 좋았다. '와! 드디어 세탁기를 편하게 사용할 수 있겠어!' 몇달을 속 썩인 문제가 해결되었다. 아마 앞으로도 조심해서 사용해야 할 테지만 당분간 세탁기 사용하는 것에 문제가 없을 것이니 그것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어제는 아이가 학원에 가있는 틈에 한 시간 정도 여유시간이 생겨 가까이에 있는 카페에 다녀왔다. 그 카페는 내가 좋아하는 동네 카페의 원조점으로 그전부터 얼마나 가보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랬던 카페에 들어가 앉아서 커피를 주문했다. 이미 맛있다고 소문이 자자한 곳이었으니 커피 맛이 얼마나 궁금했는지 모른다. 주문한 카페라테가 나왔다. 한 모금을 마시니 고소함이 남다르다. 진하고 고소한 맛. 내가 좋아하는 카페라테의 맛이다. 커피를 마시는 내내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행복을 느꼈다.





진하고 고소한 카페라떼는 나의 기쁨





요가를 시작하고 나서는 조금 체력이 좋아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게다가 매주 요가 수업에 들어가 선생님의 동작을 열심히 따라 하다 보니 어느새 어려워서 할 수 없을 것 같은 동작들도 점점 잘 따라 하고 있다. '어? 이게 되네?' 하면서 하나씩 하나씩 스킬을 쌓아가는 기분은 말도 못하게 뿌듯하다. 게다가 요가 수업을 오가며 생기는 10분 산책이 얼마나 발걸음이 가볍고 즐거운지 모른다. 루틴과 산책을 통한 기분 전환.



요가를 가지 않는 날 밤에는 유튜브를 켜고 요가를 따라 하는데 밤마다 따라 하고 있자니 엄청나게 성실한 사람이 된 듯한 착각이 든다. '정말 열심히 지내고 있어!'라는 생각도 들고, 특히 요가를 따라 하고 개운해진 몸으로 잠자리에 누웠을 때 왠지 모르게 슬며시 입가에 미소가 떠오른다. 이 뿌듯함!



매일 밤마다 감사함으로 마무리하는 하루.








실은 우린 요즘 아주 큰 한방의 행복을 원했다. 기다리고 있는 소식이 있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그 소식을 기다리는 내내 엄청나게 초조하고 불안해하고 있다. 평소보다 우리는 몇 배로 더 예민해지고 불편한 사람들이 되어간다. 당연하게도 힘이 들고 지친다.



그렇게 한방의 행복을 기다리고 있다 보니 문득 이것 때문에 우리가 잃는 것이 훨씬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커피를 마셨을 때의 기분, 잃어버린 물건을 찾았을 때의 작은 쾌감, 운동하고 난 후의 뿌듯함 등등... 언제나 작고 소중한 행복은 가까이에 있는데 잊고 지냈으니 말이다. 이밖에도 느꼈던 작은 행복들은 이미 일상에 충분히 차고 넘쳤다.



오늘은 9월의 마지막 날이다. 한 달을 돌아보니 9월에도 작은 행복들을 열심히 모으고 살았구나 싶어진다. 다음 10월에도 자세히 살펴보아야겠다. 내 주위 툭툭 놓여있는 작고 소중한 행운들을 말이다. 그리고 차근차근 열심히 모아봐야겠다. 인생은 한방이 아니니까. 작은 행복을 열심히 그러모아 조금씩 큰 행복을 만들어 나가야겠다.





메인 사진 :  https://pin.it/25m2pDT 나만이 아는 행복나만이 아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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