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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Oct 24. 2022

꾸준함은 진리지...

오랜만에 요가 수업을 들었다. 왜 오랜만에 수업을 들었냐고 하면, 요가 수업을 잠깐 홀드 했기 때문이다. 하는 일도 딱히 없으면서 요가를 매주, 매번 시간 지켜 가는 것이 부담이 되었을 때가 찾아왔다. 정확히 말하면 그즈음 여러 가지 일로 스케줄이 조금 벅차다고 느꼈다. 게다가 볕 좋은 가을이라 운동 말고도 가봐야 할 곳이 너무 많았다. 평일, 주말 바쁘게 움직일 타이밍이었다.



그래서 요가 수업을 홀드 했다. 잠깐 요가 수업을 홀드 하면서 드는 생각은, 요가를 가지 않는 당분가의 날들은 집에서 저녁에 온라인 요가 수업을 들으며 열심히 따라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왜냐하면 요즘 요가 수업을 가지 않는 날엔 열심히 유튜브로 요가를 따라 하며 나름 요가에 진심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쩌면... 이럴줄 알았나. 하루 이틀 유튜브로 요가를 보며 따라 하고는 그 이후로는 전혀 하지 않았다. 갑자기 문득 요가를 하고 있지 않는 것이 떠올라서, 정신을 차리고 언제 마지막으로 요가를 했나 날짜를 살펴보았다. 그랬더니 일주일이 넘었다. 거짓말!! 언제 시간이 이렇게 지나간 거야? 하루, 이틀...미적미적 내일은 꼭 해야지 하며 미뤘던 것이 일주일이나 지나버렸다. 역시 의지가 부족했다.








원래 오프라인으로 요가 수업을 들을 때는, 가지 않는 날에는 온라인 요가 수업을 들어가며 스케줄처럼 잘 짜 모든 것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가고 있었다. 요가 수업을 들으며 선생님을 만나서 코칭받고, 그렇지 않은 날엔 유튜브로 요가 수업을 들으며 느슨하게 따라 한다. 그렇게 거의 매일을 수련하는 기분으로 세 달 정도를 지냈는데, 작 일주일 만에 무너졌다.  



얼마 전 친구에게 저녁에 하는 운동을 추천했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정말 많은 운동이 있으니 따라해보라고, 나는 요즘 밤마다 온라인 요가 레슨을 보며 따라 하는데 정말 좋다는 이런저런 사설까지 붙이면서 운동을 극찬했다. 친구는 "혼자.. 저녁에 운동은.. 어우" 하면서 손사래 쳤다. 그런데 아니야, 넌 할 수 있어! 나도 잘 따라 하고 있잖아! 하면서 격려했는데...



그랬던 나는 역시 너무도 나약했다. 으그...







결국 홀드 했던 요가 수업을 원 상태로 복귀했다. 그리고 월요일 아침, 첫 타임부터 요가 수업에 참여했다. 마치 요가 수업을 처음 시작하는 기분이었다. 오랜만에 요가 수업을 가니 선생님께서 반갑게 맞이해주셨다 "오랜만에 오셨네요~" 그렇게 인사해주시는 선생님께 나의 상황인 '요가를 홀드하고 혼자 해보려고 했는데 절대 수월하지 않았다'라는 이야기를 구구절절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입을 꼭 닫고 웃으며 인사만 드렸다.



실로 오랜만의 요가 수업이었다. 처음엔 수월하게 시작했으나 점점 힘들어지며 숨이 가빠온다. 어느 순간 언제 끝나지... 하는 마음도 들었으나 그 정도 시간이 되면 요가 수업은 곧 끝이 난다. 역시 운동을 하고 난 후 언제나 느끼는 감정은 똑같다. 굉장히 뿌듯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내가 뭔가 대단한 일을 끝낸 기분이랄까?



오랜만에 한 것치고 나름 수월하게 요가 수업을 따라갔다. 그러나 문제는 코브라 자세와 쟁기 자세에서 확연히 나타났다. 마치 고질병처럼 코브라 자세(High Cobra)는 늘 힘들다. 왠지 그것을 할 때마다 허리가 나가는 기분이 들어서 절반 정도 일으켜 코브라 자세(Low cobra)를 하곤 하는데, 요가 홀딩 직전까지 열심히 수련을 했더니 조금씩 하이 코브라 자세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오늘 또 다시 힘들다 느꼈다. 아...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게다가 아주 수월하게 했던 쟁기자세가 고되다 느껴졌다. 오랜만에 쟁기자세를 하자마자 목과 어깨가 굳어있는 느낌이 딱 왔다. 평소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아 허리가 좋지 않으며 게다가 목과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거나, 거북목이 되어있는 등의 나의 나쁜 자세를 이미 알고 있었는데! 그러나 그동안 요가 수련을 꾸준히 할 때는 그렇게 심하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오늘은 목과 어깨가 어떻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조심해야겠다, 무리하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심지어 요가 선생님도 나의 불안정한 자세를 눈치챘는지, 내 이름을 부르며 조심하라고 말씀해주셨다. 역시 매의 눈...






쟁기 자세 (Plow pose)





조금씩 조금씩 마음을 비우며 꾸준히 수련하다 보면 점차 원하는 요가 자세를 할 수 있게 된다. 점점 수월해지게 되고 끝내 잘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멈추면 소용이 없어진다. 오늘 딱 느끼지 않았는가. 시작은 반이다가 아니라 시작한 후에 열심히, 꾸준히 하지 않으면 결국 시작한 게 소용없게 것이 되는 것이다. 알고 있던 꾸준함의 진리를 또 잊을 뻔했다.  










오늘은 날씨가 화창하다 그러나 조금 쌀쌀하다. 누가 느껴도 가을이라는 느낌이 확연히 든다. 서늘한 날씨이다. 오늘 요가를 끝내고 카페에서 도착했다. 이곳에서는 넓은 창으로 바다가 보인다. 창밖에는 바다에서 열심히 서핑하는 사람들이 꽤 많이 보였다. '이 날씨에 서핑을 하는 사람을 볼지 몰랐네' 역시 사람들은 다 똑같다. 좋아하는 일엔 날씨와 상관없이 적극적이다. 지난번에 서퍼들 근처를 지나가며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나가던 분이 "안 추워요?" 하니까 서퍼들이 대답했다 "조금 추운데 재밌어요" 날씨 따윈 상관없이, 고난의(?) 상황을 극복하며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 그들은 진짜였다.



그렇다면 나는 요가가 좋다면서, 실은 아니었을까? 그러면 홀드 같은 것은 절대 하지 말고 꾸준히 더 열심히해야 했을까? 다른 어떤 일보다 우선시하고 그것만 열심히 해야 했을까? 그럼 요가에 대한 내 마음은 가짜였을까? 그건 절대, 전혀 아니었다.



오늘 오랜만에 들은 요가 수업은 역시나 좋았다. 다만 다시 몸이 굳어 있는 것을, 원 상태로 돌아왔음을 느꼈다. 분명 좋아하는 일이라면 삶의 부분에 있어 조금 더 중시해야 할 것이고, 또한 꾸준히 수련하는 것중요함을 다시 느꼈다.




내 몸이 느끼는 일, 그것을 위해서 조금 더 노력해야겠다.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오랫동안 지치지 않고 하는 것. 다시 한번 해보자. 끝까지 잘 해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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