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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Oct 27. 2023

돈이 행복의 전부가 아니었으면 좋겠어

오랜만에 좋아하는 카페에 들렀다. 따뜻한 바닐라빈 라테와 에그타르트를 주문했다. 오목한 커피잔에 예쁜 라테 아트 그리고 옆에 앙증맞게 놓여있는 에그타르트.



달콤한 바닐라 시럽이 들어간 고소하고 진한 라테, 커피 한 모금 마시고 나니 '인생의 행복이 무엇일까 바로 이것이지' 하면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8500원의 마법' 그 순간 나는 분명히 행복을 돈으로 샀다. 과연 목에 칼이 들어와도 이 커피와 디저트를  포기할 수 있을까? 싶었다.




바닐라 라테 & 에그타르트 최상의 조합









 

제주에 와서 수많은 카페를 찾아다녔다. 유명한 카페, 덜 유명한 카페, 중심가에 있는 카페, 먼 카페, sns에 유명한 카페, 제주도민에게 유명한 카페 등등...  한번 가본 카페는 다시 가지 않겠다는 철칙이 있는 남편과 함께 정말 많은 곳을 다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가던 곳만 가는 습성을 여태 버리지 못해 혼자 있을 때는 늘 정해놓은 카페만 간다. 유독 여러 번 찾은 카페는 딱 세 군데이다.  아무 생각 없이 자주 들릴 수 있는 스타벅스, 그리고 모닝커피가 저렴한  제주커피체인점, 그리고 라테가 정말 고소한 오늘 다녀온 카페이다.



특히 오늘도 다녀온 그 카페는 고소하고 진한 커피가 너무도 내 스타일이라 여러 번 가고 또 가도 좋았다. 이렇게 카페가 많은 지역에서 이 라테맛집 카페 한 곳을 이렇게 많이 갈 생각은 없었는데 적어도 10번은 다녀온 것 같다. 정말 맛있고 진한 커피가 마시고 싶을 때 생각나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나는 거의 매일 카페를 간다. 남편과 아이와 가기도 하고, 친구들과 가기도 하고, 혼자 가기도 하고, 제주에 손님이 오시면 또 유명한 카페를 찾아가기도 한다. 이렇게 매일 마시는 커피는 하루에 5천 원~7천 원 그러면 일주일 3~5일 정도만 해도 대략 한 달 10만 원 정도이다. 거기에 디저트까지 더해진다면 20만 원 정도는 매달 커피에 쏟고 있다. 그래도 디저트를 매번 먹는 것은 아니니까 매달 평균 15만 원으로 보고 12개 월하니까 대충 180 정도의 소비이다. 그렇다면 1년에 200 정도 쓰는 카페비용이라면, 10년이면 2000만 원. 100년이면 2억이다. 그러나 앞으로 나의 수명을 보면 100년 동안이나 카페를 가지 않을 것 같아서 대충 그 절반으로 50년만 잡아도 1억이나 되는 비용이다.




50년에 1억 카페비용, 이렇게 계산하다 보니 이걸 왜 계산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대체 무슨 짓이야!)




종종 유튜브나 블로그 글에 '커피 한 잔 마실 돈으로 투자해라, 스타벅스에 갈 돈으로 이걸 해라, 커피 값 아껴야 부자 된다 , 부자가 되려면 절대 쓰지 않아야 하는 것' 등등의 내용이 자주 대두된다. 근데 실제로 대충 계산을 해보니 1억이나 드는 것이다. 보통 1억은 돈을 모으는 시드머니 첫 번째로 따지던데... 그 1억은 분명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개인차가 있는 돈이기는 하다(난 솔직히 큰데!? ). 그런데 정말로 커피값을 아끼면 우리는 부자가 될 수 있는 걸까? 과연 이 돈을 아껴서 내 소소한 즐거움 포기해야 하는 것일까?








얼마 전 이모가 여행 오셨는데, 이모 주위의 부자들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입이 떡하니 벌어지는 재벌 수준은 아니었지만 분명 누군가 들어도 부자라고 생각할 정도의 경제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그들은 앞으로의 근로소득이 아니라 이미 가진 돈만으로 원하는 것은 뭐든 할 수 있는 정도의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요즘의 나는 적당히 쓸 만큼의 돈만 있으면 그렇게 큰 부자는 되지 않아도 될 텐데 라는 마음으로 살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부자들) 에게 큰 부러움이 들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런 얘기를 든 직후라 다시 한번 돈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특히 얼마 전 아르바이트를 해볼까 해서 지원했던 터라 그전에 당분간 아르바이트로 벌 수 있는 비용에 대해서 계산해 본 후라 더욱 돈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해봤던 것 같다.




오늘 나는 바닐라라테와 에그타르트를 먹으며 참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순간 이 행복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나에게 넉넉한 돈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게는 커피 한잔, 달콤한 디저트부터... 제주 또는 가까운 여행지로로 가는 경비, 해외로 가는 여행, 주기적으로 사야 하는 옷과 신발 그리고 가방 등등... 괜히 글을 쓰던 버지니아 울프가 매년 500파운드가 있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 것은 우연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나는 이제 돈이 없으면 행복해지지 못하는 걸까? 정말 그것은 우리 삶의 전부일까?








오늘 동네를 산책하다 감과 무화과가 주렁주렁 달린 나무들을 보며 신기했다. 태어나 처음 봤던 무화과나무, 우리 집에 있는 커다란 감나무. 줄곧 무화과가 어서 크길 기다렸었는데 이미 커다랗고 빨가안해진 무화과를 보고 나니 내 마음이 얼마나 들뜨던지! 게다가 감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감을 보며 보기만 해도 얼마나 배부르던지 모른다.



난 오늘 가을의 문턱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햇살, 빨갛고 노랗게 물들고 있는 나무들, 높은 하늘, 드넓은 바다, 길가에 푼 작은 꽃들을 보며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러니까 그 따스한 감정을 나는 오늘 돈 한 푼 쓰지 않고 느낄 수 있었다. 역시 자연이 주는, 그 여유가 주는 소소한 행복이 있었다.



분명 돈으로 얻어지는 행복과 돈 없이 얻어지는 행복은 다를 것이다. 그러나 꼭 돈이 있어야 행복하다는 생각은 버리고 싶다. 가능하다면 빨리.









매일 예쁜 카페를 가는 것은 솔직히 부담이다. 커피나 디저트 가격 때문부터가 아니라 가까운 거리에 있을 때도 있지만 분위기 좋고 특이한 카페는 제주 시내에서도 한참 가야만 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그곳까지 운전하고 가는 나의 노동이(최소 30~1시간) 더 크게 들 것 같다. 그래도 나의 가장 큰 기쁨은 매일 마시는 커피 한잔이 가성비 제알 좋은데, 워낙 커피를 좋아하니 이제는 한잔 가지고는 되지도 않는다. 그리고 지난 글에 언급했던 높은 카페인 함유 때문이라도 매일 커피를 마시고, 카페를 찾아가는 것이 딱히 나에게 좋은 점만 가져다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반복되는 사소한 행복에 대해 감사할 줄 모르게 되는 될까 봐도 마음이 무거워진다. 매번  맛있는 음식을 먹고, 달콤한 커피를 계속 먹고 있다면 과연 내가 그것에 계속, 영원히 감사할 수 있을까? 가끔 가는 예쁜 카페, 달콤한 캐러멜 마끼아또, 비행기 타고 가는 해외여행,  손에 꼽힐 정도로 하는 쇼핑 등등, 분명 매일 하는 평범한 일보다 조금 특별하고 작은 일에 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자유롭고 싶어졌다. 물건으로부터, 여행으로부터, 커피로부터, 맛있는 음식으로부터 그런 식으로 만들어 얻어지는 행복으로부터 자유롭고 싶다.


돈이 있건 없건,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건 없건, 그것과 관계없이도 계속 작은 즐거움을 찾고 싶다. 그저 소소한 행복에 늘 감사하며 지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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