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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Oct 24. 2023

정직하게 살고 싶을 때가 더 많지 않아?

오늘처럼 부슬부슬 비가 오는 코타키나 발루에서의 세 번째 밤이었다. 한 손엔 현지 돈이 든 봉투를 들고, 한 손엔 우산을 받쳐 들고 선셋바에(sunset bar) 다녀왔다. 리조트의 다른 곳에서 저녁을 먹은 후였고, 그날따라 비가 와서 선셋을 볼 수 없었던 날이기도 했다.  



우리가 코타키나발루에서 묵고 있던 리조트는 특히 아름다운 선셋을 볼 수 있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그리고 그곳엔 그 광경을 보기에 딱 완벽한 바(bar)가 야외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곳의 이름은 말 그대로 선셋바(sunset bar)였다. 유명한 곳이라 리조트의 투숙객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예약을 하고 가는 곳으로, 매일 선셋을 보려고 사람들이 정말 많이 붐비는 장소였다.  



나도 익히 들어 알고 있던 곳이라 한 번쯤 들려봐야지 했던 곳이었다. 도착한 다음날 늦은 오후 산책을 하다가 예정에 없던 선셋바를 발견했다. 이미 예약한 사람들이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도 늦게 그 줄에 합류했다. 그러나 선셋바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예약을 하지 않은 사람은 바(Bar의 바) 자리만 (남아서 그곳밖에) 앉아야 하고, 그 자리엔 음료마다 정해진 가격이 있어(일명 자리값) 그것으로 마셔야 한다고 했다. 이것에 동의해야 입장할 수 있었다.



유명한 곳이라 현지물가에 비해 가격은 좀 더 있었으나 우리도 여행지에 왔으니 선셋을 즐기고 싶어 바로 입장했다. 칵테일 한 잔과 음료 두 잔을 주문했다. 조금씩 음료를 마시고 있었더니 해가 지는 시간이 되었고 듣던 대로 최고의 선셋을 감상할 수 있었다.



그런데 현금을 들고나가지 않았던 산책이었던 터라 계산을 할 때는 리조트 묵고 있던 방으로 달아두었다. 이렇게 해놓고 나중에 체크아웃할 때 한꺼번에 지불하면 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번호가 어찌나 헷갈리던지 외우는 게 힘들었다.  왜 방번호 시작이 9로 시작하는 것인지...  9214, 9124 그것 참 어려웠다. 문제는 그렇게 헷갈려하며 적었던 방 번호가 잘못되었나 보다.





멋있던 코타키나발루의 선셋




그리고 다음날 점심즈음 로비에 들린 김에 어제 마신 음료수 값을 지불하려고 했다. 그런데 우리 방에 결제요청된 것이 없다고 했다. 확인해 보려고 선셋바에 연락을 취했으나 하필 선셋바의 오픈시간은 저녁 5시 정도라 전화연결도 되지 않았다. 오후에 한번 더 로비에 가봤지만 또 결제를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리조트 안에 다른 곳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그 후에 다시 한번 시도해 보기로 했다. 혹은 선셋바로 직접 가도 될 테고...



그날 밤은 비가 올 듯 말 듯 선셋도 보이지 않더니 결국 저녁을 먹은 후에는 비까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선셋바까지의 거리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거리.  그래도 내일은 또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 돈과 우산을 들고 선셋바로 걸어갔다. 선셋바는 비치를 따라 걸어서 더 끝으로 가야 되는 곳으로 저녁 먹은 후 산책을 하기엔 좋은 곳이었으나 비가 오는데 걷기엔 좀 애매한 거리였다. 그래도 가야만 했다.



"어제 결제 못한 돈을 내러 왔어! "


"너구나! 와줘서 고마워!"



그들은 나를 기다렸다고 했다. 어제 내가 알려준 방의 번호 오류로 결제를 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렇게 다시 결제하러 찾아와 줘서 정말 고맙다고 여러 번 말해주었다.



내가 내야 할 금액은 말레이시아 돈 150링깃, 우리나라돈으로 따지면 45000원의 돈이었다. 그 돈은 너무 적지도 너무 많지도 않은 금액이었다. 사실 우리 방으로 결제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내지 않아도 누구도 알 수 없던 돈이었다. 그래도 절대로 모르는 척할 수 없는 돈이었다. 개인적인 양심의 문제였다.



그래, 그들은 끝내 물어봤었다.

"어느 나라에서 왔어?" "응, 한국에서 왔어"



그냥 모르는 척 돈을 지불하지 않고 가버렸다가는 내가 먹은 그것을 일하던 누군가 자신의 일당으로 메꿔야 할지도 모르고, 특히 내가 한국인인 것을 알았다면 국가적인 망신이 될 수도 있었다. 그렇게 생각만 해도 정말 싫었다.



나에게 많이 고마워하던 그들은 나에게 'free drink'를 제안했다. 그들은 '오렌지 주스'나 '코코넛 음료'정도를 예상했을 텐데 나는 '모히또'를 마시고 싶다고 했다(여름 내내 모히또를 만들어 먹을 만큼 최고로 애정한다) 잠시 망설이는 듯싶었다. 순간 비싸서 그런가? 생각했다. 그런데 보니 테이크 아웃 컵이 없어서였다. 그러나 바텐더가 순식간에 생각해 낸 방법은 코코넛 모히또를 만들어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코코넛을 테이크 아웃 컵으로 쓸 작정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받았던 '코코넛 모히또'







사실 요즘의 나는 너무 정직해서 스스로도 너무 융통성이 없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누군가 웃자고 한 말에 고지고 때로 믿고 진지해졌고, 누군가 한 말고 설마 거짓말이라 생각한 적도 없이 그저 순수한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렇게만 받아들이는 내 모습이 너무 바보 같기도 했다. 결국 다른 사람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이제는 조금 느슨하게 지내고 괜찮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그것과 별개로 코타키나발루에서 내가 가졌던 양심과 정직함은 오히려 내가 우습지 않은  아닌 진실된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



그것으로 하여금 그동안 나의 삶을 되돌아보건대 크게 모나지 않고, 못되게 살지 않고, 착하고 성실하고 무엇보다 정직하게 산 덕분에 큰 시련이나 아픔은 없던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파리의 노트르담 대학의 심리학과 교수인 아니타 E. 켈리 박사에 따르면, 정직한 사람들은 더 행복하고 건강하다고 한다. 이 연구에 비추어 보면, 정직하고, 거짓말을 하지 않으며, 자신과 자신의 말에 진정성을 갖는 것은 더 큰 행복을 창출한다. 그리고 사람의 건강은 그들의 내적 균형과 마음의 평화를 직접 반영한다고 한다.



그래서 앞으로도 정직하게 살아볼까 한다. 나의 내적 균형과 평화를 위해서 말이다. 그렇다면 더 행복하고 건강해질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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