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주의 날씨는 정말 좋았다. 반짝 추웠던 며칠을 제외하고는 계속 따뜻한 온도로 평온한 느낌이다. 아침저녁으로는 조금 춥긴 한데 겨울인데 요즘 날씨정도면 남쪽 섬에 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번주 내내 비가 오고 눈이 올 예정이니 앞으로 추워지는 일은 시간문제이다. 이렇게 제주가 반짝 따뜻한 날 어디든 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걸 보면 꼭 가야만 한다.
이런 날에는 특별한 곳에 가보고 싶다. 그동안 제주에서 우도, 비양도, 가파도를 다녀왔다. 다닐 만큼 다녀왔다 생각했는데 섬은 겨우 3곳이 전부라니!
앞으로 가고 싶은 곳은 추자도, 마라도, 차귀도였는데 그중에 마라도를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마라도에 가서 짜장면을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기 때문이었다.
지난봄에 가파도를 갔는데 조금만 더 가면 마라도까지 갈 수 있는데 가파도까지 밖에 가지 못하고 시간에 쫓기어 돌아왔던 적이 있다. 그로부터 벌써 몇 개월이나 흘렀다. 그러다 드디어 마라도에 다녀오게 되었다!
마라도는 대한민국 최남단에 위치한 섬이며, 면적은 0.3 km2, 해안선의 길이는 4.2km, 인구수는 59 가구, 127명 정도라고 한다. 마라도는 한반도에서 해저를 타고 뻗어 내려가 대양으로 나가는 길목에 맺혀 있는 우리나라의 최남단에 위치한 섬이자 태평양에서 배를 타고 대륙으로 들어오는 시작점이다. 마라도는 대한민국의 '땅 끝'이라는 상징성 외에도 아름다운 경치와 다양한 해양생물, 보호 가치가 있는 해양생태계 등을 가져 2000년에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마라도는 바닷속에서 화산이 분화하면서 이루어진 섬으로 생각하지만 분화구는 볼 수 없어 아쉬운 곳이다. 섬 전체가 고구마 모양이며, 해안선은 거센 해풍과 파도의 영향으로 기암절벽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섬의 모든 해안은 새까만 용암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렇게 작은 섬이지만 식생이 다양하여 96종의 식물이 서식한다고 한다.
마라도에 들어가는 배시간과 나오는 배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더 오래 머무를 수가 없다. 그래서 방문하는 모든 관광객에게는 공평한 시간이 돌아간다. 운진항에서 가파도는 5.5km로 배로 20분, 마라도는 11km 떨어져 있어 여객선으로 30분 정도 걸린다. 그리고 송악산 옆으로 마라도 가는 여객선을 따로 운행하고 있다.
마라도를 천천히 걸으면 한 시간 정도가 걸린다. 여유 있게 걷고, 식사까지 하려면 2시간, 2시간 반 정도는 여유 있게 있는 것이 좋겠다. 그러나 마라도를 오가는 배 시간이 이미 정해져 있기에 머무는 시간이 1시간 50분, 2시간, 2시간 20분 등으로 다양한데 가장 머무는 시간이 긴 시간을 골라 운진항에서 출발하는 것이 그래도 조금 더 여유 있는 시간이 주어지니 개인적으로는
운진항 출발을 추천한다. 필자는 송악산 옆 마라도 가는 여객선을 타서 시간이 조금 촉박했었기 때문이다.
마라도 풍경, 마라분교
마라도의 기억은 너무도 강렬하다. 무엇보다 아주 오래전 철가방을 들고 "짜장면 시키신 분" 하던 광고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마 모두가 그때 그 시절 마라도를 생각하면 이것부터 떠올리지 않을까? 그래서 마라도에 가면 짜장면만 먹고 오는 곳인 줄 알았는데 막상 가서 보니 한 번쯤 오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일단 여객선이 마라도 선착장 내리자마자 나를 비롯한 수많은 관광객들이 부두 52개의 계단을 통해 마라도로 올라간다. 계단을 올라서야 본격적으로 마라도 관광이 시작된다. 마라도를 바라보니 평평한 지형이다. 저 멀리 작은 정자가 보인다. 바다 한가운데 있어 바람이 많이 부는 탓에 나무들이 높게 자랄 수 없다고 한다. 마라도의 가장 높은 곳은 등대이고 해발고도가 고작 39m라고 한다.
마라도 선착장에서 내려서 좌측으로 조금 가면 마라도의 수호신인 할망당을 만난다. 이곳은 마라도의 대표적인 민속문화 유적인데 할망당(애기업개당)은 해녀들이 바다에서 고된 물질을 할 때마다 안전하게 보살펴주는 신으로 믿고 지금도 정성껏 모시고 있다.
할망당을 지나 잔디밭을 걷다 보니 저 멀리 앞서서 많은 사람들 모여있는 곳이 있었다. 말로만 듣던 마라도의 명물 짜장면집들이 모여있었다. 그곳엔 무한도전, 인간극장, 이창명의 '짜장면 시키신 분'광고에 출연했던 가게들이다. '일단 먹고 시작할까? ' 이중에 과연 어디가 제일 맛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맛은 다 비슷하지 않을까? 일단 짜장면과 해물짬뽕부터 먹었다. 그것만 먹으면 아쉬우니 탕수육도 작은 것으로 주문했다.
듣던 대로 짜장면도 맛있고 해물이 가득 들어간 짬뽕도 훌륭했다. 하지만 나는 그것보다 탕수육을 제일 좋아하기 때문에 세 가지를 주문한 나를 칭찬했다. 마라도에서 먹는 세 종류의 중식은 훌륭한 조화였다.
그러나 문제는 짜장면을 먹고 나니 안 그래도 마라도에 머무는 시간이 짧았는데 더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와서 짜장면을 안 먹을 수는 없고, 먹고 움직이자니 시간이 부족하여 여유 없이 돌아다닐 수밖에 조금 아쉬웠다.실제로 짜장면을 먹은 후로는 굉장히 급박하게 움직였다. 바쁘다 바빠~
말로만 듣던 마라도 짜장면
짜장면을 먹고 조금 걷다 보면 국토최남단비를 만날 수 있다. 마라도가 우리나라 최남단임을 알리는 기념비가 거대하게 있어서 기념으로 사진 촬영을 했다. 그리고 그 뒤편으로 장군바위를 볼 수 있는데, 이곳은 신을 만나는 길목으로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참배했던 곳이라고 한다.
대한민국최남단비, 그 뒤로 장군바위
그리고 조금 더 걷다 보면 성당이 나온다. 이 작은 섬 마라도에는 우리나라 3대 종파가 다 있다고 한다. 그래서 교회도 있고 성당도 절도 있다. 장군바위를 지나 걷다 보니 무슨 저렇게 생긴 건물이 했지? 했는데 성당이었다. 성당은 마라도 해역에서 많이 잡히는 전복과 문어와 소라를 형상화하여 디자인했다고 하는데, 굉장히 독특한 건축물이었다.
바로 그 옆으로는 등대가 보인다. 마라도에서 가장 높은 곳이라고 했다.
마라도의 성당과 등대
그리고 조금만 더 걸으면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그 길엔 풀이 쭉 깔려있는데 산책하기 딱 좋을 만한 곳이다. 바로 이곳이 마라도구나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경치에 괜스레 마라도를 떠나는 것이 아쉬웠다.
가슴이 탁 트이는 마라도 풍경
사실 짜장면 먹은 후로는 시간에 쫓겨 쉬지 않고 계속 걷다 보니 정말 마라도가 작은 게 맞아?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근데 또 등대를 지나자마자 저 멀리 선착장이 보이는 것을 보니 또 작긴 작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웃겼다. 어림잡아 한 시간 정도의 산책이 맞긴 하다. 그래도 아이는 걷기 힘들다고 난리였던 것을 보니 중간에 쉬지 않고 걷는다면 노약자들에게는 조금 힘들 수도 있겠다.
마라도는 전체적으로 평탄한 지형을 이루고 있는데 태풍 등으로 파도가 거세게 치는 날이면 온통 섬을 덮어 버릴 것 같다고 한다. 그런 날은 배도 안뜰테지만 그곳에 사는 주민들도 정말 조심해야 하는 날일 것이다.
오늘도 비가 온다. 이번주 내내 비가 왔고 오늘은 바람도 많이 부는 것이 오늘은 누가 봐도 분명 마라도에는 가지 못하는 날일 것이다. 혹시나 해서 글을 쓰다가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너무 당연하게도 결항이다.
마라도 가는 여객선 홈페이지 참고
제주는 날씨가 좋은 날도 많지만, 기본 적으로 바람이 많이 불기도 하고, 태풍도 오고 비도 자주 오는 때도 있어, 아마 일 년에 적지 않은 날들이 마라도에 갈 수 없는 날일 것이다. 관광객이 없는 그날, 마라도 사람들은 무어하면 지낼까 궁금해졌다. 혹시나 화창한 날 바람이 불어 마라도에 관광객들이 오지 않는다면 그들은 또 무엇을 하며 하루를 보낼까 싶기도 하고 말이다. 날씨 덕분에 쉬는 날이라 좋으려나? 그들도 때때로 마라도를 산책할까 궁금해지기도 하고... 워낙 작은 섬이라 어떤 날은 그곳에서 지내는 게 답답할 때도 있을까?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마라도 가는 여객선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1월 1일 마라도에서 신년맞이 해돋이를 보는 여객선이 특별 항차한다는 광고를 보았다. 그러고 보면 다른 날도 좋지만 새해의 아침 마라도에 가도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에서 새해 소원을 빌면 마라도를 지켜주는 할망이 들어줄지도 모르니 말이다!당장 내가 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이 새해에 그곳에 가서 소원을 빌 수 있길 양보해 보련다.
마라도 1월 1일 해돋이 행사
다음번 마라도에 갈 기회가 있다면 그곳에 며칠정도 머물러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곳에 있는 가게에 모두 들러 짜장면을 음미하며 먹어보고 어디가 제일 맛있나 마음속 1순위도 매겨보고 싶고, 귀여운 성당에도 들어가서 미사도 보고, 등대에도 올라가 보고 싶기 때문이다. 언젠가 는 꼭 그곳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다. 가능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