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lair Oct 30. 2023

제주에서 병원투어를 할 줄이야


하교하고 돌아온 아이의 목 주변이 이상하다. 아이가 간지럽다고 해서 살펴보니 목 뒤에 수많은 빨간 반점이 자리하고 있었다. '으악 이게 뭐야, 징그러워!' 이런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태어나길 피부가 예민해서 그동안 자잘 자잘하게 발진이 올라오곤 했는데, 이렇게 몸에 크게 나타난 것은 아이가 돌즈음 분유를 잘못 바꿔서 온몸에 두드러기가 올라오고, 후에 과자를 먹고 나서 온몸에 알레르기가 올라오고 이번이 내가 기억하는 것이 세 번째 피부발진이다.



그런데 이번의 피부발진은 그 범위라던지 생김새가 너무도 지독하게 생겨서 조금 많이 놀랐다. 빨간 반점이 독이 가득 오른 모양으로 목 뒤편을 가득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그랬냐고 물어보니 점심시간 즈음부터 목이 간지러웠다고 한다. 처음엔 이렇게 심하지 않았을 터 학교에. 있는 동안 이미 여러 번 긁어서, 목 뒤편 주변이 빨갛게 번져있었고 나중에 보니 그곳을 긁고 다른 곳을 긁으면 그곳에도 빨간 반점이 생기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서둘러 피부과에 가보니 의사 선생님께서는  벌레에게 물린 것이라고 했다. 먹는 약과 바르는 약을 동시에 처방받았다. 아이가 처음엔 많이 간지러워해서 그곳으로 자꾸만 손이 갔는데, 다행히도 시일이 지날수록 점점 빨간 부분은 가라앉고 덜 간지러운 듯했다.



처음엔 말로만 듣던 동백나무 벌레에게 물린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병원 가서 물어보니 다른 벌레라고 했다. 동백충에게 물리면 더 심할 것이라고... 아무튼 물린 부위가 너무 징그러워서, 또한 그렇게 큰 발진은 처음이라 조금 무서웠다.

'금세 가라앉지 않으면 어쩌지? 더 번지면 어쩌지?'



실은 나도 요즘 몸이 조금 간지러웠다. 며칠 전부터 몸의 앞부분이 조금씩 간지러워 긁고 있었다. 그러더니 후엔 몸의 이곳과 저곳을 긁적긁적 긁기 시작했다. 이러다 말겠지 하며 곧 잠잠해질지 알았는데 그와 반대로 점점 간지러워지고 결국 몸의 이곳저곳이 상처로 남았다. 아무래도 아이가 피부과에 갔을 때 함께 진료를 보는 것이 낫겠다 싶어 진료를 봤는데, 나도 벌레에 물렸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이미 수일이 지났고 몸에 상처가 이곳저곳 남았기 때문에 열흘동안 먹을 항생제와 바르는 연고를 처방받았다. 겨우 며칠 몸이 조금 간지러웠을 뿐이었는데 이렇게 긴 기간 동안 약을 먹어야 할 줄은 몰랐다. 아마 아이가 아니었으면 나는 피부과에 가지 않았을 수도 있다.



아이와 내가 동시에 피부과를 다녀왔다. 게다가 이 피부과는 남편이 다녀왔던 피부과였다. 남편도 언젠가 몸이 간지럽고, 긁어서 상처가 나서 피부과를 다녀왔었다. 대체 우리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요즘 나는 매주 정형외과에 들린다. 지난번 발이 다친 이후로 제주에서 정형외과에 다시 갈 일은 없을지 알았는데 지난번 교통사고로 매번 물리치료를 받으러 다닌다. 그런데 생각보다 호전이 없어서 지난주에는 한의원에도 가봤다. 한번 다친 곳이 금방 낫지는 않는 것인지 혹은 병행하면 더 빨리, 금세 낫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한의원도 다니게 되었다.



일생에 한 번도 가본일 없는 정형외과를 이곳에서 이렇게 갈 줄은 몰랐다.



이곳에 겨우 2년 동안 사는 동안 병원을 얼마나 많이 갔는지, 아이 키우는 집은 다 그렇다는데 소아과를 너무 열심히 다녀서 민망할 지경이다. 애가 하나라 유난 떠는 거 아니냐 하지만 아이가 재채기를 끊임없이 하고, 누런 콧물을 흘리거나, 열이나 거나, 기침을 하는 경우에는 소아과를 가지 않을 수가 없다. 제발 나도 병원을 그만 가고 싶을 뿐이다.



게다가 무엇보다 제주에서 자주 다닌 곳은 어린이 치과였다. 제주에 이주한 이후에 아이의 치과의 검진날짜가 다가와서 제주시에 있는 유명한 어린이 치과에 갔는데 충치를 발견했다. 그 충치를 치료하러 다른 치과를 소개받아 가기도 하고, 현재 시기가 치아교체되는 중이라 제주에 와서 이가 무려 6개나 빠졌다. 그리고 불소도포도 한 번씩 해야 하고 해서 치과도 정말 많이 갔다.



그리도 아이가 평생 안과에 갈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말도 안 되지만) 제주에서 안과도 두 군데나 갔었다. 한 번은 실수로 눈이 찔려서 갔었고, 한 번은 눈병이 심하게 와서 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가장 많이 간 곳은 소아과와 이비인후과이다. 제주에 와서 아이가 다니는 소아과만 곳, 이비인후과가 한 곳이다. 첫 번째 소아과는 토요일이나 아니면 위급할 때 가는 곳이다. 처음 제주에 와서 추천받은 곳이라 다니기 시작했는데, 처방해 주시는 약이 너무 세서 위급하지 않으면 자주 갈 수가 없는 곳이다. 그러나 위급할 때는 이곳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병의 세기가 약할 때는 또 다른 소아과에 간다. 그러나 이곳의 문제는 아이의 중이염을 여러 번 ㅈ놓치셨기 때문에, 귀가 아프다는 얘기가 있으면 이비인후과로 달려간다.


최근에 제일 많이 가는 소아과는 왕복 한 시간이 넘게 걸리는 곳인데, 주차도 굉장히 멀리해야 해서 불편하지만 아이와 약이 제일 잘 맞는 병원이라 불편함을 감수하고 다니고 있다. 오늘도 소아과를 어디 가야 하나 고민 중이다. 감기가 나을락 말락, 비염이 좋아질락 말락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너무도 익숙해진 병원라이프






 

새로운 곳에 가서 사는 것은 새롭고, 재밌기도 한데 한편으로는 이런 것들이 문제이다. 사소하게는 마트, 관공서, 식당부터 특히 이런 의료기관을 모두 새롭게 다 찾아야 하고, 무엇보다 아이를 키우고 있기 때문에 가까운 소아과를 찾는 것도 중요하고, 만에 하나 그 소아과가 우리 아이와 약이 맞지 않는다면 다른 소아과도 이비인후과도 가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 아이는 어릴 때부터 병원에 자주 다녀 꽤나 친숙하기 때문에 병원을 간다고 해도 무서워하지 않아 한다는 것이다(예외는 예방접종 주사를 맞을 때다) 오히려 이제는 어느 병원은 사탕을 많이 줘서 좋고, 어느 병원은 어째서 좋고라는 구별까지 하기 시작했다.



더 다행인 것은 한밤중에 응급실을 가게 되는 일이나, 큰 사고 없이 자잘 자잘하게 소아과나 이비인후과를 다니는 것뿐이라 감사할 따름이다.









겨우 2년 사는 동안 제주에서 이렇게 다치고 아프고 병원에 자주가게 될지는 몰랐다. 그러니까 제주 사는 2년 동안 소아과, 이비인후과, 정형외과, 안과, 피부과, 치과, 한의원 생각보다 더 많은 병원을 돌아다니게 되었다. 안타깝게도 제주에 와서 아이의 비염이 더 지독해지고 있다. 육지에 살 때는 이 정도로 심하진 않았던 것 같은데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하게, 자주 비염이 나타난다. 제주살이 중에 제일 안타까운 부분이다.





무엇보다 어디에 살던 병원은 안 갈 수는 없으니 이렇게 맘 편히 병원 다닐 수 있는 환경에 감사해 본다. 다른 나라의 병원 상황을 들어보면 의료는 한국이 최고인 것 같다.




어찌 됐든 이번 달은 교통사고, 다른 사고, 게다가 피부발진까지 여러모로 머리가 아픈 달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순 없고, 제주라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닐 테다.  감기야 어디서든 걸리기야 할 테니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지난주 생긴 아이 피부에 발진이 꽤 빠르게 사라지고 나아가고 있어서 조금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어 다행이다. 단지 앞으로는 조금만 덜 병원에 가게 되었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돈이 행복의 전부가 아니었으면 좋겠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