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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Mar 17. 2023

7년이면 잘 사용했지...

몇 년 전 아이를 낳기 전 출산준비물을 준비할 때가 있었는데 사야 할 것이 얼마나 세부적인지, 조금 과장해 결혼준비를 두 번 하는 느낌들기도 했었다. 그래도 첫 아이니 인터넷에 있는 출산준비물 목록을 작성한 후 꼼꼼히 체크 열심히 준비해 놓았다. 그때 수유등을 구매했다. 육아 필수템 중에는 분명 수유등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구매하게 된 첫 수유등은 탁상램프 모양이었다. 여러 가지 수유등 중에 Baby Bright라는 이름의 평범하게 그지없는 그것을 산 이유는 딱 하나였는데 바로 세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유등이 맞긴 한 건지, 어찌나 빛이 밝던지... 심지어 밝기조절도 되지 않았다. 그래도 나름 수유등이니 부가적인 기능이 하나 있었는데 사람이 다가가면 센서가 있어서 불이 켜지는 것이었다. 그런데 얼마나 밝기가 밝은지, 센서를 켜놨다가는 순간 불이 켜지면 아이가 깰 정도였다. 천장에 등이 없던 미국 집에서는 그 수유등을 켜느니 그냥 집에 있는 스탠드 전등을 밝히는 것비슷했다. 지금 다시 찾아보니 무려 LED 라이트였다. 어쩐지 엄청 밝더라...





꽤 밝았던 첫 수유등




그때 우리는 미국에 살고 있었다. 친정엄마가 오셔서 산후조리를 도와주셨는데 어느새 엄마가 한국에 돌아갈 날이 다가왔다. 그동안 남편과 엄마와 함께 아이를 돌보다 혼자 해보려니 조금 겁이 났다. 그래서 엄마를 따라 한국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아직 아이는 60일 밖에 되지 않은 신생아였다. 그렇게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오게 되었는데 그 작고 작은 아기의 짐이 어찌나 많았던지 수유등을 놓고 올 수밖에 없었다. 지금 같으면 그것을 뾱뾱이로 둘러 어떻게든 들고 왔을 테이지만 당시의 나는 그럴 정신이 없었다. 국에 가면 또 수유등을 살 것이라 생각하지 못한 것은 그 60일간 램프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탓이기도 하다.




한국에 들어온 초반에 아기를 재우려면 방의 형광등을 끄고 방 옆의 베란다 불을 다. 분명 형광등보다는 훨씬 덜 밝았지만 그래도 잠을 자기엔 꽤 밝았다. 그렇다고 그 불을 꺼놓으면 깜깜한 방안에 자고 있는 아이가 보이지 않아 얼마나 불안하던지, 다시 적당한 수유등이 필요했다. 그래서 그 당시 국민 수유등이라고 부르는 것을 빠른 배송으로 주문했다. 저렴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일단 육아템은 많이들 사용하는 것을 사면 실패는 없는 것 같다.



그렇게 두 번째 수유등이 우리 곁으로 왔다. 손바닥 터치로 켜고 끄고 가능했고, 무려 3단계 불 밝기 조절이 가능했으며, 핸드폰 충전기로 충전이 가능해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처음에 이게 그렇게 유명하다고? 의아했는데 시간이 점점 지나자 마치 태어날 때부터 램프를 가지고 있던 것처럼 유용하게 사용하게 되었다. 특히나 수유등이 고장 날 일은 크게 없었고, 시간이 흘러 아이가 7살, 8살이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매우 잘 사용하고 있다. 이제 보니 가진 육아템 중에 가장 수명이 긴 것이 이 램프가 아닐까? 속된 말로 뽕을 뽑았다.



지금도 아이는 자기 전에 램프를 가장 낮은 단계의 조명으로 켜두고 잠이 든다. 그런데 그 7년 정도 중간중간 실수로 몇 번 떨어트린 적이 있다. 그래도 다행히도 끄떡없었다. 그런데 며칠 전 이불을 빼서 먼지를 털려고 잡아당겼는데 그때 또 이불 위에 있던 램프가 떨어졌다. 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고 다시 주워서 올려놓았다. 그리고 잊고 있다가 밤에 자려고 형광등을 끄고 수유등을 켰다. 보통 제일 밝은 밝기로 해놓았다가 잠자기 직전 밝기를 제일 어둡게 하는데, 아무리 램프를 두드려봐도(터치) 밝기 조절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순간 낮에 떨어트렸던 사건이 생각났다. 아... 이렇게 램프가 망가지다니! 불행 중 다행인 것은 그래도 불은 들어온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수유등의 가장 큰 장점이 밝기 조절이 된다는 것인데... 써보면 알 것이다. 밝기 조절되는 램프가 얼마나 편리한지!









몇 달 전 우리 집에 새로운 램프가 생겼다. 아이가 선물을 받은 것인데 좋아하는 캐릭터로 만들어진 램프라서 굉장히 신나 하고 기뻐했다. 그러나 엄마인 나는 집에 램프가 하나면 되지 여러 개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새로 생긴 램프가 심적으로 불편했다.



그날 밤 선물 받은 램프를 켜봤다. 그런데 분명 밤인데 낮이 된 줄 알았다. 첫 수유등은 밝은 것도 아니었다. 램프가 어찌나 밝던지 잠을 자려고 천장 등을 끄고 이 램프를 켜면 방 전체가 밝아져서 아이가 쉽사리 잠이 들기도 어려웠다. "엄마 눈 부셔요" 아마도 선물 받은 이 램프는 책을 읽도록 만들어져 이렇게 밝은 조명이 아닐까 싶어 진다( 책 모양 조명이다) 게다가 이 램프는 충전식도 아닌 데 그 조명을 켜려면 꼭 선을 플러그에 꼽아 놓아야 하는 구조이다. 그런데 충전기의 선이 짧아 침대 가까이에 놓을 수도 없다. 아니 세상에 이렇게 불편하기까지 하네...









예전의 나라면 수유등, 미니 전등, 플로어 램프, 선물 받은 조명 등등 예쁘고 멋진 다양한 램프를 집안 곳곳 들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는 똑같은 용도의 물건은 하나로 제한하고 싶다. 여전히 우리 집에는 같은 용도의 물건들이 많이 남아있다. 하지만 이미 가지고 있던 것이기 때문에 잘 쓰고 처분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 생긴 램프는 아무래도 정리가 필요할 것 같다. 물론 아이의 것이니 상의를 해봐야겠지만 말이다.



꼭 필요하지 않은 것을 두 개나 갖고 산다는 것이 이제는 조금 불편하다. 이번에 선물 받은 램프를 통해 같은 품목은 절대, 더 이상 사지 않기로 다짐해 본다. 또한 미니멀 리스트로 잘 살아가보기로 다시 한번 결심해 본다.



수유등을 사서 7년 정도 매일 사용했다는 점은 너무도 만족스럽다(기대하지 않았던) 매일 밤마다 깜깜한 공간에서 수면 직전의 안락함을 책임져 주던 램프. 아쉽게도 고장이나 밝기 조절을 기대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완전히 고장 나는 때까지 끝까지 잘 사용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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