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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Jun 13. 2023

마스크 속의 진실

거울너 깊어진 팔자 주름을 보인다. 그동안 마스크를 쓰고 다니느라 얼굴에 소홀한 탓일까? 아직 마흔도 넘지 않았는데 점점 선명해지는 주름을 볼 때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렇게 좋아하던 거울 보기도 점점 망설여진다. 그런데 팔자주름이 왜 이렇게 심하냐고? 이유는 딱 하나다. 매일, 매 순간 최선을 다해서 웃은 탓이다. 지난 세월 얼마나 밝게 웃고 다녔는지 팔자주름이 이렇게 깊어졌다. 다 내 탓이다.




태생이 밝다고 했다. 솔직히 힘든 일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늘 밝은 얼굴로, 정말 매일같이 웃고 다녔다. 그런 나를 보고 사람들은 '성격 좋다' '얼마나 밝고 좋아~' 이런 칭찬을 수시로 했었다. 그런데 그게 언제 적이야? 이제는 조금 오래된 이야기다.



지금에서야 그때를 되돌아보니 그 얼굴은 진짜였을까? 정말 재밌어서, 즐거워서 웃는 날도 있었을 테지만 때로는 계속 웃다 보니 어느덧 얼굴에 미소가 자연스럽게 배어있어서 웃는 날도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느 순간 미소라는 마스크를 끼고 살아가고 있다. 게다가 점점 가짜로 웃을 일도 그렇게 많지 않다. 감정이 조금씩 무뎌진다고나 할까? 실은 나는 곧 얼굴 미간에 생길 주름이 걱정된다. 뭐 그렇게 신경 쓰고 짜증 나고 화나는 일이 많았을까... 왜 나이 들면 얼굴에 그동안 살아왔던 모습이 주름으로 다 나타난다고 하던데 그게 정말 무섭다. 요새 얼굴 상태를 보면 곧 나는 얼굴에 팔자주름과 미간주름까지 콤보로 갖고 살아 것 같아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다. 지금 글을 쓸게 아니라 피부과에 달려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분명히 코로나 시기는 불편했지만 덕분에 마스크를 끼고 다니는 일상은 참으로 편했다. 처음엔 바이러스가 겁나고, 생활이 불편하고, 마스크 때문에 화장품이 묻는 것도 싫었고, 여름에도 마스크를 끼느라 숨쉬기가 곤란할 때도 있었지만 언젠가부터 마스크를 끼는 생활이 익숙해졌고 되려 편해졌다. 최근에서야 마스크 의무가 해제가 되었는데도 마스크를 자주 쓰고 다닌다. 왜냐하면 마스크 덕분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표정을 드러내지 않아도 되는 일이 얼마나 편한지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마스크 쓰기 이전의 삶은 잘 모르겠다. 그런데 최근에는 사람들을 관찰해 본 결과 서로에게 굉장히 시큰둥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평소의 내가 아무리 미소 짓고 다니고, 나이스하게 대해도 상대편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차라리 반대로 내가 관심 없고, 무표정으로 지낼 때 되려 더 좋은 사람들을 더 만난 것 같다. (나한테 왜 그래요...)



원래대로라면 내가 미소 짓고, 선한 행동을 하고 다니면 그 효과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줄 것만 같은데 생각보다 그렇지 않은 것에 충격이었다(적어도 나한테는 그랬다). 그런 생각을 하면 할수록 이럴 거면 차라리 다른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의 선만 유지하되 보통의 무표정으로 사는 것이 더 낫겠다는 결론이 내렸다.



하여 이제 예전처럼 많이 웃지 않는다. 그러나 미간에 주름이 생길 정도로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지도 않으려고도 노력한다. '무표정으로 살아가는 것' 꼭 내가 원하는 어른의 삶이었다. 어쩌면 이전의 나는 덜 성숙한 어른이었고, 힘들게 노력하여 웃는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마스크를 쓴 삶이 편할 수밖에...










일희일비, 기분이 오락가락, 감정선이 넘치는 나에게 어른이 된다는 것은 지금과 완전히 반대의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어릴 때는 얼굴에 표정이 너무 많아 나의 모든 감정이 표정에 다 드러났다. 친구들이 그랬다. "야~ 너 얼굴에 다 쓰여있어!" 그러다 보니 점점 나이 들어가며 계속 이렇게 살아도 되나 하는 걱정이 한편에 있었다. 왜냐하면 이 정도 나이가 되면 겉모습이 어른처럼 보이는 나는 어떤 일에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때로는 무심한 사람이 되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솔직히 현실은 여전히 재밌고 좋은 것들이, 화나게 슬프게 하는 일이 많아 얼굴에 굉장히 잘 드러난다. 아무리 노력해 봐도 매일매일 감정의 기복은 어찌나 큰지, 얼굴 표정이 시시때때로 변한다. 가끔 이러는 내가 미친 같기도 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른은 무표정으로 살 것만 같은데... 그런데 그 무표정의 다른 말은 편안함일까, 체념일까?







다시 생각해 보니 마스크 속의 나는, 어른이 되지 못한 모습을 감추기 위한 수단이었던 것 같다.  









최근 마스크 속의 나는 mbti의 E와 I를 넘나 든다. 마스크 없이 하지 못했을 행동을 자연스럽게 E인척 하고 천연덕스럽게 해버리기도 한다. 때론 I인 척 조용히 지내면 그만이다. 마스크 속의 나는 그곳에 숨어 분명히 안락했다. 때로는 불안해지기도 했지만 그것은 나만이 아는 일이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마스크 속에 나를 감추며 살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제는 금방이라도 마스크를 벗어버려도 편안한 사람이 되고 싶어 진다.









메인 사진 : https://pin.it/4FEnEc7

본문 사진 : https://pin.it/6Ds4Z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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