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를 한 달이나 쉬었다. 그동안 서울에 다녀왔다. 그리고 많이 아팠다. 운동을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역시 그럴듯한 핑계인가) 그런 후에 요가수업을 갔더니 선생님께서 반겨주신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요가 수업에 들어갔다. 오랜만에 하는 요가 수업이라 그런지 몸이 조금 아팠지만 역시 선생님이 가르쳐주시는 요가가 최고야 하고 생각하며 수업에 열심히 참여했다.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께 요가에 대해 조금 질문을 드렸다. 그리고 인사하고 집에 가려는데 갑자기 선생님께서 그만둔다는 얘기를 하셨다. "네!? 갑자기요? 정말 놀랬다. 왜냐하면 지난번 요가를 잠깐 쉰다고 하니 선생님이 내 손을 꼭 잡으며 "꼭 돌아오셔야 해요" 해서 내가 기침이 멎자마자 다시 요가를 등록했는데... 이런 변수가 있을지는 몰랐다. "선생님, 저 선생님 요가수업 시간이 정말 좋아서 여기 다시 등록했는데..." "아이고, 어떻게 해요"
내 인생 처음 제대로 배우는 요가수업이었다. 처음 만난 선생님은 차근차근, 섬세하게 요가를 가르쳐주셨다. 특히 선생님이 요가할 때 잡아주시는 손길 하나하나는 거의 신의 터치와도 같았다. 그리고 금요일은 테라피요가라는 수업을 하시곤 했는데 그게 또 힐링 그 자체였다. 그러하다. 선생님이 좋으니 모든 요가 수업이 찰떡같았다. 어쩜 그렇게 꼼꼼히, 차근차근, 여유 있게 잘 가르쳐주시지?
사실 한참을 쉬었더니 요가를 하는 것이 귀찮아졌었다. 역시 인간은 뭐든 꾸준히, 생각 없이 해야 한다. 이렇게 틈이 생기면 금세 귀찮아지는 법. 게다가 필라테스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었다. 그러다 이렇게 좋은 요가선생님이 계실 때 나는 요가를 더 열심히 배워야 해! 하며 다시 수업을 신청했는데... 선생님이 그만두시다니 아쉽다. 정말로 아쉽다.
얼마 전 아이의 유치원 선생님이 그만두셨다. 거의 학기가 끝나가는 12월, 이 시점에 일을 그만두는 것은 쉽지 않다. 곧 2월이 다가오면 아이들은 졸업을 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1년을 못 채우고 그만두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 이쯤에는 거의 마무리 시점이기 때문에 좀처럼 찾아볼 수가 없다.
문제는 아이가 유독 선생님과 교감이 좋았다. 선생님은 늘 아이를 안아주시고, 칭찬해 주셨다. 매주 올라오는 사진을 보면 아이는 그 시간에 늘 선생님 바로 옆에 앉아있었다. 그런 선생님이 그만둔다고 하셨다. 아이는 많이 속상해했다.
그러나 3월, 새 학기가 되면 졸업을 해서 어차피 헤어져야 할 선생님이었다. 그래서 아이에게 대수롭지 않게 말했던 것 같다. "어차피 3월이면 학교에 가잖아, 그러면 선생님과 헤어져야 해. 그리고 매년 선생님들은 바뀔 거야. 너 작년에 유치원 선생님도 바뀌고 그랬잖아. 어쩔 수 없어. 한 선생님과 계속 함께 할 수는 없어."
이게 바로 지난주의 일인데... 내가 똑같이 당했다. 나에게 누가 이런 소리를 대수롭지 않게 했다면 내 마음은 어땠을까? 분명 나는 상처받았을 것이다. 아이에게 선생님이 그만둬서 어떻게 하냐고 많이 속상하겠다고, 그런 아이를 그냥 안아주고 달래주기만 해도 되었을 텐데, 겨우 아이를 강하게 키워야 한다는 그 작은 다짐 하나가 아이의 여린 마음에 생채기를 나게 했을지도 모른다.
나도 내년이면 제주를 떠날 것이다. 그러면 어차피 지금의 요가선생님을 만나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내가 먼저 떠나버리고 먼저 이별을 고할 수도 있었다. 그 이후로다시 선생님을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아쉽고 슬프지만 결국 예견된 일이었다.
언젠가 선생님 수업이 끝나고 다가가 "선생님 요가 수업 정말 좋아요, 정말 잘 가르치시는 것 같아요" 하고 말했던 나의 수줍은 고백이 떠오른다. 그만큼 나에겐 최고의 선생님이셨다. 앞으로 요가수업을 계속 듣게 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선생님을 만나게 될지도, 아닐지도 모르겠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내가 먼저 이별을 고하든, 혹은 그 반대로 이별을 맞이하는 것은 늘 쉽지 않은 것 같다. 많이 아쉽지만 선생님을 보내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