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밤의 일이다. 평소에 밤이면 창문을 다 닫고 지낸다. 그런데 안은 밝고 밖은 어두우니 벌레들이 실내로 들어오려고 거실창문에 자꾸만 부딪힌다. 그 소리가 꽤 자주 들리긴 하지만 집 안으로 들어오진 않았으니(가끔 들어온다) 신경 쓸 일이 많지 않다.
그런데 오늘따라 창문에 벌레 부딪히는 소리가 많이 들린다 생각했다. 그 순간 옆에 의자 아래 커다란 벌레가 뒤집혀서 버둥버둥거리고 있었다. 내 새끼손가락 반만 한 정도의 제법 큰 사이즈의 벌레이다. '으... 너무 징그러워' 나는 단숨에 파리채를 찾으러 갔다.
순식간에 파리채를 찾아서 벌레가 있던 자리로 돌아오는 데, 뒤집혔던 벌레가 몸을 뒤집어서 거실을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문제는 벌레의 크기가 크다 보니 날갯짓을 하니 더욱 위협적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반짝임을 보았다. '설마!!!!!' 그렇다. 엉덩이에 형광 불빛이 반짝반짝, 바로 반딧불이였다.
바닥에서 낮게 살짝, 짧은 거리를 날아다닐 때는 불빛이 보이지 않지만 크게, 높이 날라디니니 엉덩이에서 반짝반짝 불이 났다. 내 눈으로 직접 이렇게 가까이에서 반딧불이를 보다니 거짓말 같았다. 너무너무 신기해서 지금 당장 아이를 깨워야 할까 고민이 들었다.
언젠가 지나다가 들은 이야기로는 보통 제주에서 반딧불이는 6월 말에 볼 수 있는데... 우리 동네에는 가을 반딧불이가 나온다고 했다. 그러나 평상시에 밤에 밖에 나가 있을 일이 없어서 본 적이 없었는데 반딧불이가 이렇게 집으로 찾아와 주다니 꿈만 같았다. 그동안 집안에서 보았던 수많은 벌레들이 모두 용서가 되는 순간이었다.
컵에 갇힌 반딧불이 신세 - 곧바로 보내주었다
친정 엄마가 어릴 때는 반딧불이를 정말 많이 봤다고 하는데, 지금은 한국의 시골에서도 반딧불이를 보는 것이 쉽지 않다. 청정지역인 제주에 와서도 어느 특정지역에만 볼 수 있다고 한다. 게다가 정해진 때에 예약을 해서 봐야 하는 것이기도 하고, 번번이 기회를 놓쳐서 제주에서도 반딧불이를 만나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실은 내가 처음 반딧불이를 본 것은 한국에서가 아니었다. 그때는 바야흐로 내가 미국에 살던 때이다. 집 앞에서 차를 기다리다가 길가에 날아다니던 반딧불이를 보았다. 아마도 반딧불이 시즌이었을까? 그런데 아쉽게도 미국에서 살다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기 전 며칠 전이었다. 그 후로 반딧불이를 더 보고 싶다 한들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날 품에 안겨있던 아이는 고작 한 살 정도였고, 그 반딧불이를 보고 너무 신기한 부모는 아이에게 반딧불이를 가리키며 아무리 알려줘도 어린아이에게는 아직 그것이 무엇인지 전혀 인식이 되지 않았다. 가만히 앉아있던 반딧불이도 아니고 초여름 밤을 신나게 날아다니는 녀석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에게는 반딧불이의 기억이 전혀 없었다. 나도 삼십몇년동안 반딧불이를 본 적이 딱 한 번뿐이었는데 어쩌면 아이가 아직 모르는 것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던 중 올해 여름에 우리는 수많은 반딧불이를 만날 수 있었다. 아이와 함께 코타키나발루에 다녀왔다. 그곳에는 '반딧불이 투어'가 있다고 했다. 그러니까 그때까지 내가 본 반딧불이는 미국에서 본 그 한 마리의 반딧불뿐이었는데... 무려 반딧불이 투어라니! 여행이 엄청 기대되었다.
반딧불이를 만나기 위해 어둑어둑해질 무렵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의자가 많이 놓인 뗏목을 타고(배가 아니라 뗏목느낌) 작은 강을 조금씩 거슬러 올라갔다. 중간중간 조금씩 조금씩 반딧불이가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었다. 어둑해질 무렵이었으니 처음엔 그렇게 많은 반딧불이 보이지 않았는데 점점 깊은 곳으로 갈수록, 어두워질수록 반딧불을 더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때때로 반딧불이가 많이 보이지 않을 때면 우리는 "마리야~마리야(코타키나 발루 말로 '이리 와'라고 한 말이었던 것 같다)" 하고 열심히 부르면서 반딧불이를 찾아 헤맸다.
그러다 유독 반딧불이 많이 붙어있는 나무를 만나기도 했다. 어두워서 나무의 생김새를 잘 볼 수 없었지만 유독 가늘고 여린 잎이 붙어있는 느낌이 드는 그 나무에는 수많은 반딧불이 날아다니며 반짝이고 있었다. 마치 크리스마스트리 같았다. 그날은 마치 영원히 잊지 못할 밤이었다.
아이가 태어나 처음 보는 반딧불이, 나도 태어나 그렇게 많은 반딧불이는 처음 봤다. 반짝반짝 그 작은 몸으로(우리나라에서 본 것보다 사이즈가 훨씬 작다) 그렇게 밝게 빛을 내어 짝을 찾으려면 힘들겠구나 싶기도 하고 말이다. 그리고 지구가 이렇게 아프다는데 청정지역에서만 산다는 반딧불이를 앞으로는 보기 힘들겠지 하는 생각을 하며 슬프기도 했었던 것 같다.
집에 들어온 반딧불이는 잠시 아이를 보여주러 잡아놨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힘도 없어 보이고 이대로 아침까지 가둬놓았다가는 죽을 것만 같아서 곧바로 바깥으로 내보내 주었다. 반딧불이의 삶에 대해 찾아보니 겨우 2주밖에 못 산다고 하는데, 오래 살지 못하 는 것도 억울한데 우리 집에서 죽으면 더 억울할 것만 같은데 아무래도 잘한 것 같다.
특별한 일이 없는 제주 일상 중에 반딧불이를 만난 것은 유난히 신기한 일이었다. 올해도 제주에서 반딧불이를 못 보나 아쉬웠는데 이렇게 우연히 반딧불이를 만나게 되다니! 정말 꿈만 같았다. 게다가 나는 집안에 가만히 있었는데 우리 집으로 반딧불이가 알아서 들어오다니~~~ 마치 우리 집으로 행운이 굴러들어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곧 우리에게 좋은 일이 생기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