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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Jan 28. 2023

남은 것이 후회가 되지 않도록

한창 요가에 빠져있을 때가 있었다. 요가 수업에 성실하게 참여하고, 요가가 재밌고 기다려지고 그곳도 모자라 집에서도 매일 매트를 펼쳐놓고 열심히 따라 했다. 여담이지만 요가를 하다 커다란 지네가 옆을 지나가서 식겁한 적도 있다.



그래도 몇 달을 꽤 성실하게 요가 수업에 임했었다. 요가를 가르쳐주는 선생님은 여러 명이셨지만 그중에 한 분이 정말 딱 내 취향이라 더 열심히 하게 되었다. 특히 나 같은 초보 요기니에겐 딱인 선생님이었다. 굉장히 차분하게 수업을 진행하시면서도 제대로 명확하게 자세를 잡아주시며 요가를 가르쳐 주셨다. 개인적으로는 선생님 몸이나 목소리 톤까지 딱 내가 원하는 이상적인 요가선생님이었다.  



환상의 짝꿍과 같던 선생님이 그만두시니 그 이후로 요가수업에 약간 흥미가 떨어졌다. 마치 서투른 목수가 연장탓하는 느낌이지만 그래도 좀처럼 요가에 집중할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점점 밤마다 요가매트를 꺼내놓는 것부터 귀찮아지고, 요즘은 날씨도 추우니 좀처럼 몸을 움직이는 것도 싫어지고, 게다가 난로 옆을 꼭 붙어있으며 점점 요가 수련에서 멀어지고 있다. 그렇게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지난 한 달 동안은 다른 선생님의 수업에 참여해 보았다. 분명 다른 분들 중에도 나와 잘 맞는 선생님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수업에 참여했다. 그리고 지난번 새로 오신 선생님 수업에도 참여했다. 나쁘진 않았다. 그런데 딱히 임팩트가 있지는 않았다. 오전 수업 대신 저녁 수업을 가봐도 큰 차이가 없었다. 분명한 것은 이전에 요가에 흥미를 가졌을 때의 기분이 전혀 나지 않았다. 이제 어쩌지...?



물론 요가를 시작한 지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다시 그때의 첫 마음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무엇보다 요가를 계속 배우려면 내가 지금에 적응해서 다시 열심히 해야 하는 것도 안다. 결국 내 손해이니까.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뭐...









그런 마음을 가지고 이런저런 수업에 참여해보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요가 수업을 받고 기분이 좀 좋지 않았다.



요가 수업이 거의 끝나갈 무렵, 물구나무 자세를 하고 끝내본다고 했다. 쉽게 말하면 물구나무서기 자세이고 정식 이름은 시르사아사나라고 부른다. 이 자세는 '아사나의 왕'이라고 일컬을 만큼 요가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조금 더 쉽게 설명하자면 티브이에서 이효리가 해본 이후 더욱 유명해진 요가 자세이다.


 



바로 이 자세! '시르사아사나' , 이효리




정확히 기억났다. 내가 요가를 하려고 처음 마음을 먹었을 때  이 사진을 보고, 나도 언젠간 효리언니처럼 저 자세를 할 수 있게 될까? 기회가 된다면 꼭 해보고 싶다는 소망을 가져본 적이 있다. 그러나 막상 요가를 시작하고 나서는 다양한 요가 자세를 배우는 것만으로도 벅찼고, 수업 시간 중에도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자세라 그 이후로는 잊고 지냈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시르사아사를 해본다고 했다. 나 말고 다른 수강생들은 이미 여러 번 해본 듯했다. 시작부터 수월하게 잘 따라 하는 것이 보였다. 왠지 조금 겁이 났다.




요가 - 시르사아사나 방법


1. 무릎을 꿇고 앉아서 손깍지를 끼고 손과 발꿈치가 삼각형이 되게 하여 바닥에 댄다.

2. 머리를 삼각형 안쪽의 바닥에 대고 깍지 낀 손으로 머리를 감싼다.

3. 엉덩이를 들고 무릎을 편 후 가능한 머리 쪽으로 다가간다.

4. 한쪽 발을 올리고 몸의 중심을 잡은 후 다른 쪽 발을 들어 올려 두 발로 위로 쭉 뻗는다. 완성된 자세에서 1~2분 정도 복식호흡을 하며 몸의 변화를 느낀다.

5. 자세를 풀고 아기 자세로 휴식을 취한다. 머리의 어지러움이 사라지면 일어나 자리에 앉는다.




1번에서 2번까지는 전혀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3번부터 조금씩 삐끗거렸다. 그 후 4번은 시도도 하지 못했다. 처음에 팔로 지탱하는 것까지 따라 했으나 공중에서 한쪽 발을 올리고, 다른 쪽 발을 올리는 게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완전 불가능!



혼자 낑낑대며 아무리 해봐도 전혀 자세가 잡히지 않았다. 한참 후에 선생님께서 도와준다고 다가오셨지만 그 순간 목, 허리의 무리가 갈까 봐 쉽사리 해보겠다고 하지 못했다. 결국 도전해보지도 못했다. 선생님도 한번 권유하시고서는 그냥 스쳐 지나가셨다. 결국 그날 수강생 중에 나만 빼고 시르사아사나를 모두 다 해냈다.




오늘 나만 못했네. 그래서 요가 수업이 끝나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 분명 선생님이 도와주셨더라면 아마 그날 최초로 시르사아사나를 해보는 것인데... 그런데 차라리 벽에 대고 했더라면 조금 수월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점점 아쉬워지기 시작했다. 솔직히 누가 하지 말라고 한 것도 아닌데 혼자 겁먹고 안 했다가 나에게 남겨진 것은 후회 그 자체였다. 고작 그 자세를 몇 번 시도해 봤다고 그다음 날 팔이 뻐근했다. 물구나무서기 한번 못했으면서라고 생각하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어제 선생님이 도와주셨더라면 나도 그 자세를 성공했을 수도 있다. 솔직히 처음엔 새롭게 만난 선생님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시지 않은 탓이야! 하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점점 그게 왜 그분의 탓인가, 안 하겠다고 한 내 탓이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은 분명 도와주려고 했었다. 원래 기회라는 것이 그렇다. 왔을 때 확 잡아야지 아니면 이렇게 두고두고 후회만 남는다.










다시 마음을 비우기로 했다. 시르사아사나가 뭐라고? 아마도 앞으로 일 년 정도 꾸준히 요가 수련하다 보면 실현가능한 자세가 아닐까 싶다. 기회는 또 올 것이다. 요가는 운동이 아니다. 요가는 운동이 아니라 수련이라고 이효리도 말했단다. 역시 꾸준한 수련이 답이다. 앞으로는 요가의 어떤 자세를 나만 못했다고 발끈하고 속상해할 시간에, 차라리 꾸준히 수련하고 도전해 봐야겠다. 그것이 요가를 배우는 사람의 바른 자세라는 생각이 든다.



꾸준히 수련하기, 요가에만 한정된 것이 아닐 것이다.  무엇을 하려거든, 무엇을 이루려거든 꾸준히 정진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언젠가는 다시 기회가 올 것이다. 그 기회를 잡으려면 앞으로는 게으름을 피워서는 안 될 것이다. 또 후회할 일은 하지 말자. 오늘도 요가로 인생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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