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제주낭만

제주의 스타벅스 :)

by Blair


제주도에 오면 달라질 줄 알았다. 여긴 체인 커피보다 워낙 예쁜 개인 카페로 유명한 곳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란 녀석은 스타벅스 윈터 프리퀀시 시즌이 시작한다는 소식을 들으니 안달복달, 나도 모르게 바로 난리가 났다. 바로 윈터 프리퀀시 이벤트가 시작한 첫날. 내가 갈 수 있는 제일 가까운 스타벅스인 제주시 이마트(모르는 분들 없을 듯)로 달려가 윈터 신 메뉴를 주문했다. 나도 모르게 몸이 반응하는 건 스타벅스 커피를 마신 지 15년은 더 넘었고, 아마도 그동안 스타벅스 플래너를 최소 10권을 받아서 쓴 이유일 테다.




iPhone_3.jpg 내 최초 스타벅스 플래너의 기록 : 2012년 다이어리





이 글을 쓰다가 내가 언제부터 스타벅스 플래너를 썼을까 궁금해하며 내 블로그를 검색해보니 이런 오래된 시절 사진이 나왔다. 2012년도에 받았던 플래너가 처음인지, 아닌지 기억도 안나는 이 시점부터 (찾아보니 나의 첫 스타벅스 플래너는 2011년이 시작이다.) 꽤 오랜 기간을 나는 스벅의 노예로 살았다. 정말 충성심 깊은 고객 아닌가 그러니까 올해로 나는 스타벅스의 11권의 플래너를 써봤다. 그리고 12번째의 플래너를 기다리는 중이다. 그런데 그전부터 정말 나는 꾸준히 다이어리를 썼다.(아마도 초등학생...) 이전의 다이어리들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지만 스타벅스 플래너부터는 버리지 않고 차곡차곡 모아놓았다. 작년 즈음인가 그 모아 왔던 플래너를 한번 들춰본 것 같은데 과거의 부끄러운 일들과 심지어 사진까지도 남아있어서 화들짝 놀라 덮었던 기억도 난다. 모든 것은 이렇게 추억으로 남는다. 그래서 내가 다이어리 쓰는 것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왜 꼭 스타벅스 플래너야 하냐고?





재밌는 대답을 해주고 싶었지만 큰 이유는 없다. 원래 익숙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그냥 이왕이면 커피 마시면 주니 써볼까? 하던 것이 이렇게 매년 받게 되었다. 어차피 매일 커피 한잔은 필수로 마시는 데다가 매년 쓰는 다이어리를 '공짜'로 받을 수 있다니 뭐 그런 가벼운 이유였다. 참고로 스타벅스 다이어리 이 전 몇 년 동안은 스노우캣 다이어리를 열심히 주문해 썼었다. (추억의 스노우캣) 그 전엔 다른 다이어리들도 열심히, 나는 매년 정말 열심히 다이어리를 쓰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러다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만난 후 나는 그냥 이것으로 정착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프리퀀시 모으는 것의 본질이 달라졌다.(언제부터 프리퀀시 모으기에 본질 따위가 있었겠냐만은) 아마도 서머 프리퀀시가 시작하며 대박 났던 스타벅스 서머 백이 문제였던 것 같다. 매년 스타벅스의 프리퀀시 시즌이 되면 이슈로 떠오르지만 2020년 서머 프리퀀시는 정말 난리도 아니었다. 그까짓 서머백이 뭐라고 그런데 나도 정말 갖고 싶어 군침 흘리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겨울 윈터 프리퀀시가 시작되는데 그래도 윈터 프리퀀시는 출시 첫날 e-프리퀀시를 모으기 위해 텀블러에 샷 17개를 사 오는 무모한 짓은 덜 하는 것 같다. 나도 그 정도의 열정은 없다. 나는 그저 꼬박꼬박, 천천히 성실하게 모으는 편이다. 뭐든 과한 것을 덜하느니 못한 법이다.



매년 스타벅스의 윈터 프리퀀시는 17개를 모은다. 3개의 미션 음료 e-스티커와 14개의 일반 음료 e-스티커를 모은다. 매일 커피를 한잔씩 마신다 쳐도 17일. 사실 이틀에 한번 꼴로 마신다 해도 한 달이면 마실 수 있는 정도이다. 그래도 십 년 전에는 프리퀀시 스티커를 종이에 하나씩 모아서 갖다 주는 시스템이었는데 몇 년 전부터 전환해 나가더니 이제는 완전히 스타벅스 앱으로 e-프리퀀시를 적립한다. 시대에 맞춰 발전을 거듭하는 스타벅스이다.



iPhone_0.jpg 2012년 프리퀀시 스티커의 추억



올해도 지난 10월 28일 기점으로 스타벅스의 e-프리퀀시 모으기가 시작되었다. 아니 시작한 지는 꽤 되었는데 서울에서는 매일 가던 스타벅스인데, 제주도에 와서는 개인 카페를 다니기 시작하니 프리퀀시가 모이질 않는다. 결국 나는 언제나 스벅의 노예니까 제주에서 스타벅스를 찾아다니며 커피를 마시러 가기 시작했다. 고백하자면 나는 제주도에 도착한 이후로 내가 갔던 스타벅스는 신화 월드 내에 있는 스타벅스와 제주시 이마트 스타벅스뿐이었다.





제주도의 스타벅스는 뭐가 다를까?






제주도에는 23개 정도의 스타벅스가 있다. 그리고 역시 좋은 위치를 선정해서 운영하는 카페답게 제주시에 있는 스타벅스는 거의 해안가에 위치하고 있어서 뷰도 좋다. 특히 단독 건물에다가 규모도 좀 커서 수용하는 인원도 많고 여러모로 편리하다. 그런데 그만큼 인기도 너무 많다. 지난번 다녀왔던 스타벅스 매장은 주차장이 부족해서 의도치 않게 DT를 이용해서 테이크 아웃해서 왔다. 정말 바로 앞이 바다라서 그런지 인기가 최고인 매장이었다. 나도 들어가서 커피 마시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제주도의 스타벅스는 내가 갔던 시간마다 사람들이 가득했으니, 언제나 여행객으로 붐빈다. 또 제주에서는 제주 스타벅스 만의 특색을 가진 음료와 푸드가 판다. 뭔가 제주스러운 음료면서도 제주의 재료가 들어가기도 한 메뉴라서 관광객들도 먹어보고 싶은 메뉴이기도 할 것이다. (나도 여행으로 왔을 때는 정말 열심히 마셔봤다.)



오늘 다녀온 스타벅스는 입구 출구가 하나뿐이다. 어쩜 어떻게 이렇게 만들었지? 오고 가는 DT 전용 차들과 주차 차들이 섞여서 난리다. 다행히도 옆에 주차장이 하나 더 있어서 빠르게 주차했다. 오늘 나는 미션 음료 프리퀀시를 모으기 위해 이번 겨울 신 메뉴 골든 위시 라테를 주문했다. 매번 토피넛 라테를 주문하다 조금 지겨워서 처음으로 주문해봤는데 원래 에스프레소 음료가 아니라, 샷을 하나 넣어서 마셨는데 한 모금, 두 모금 마실 때마다 정말 무슨 맛인지 모르겠는 그런 오묘한 맛이 났다. 내가 샷을 추가해서 그랬을까? 암튼 정체모를 이 음료의 맛이 아쉬웠다. 그런데 재밌는 건 이 마지막 부분에 골든 위시 라테의 모든 소스가 남아있어서 정말 달달하니 맛있었다. 이럴 거면 더 열심히 흔들어서 마셔볼걸.





20211119_134008-2.jpg 2021년 스타벅스 윈터 음료 : 골든 위시 라테





요즘 스타벅스에 매일 같이 출근하다 보니, 이제는 내가 제주도에서 좋아하는 스타벅스도 생겼다. 그 스타벅스의 왼쪽으로는 저 멀리 바다가 오른쪽으로는 한라산이 보인다. 얼마나 낭만 있는 스타벅스인가? 전날 한라산에 눈이 내렸다. 그래서 한라산 꼭대기에선 눈을 볼 수 있었다. 그날 이후로 이 스타벅스는 나에게 정말 애정의 공간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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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올해의 결과물



그렇게 많은 스타벅스를 다니며 모은 프리퀀시로 2022년 플래너로 교환했다. 이 플래너를 받기 위해 분명히 커피를 17잔이나 마셨는데 공짜로 받는 느낌이네??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서 끝났으면 좋겠는데 이제 남편 차례다. 우린 아마도 한번 더 제주도의 스타벅스를 돌아다녀 또 한 권의 플래너를 얻어 낼 것이다. 매년 정말 열심히 산다. (웃프다) 어쩔 수 없이 매년 치르는 의식 같은 일. 나는 이 마법 같은 스타벅스의 상술에 매년 모르는 척 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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