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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Nov 10. 2022

미니멀과 유행의 상관관계

소비 단식 9,10월

9월, 10월도 쇼핑의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러나 9월은 서울을 다녀오게 되며 실패했다. 공항에서 사람들에게 줄 선물을 샀고, 하필 서울에서 외출 중에 신고 있던 신발이 뜯어져서(오래된 신발) 다시 집에 돌아올 수 없는 상태가 돼버려 새로 신발을 사서 신을 수밖에 없었다.



선물과 어쩔 수 없는 쇼핑(신발), 그럼 9월의 소비는 괜찮았던 것일까? 어쩌면 제주에 있었으면 생기지 않을 소비였다.



그래서 10월은 더 신중했다. 평소에 필요에 의한 쇼핑은 거의 없으니까, 충동구매에서 벗어나려고 또 부단히 노력했다. 역시 또 어렵고 힘든 과정이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악착같이 노력하며 지내야 할까. 괴로워하는 마음을 달래며, 언젠가는 노력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변하게 되길 바라고 있다.








그래도 미니멀을 시작했더니 가계에 엄청난 절약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낭비하지 않는 습관을 기르게 되면서 필요 없는 것은 절대 사지 않고,  불필요한 지출이 모두 줄었기 때문이다. 꿩 먹고 알 먹고 이럴 때 쓰는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 유행에 뒤처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나에게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하며 절약정신은 생겼는데, 아직도 유행에서는 벗어나지 못했다니 한심할 지경이다.




유행을 네가 왜 좇아? 하고 궁금해하실 테니 그 이유를 말해보고 싶다. 요즘 내가 자주 가는 카페는 대학교 앞에 있는 카페이다. 그곳에 앉아 대학생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하나같이 똑같은 옷을 입고 있다. 알록달록 할 법도 한데 검정, 흰색, 베이지, 그레이 이런 것들만 눈에 띈다. 그런 그들을 자세히 보다 보면 대한민국의 유행이 보인다. 그들은 유행을 선도하는 MZ세대, 아니 Z세대이기 때문이다.




요즘 패스트패션을 주로 착용하는 대학생들을 자주 봐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요즘 특히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그들이 입고 있는 바지이다. 한 일이 년쯤 이전부터 유행했던 바지인 것 같다. 넉넉한 배기진보다도 더 넓은 와이드 핏 바지다. 그들이 입고 있는 것을 처음 볼 때는 '와! 편하겠다' 하지만 너무 길고, 분명 유행이겠지? 그러고 지나갔는데 일이년 사이로 그들이 입는 패션을 너무 많이 봤더니, 나도 와이드 핏 바지를 입고 다녀야 하는 것인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아... 또 유행이 뒤쳐지고 있어라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미니멀 초보는 늘 이런 식이다)  








한참 모두가 이렇게 입고 다녔다





유행은 정말 빠르게 지나간다. 분명 스키니진이 유행할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와이드 핏이 대세다. 나는 이미 바지를 많이 가지고 있는데 어쩌지, 아... 유행은 이렇게 나를 스쳐서 지나가는 걸까?


 







"나 와이드 핏 바지 살까 봐" 친구에게 쇼핑의 계획을 알려본다. "미니멀 라이프라며!" 그러더니 그런다. " 왜 갑자기? 그게 유행이라서? 누가 널 쳐다본다고" 그렇다. 누가 날 보는 것이 아니다. 누가 날 쳐다본다고 사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유행을 쫓아온 그런 미약한 자로서 와이드 핏 팬츠가 가지고 싶어지는 것이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유행을 따르는 것은 귀찮다. 이제 나이도 먹었고 그때그때 유행하는 것들이 얼마나 빠르고 다양하게 나타나 금세! 사라지는 것들 얼마나 많은가! 그렇다고 해서 패션계의 명사인 밀라 논 나가 유행을 좇았던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저걸 입으면 젊어보일거리는 착각. 저것을 가지면 빛나 보이겠지? 유행에 뒤처져서는 절대 안 돼!




그동안 수많은 이유들이 나를 유행하는 쇼핑 세계로 안내했었다. 기억한다. 유행은 결국 90%의 후회만을 남겼다. 그리고 그 즉시 옷 쓰레기 더미도 함께 가져다주었다.









다만 늘 그래 왔듯이 옷을 한 개 사면 가진 다른 옷은 잊히기 마련이다. 유행을 좇아 와이드 핏 바지를 산다면 분명 소장한 일자 핏 바지 2개, 정장 바지 2, 청바지 3개가 눈물을 흘릴 것이다. (내가 가진 바지는 7개나 되다니!!) 참고로 그중에 청바지 한 개는 도저히 들어가지 않는다. 와이드 핏 바지를 사는 것 대신 살을 빼야 하는 것은 아닐까?




역시 미니멀을 꿈꾸는 사람이 유행을 좇는다는 것은 절대 말이 안 된다. 자고로 미니멀 리스트라 함은 쇼핑에 있어서 내게 잘 어울리는 옷을 선택하고, 유행을 타지 않는 오랫동안 입을 수 있는 옷을 구매하는 것이때문이다.





가진 옷이 잊혀지는 일, 결국 유행을 좇아 산 옷이 다시 쓰레기 무덤으로 전략하고 말 것을 알면서도 구매하는 것은 이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결국 미니멀과 유행의 상관관계는 절대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바이... 와이드 핏 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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