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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Feb 14. 2023

특별한 날이니까 하나만 살게요!

그동안 아이 옷을 계속 물려받아 입혔다. 한 살 터울, 그리고 네 살 터울 조카가 있어서 그 아이들이 입었던 옷을 물려받아 입었다. 때로는 두 아이가 입었던 옷이라 많이 낡은 옷도 있고, 둘째 아이만 입고 물려받아서 깨끗한 옷도 있다. 옷뿐만 아니라 신발도 물려받는다. 이번에는 다른 친구에게서도 운동화를 물려받았다.



이렇게 여러 가지 물건을 물려받을 때마다 엄마는 부자가 된 기분이다. 심지어 우리 아이에게 깨끗하게 입히고 다른 친구에게 물려줘야지 하는 생각도 한다. 이처럼 늘 물려받아 입히다 보니 새 옷을 사는 일은 거의 없다. 일 년에 한두 번 또는 속옷류만 구매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물려받아 옷을 입히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 새 옷을 입혀 놓으면 새 옷을 입은 아이답게 날개를 단 천사 느낌이지만, 깨끗한 옷에 아이가 뭐라도 흘릴까 봐 조마조마하다. 그런 생각을 하느니 차라리 편하게 입히고 싶다. 모두 엄마가 편안하지 않은 탓이다.



그런데 이번엔 조금 다르다. 아이는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간다. 그래서 3월 입학식이 예정되어 있다. 그동안 어린이집에도 입학하고 유치원에도 입학해 봤는데 초등학교 입학은 조금 다른 느낌이다. 실은 원래 같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주위에서 워낙 초등학교 입학을 운운하니 그게 잘 지 않았다.



그래서 입학식 할 때 입을 원피스, 코트, 구두가 왠지 필요할 것만 같았다. 그나마 생각한 것이 입학식 때 입을 옷을 유치원 졸업식에도 입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입학식과 더불어 겸사겸사 새로운 옷을 사고 나면 당분간은 걱정 없이 옷을 입힐 수 있을 테니까 여러모로 괜찮을 것도 같기도 하다는 생각 들었다.








조카의 생일이 다가온다. 그래서 조카의 선물 사주려고 새언니에게 연락을 했다. 연락하니 되려 물어본다. "초등학교 입학하는데 뭐 필요한 거 없어?" "응, 잘 모르겠어!" 하고 말하니 그러면 가방을 사주겠다고 했다. "아! 가방 며칠 전에 이미 샀어!" 원래는 새 학기 가방을 천천히 사고 싶었는데 주위에 학교 보내는 친구들이 가방을 다 샀다고 하니, 심지어 왜 아직 안 사냐는 말까지 듣는 바람에 마음이 급해져 버려서 진작에 주문해 버렸다. 마침 부모님께서 선물해 주셨다.



그럼 또 뭐가 필요하냐고 물었다. 마침 조카는 작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선배이다. "뭐가 필요한지 잘 모르겠어! 뭐가 필요해?" 하고 되물었니 책가방 외에 소풍가방, 핸드폰 가방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필통, 물병등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리고도 아마 학교마다 준비물이 여러 가지 더 있을 거라고 얘기해 주었다. 그제야 나는 학교 입학에 필요하는 것이 생각보다 많구나 알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입학 준비물엔 값비싼 아우터, 예쁜 드레스, 구두 등의 항목은 없었다. 그것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인 까닭이었다.





입학룩, 이런 느낌으로 알죠?




때마다 옷을 물려 입는 아이는 아무것도 사지 않을 것 같지만, 아이에겐 옷 외에도 장난감도 필요하고, 그때그때 아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것들, 마음껏 읽을 여러 분야의 책도, 영양소 골고루 포함된 음식들, 다니고 싶어 하는 예체능 학원도 보내줘야 한다. 그밖에 여행도 필요하고 요즘은 호캉스도 하고 싶어 한다. 그러니까 옷 빼고 보통 아이들만큼 다 필요하다.



그리고 꼭 필요한 것 말고도 아이를 키우다 보면 사주고 싶은 것이 정말 많아진다. 솔직한 마음에 아이 옷을 매번 물려만 입혀 키우고 싶은 부모가 어딨을까? 물론 나에겐 환경보호와 재활용 등 여러 면에서 당연히 괜찮긴 하지만 아예 새 옷 한번 사주지 않고 키우고 싶은 부모는 없을 것이다. 맞다. 내가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입학식 때문이 아니더라도 아이에게 잘 어울리는 원피스와 구두 정도는 구매해볼까 한다. 역시 나에겐 쇼핑을 해야 하는 이유참 많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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