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제주낭만

제주의 눈은 더 특별할까?

첫 눈

by Blair

제주는 12월 초와 중순 내내 온화한 날씨였습니다. 역시 남쪽에 위치한 곳답게 한동안 따뜻한 기온을 유지했죠. 대신 지난주 내내 비가 왔습니다. 그러다 주말부터 추워지며 눈이 온다길래 내심 기대했는데, 토요일 날 우박이 살짝 내리고 눈발이 날리는 척을 하더니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상하다, 주말에 눈이 온다고 했는데...'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 보니 밤사이 조금 눈이 내렸나 봅니다. 야외 데크에 아주 살포시 쌓인 눈을 보고 우리는 기뻐서 눈을 만지러 나갔습니다. 포슬포슬한 눈이 1년 만입니다. 아이가 그 눈을 그러모아 스노볼을 만드는 동안, 저는 차에 쌓인 눈을 치웠습니다. 차에 쌓인 눈을 보면 밤새 눈이 꽤 왔나 봅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쌓인 눈





'그럼 낮에도 계속 눈이 오려나?'




눈 놀이를 끝낸 아이와 집에 들어가할 일을 하는데 중간중간 아주 소량의 눈이 내립니다. 내렸다 그쳤다 하는 눈을 보니 쌓이진 않겠다 싶었습니다. 정도만 내리면 금방 녹아버리겠지 싶어서, 문구점에 가고 싶다는 아이와 차를 끌고 길을 나섰습니다. 그러다 애조로로 진입했는데 이곳은 이미 겨울왕국입니다.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마치 이곳만 다른 세상 느낌. 어젯밤 내린 눈에, 지금 내리는 눈이 섞여 결국 차가 엉금엉금 걷게 되었습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갑자기 함박눈이 펑펑 오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날을 잘못 잡았구나! 싶어 어쩔 줄 몰라있는데... 게다가 차가 심하게 막히길래 이상하다 싶었는데 눈길에 미끄러진 차가 사고가 나서 서있었습니다. 어맛! 눈길 사고까지!!!



'다시 집으로 돌아갈까?'



그러나 이미 다시 돌아가긴 애매하긴 멀리 왔고, 계속 가자니 하늘에서 펑펑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내가 왜 이런 날 집 밖으로 나왔을까 후회스러웠습니다. 역시 눈이 오는 날 조용히 집에 앉아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 일이 최고구나 다시 한번 생각했죠. 눈 쌓인 도로 위를 차를 끌고 기어가며, 함박눈이 오는 상황은 지나치게 현실적이었습니다.








얼마 전 제주의 제설차량이 육지보다 적어서 눈 오는 날 치우는 작업 속도가 오래 걸린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아마도 육지보다는 눈이 덜 오기 때문일 테죠. 특히 그래서 서귀포와 제주시를 오가는 평화로는 눈 오는 날 정말 조심해야 합니다.




눈이 온다고 밖을 나가지 않을 수는 없고, 게다가 제주에 살면 운전은 필수입니다. 솔직히 서울에서는 어디 갈 일 있으면 튼튼한 두 다리가 있어서 무조건 버스, 지하철을 이용했는데. 때때로 아이와 같이 멀리 가는 길이나 아니면 오래 방치된 차를 사용하러 나가는 일도 있었지만 그 정도로 드문 일입니다. 오히려 한때는 자전거를 더 많이 타고 다니던 때도 있었죠. 게다가 차는 지하주차장에 얌전히 주차되어 있으니 세차할 일도, 눈과 비를 맞을 일도 없었고요.




그러나 눈이 오게 되면, 집 앞에 가득 눈이 쌓이고 그 말은 자동차 위에도 눈이 가득 쌓여있고(차고 없음) 그것을 치워야 하고, 그 후에 밖을 나가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물론 쌓인 눈을 헤치고 꾸역꾸역 내려야 갈 수 있겠지만 집 앞에 조금만 가도 골목길에서의 운전은 마치 후룸라이드 기분을 느낄 수는 있을 테지만, 잘못해서 운전대라도 잘못 꺾으면 다른 집에 담벼락에 강제 주차될지 모릅니다. 아무튼 눈이. 왔을 때 집 밖의 상황은 왠지 반갑지 않습니다..



솔직히 제주에서 살기 전에는 제주는 남쪽이니 사시사철 따뜻할 것만 같고, 눈은 겨울에 한 번쯤 흩날리는 것 정도만 볼 수 있겠지 그랬는데 제주는 겨울에 한 세네 번은 집에 갇힐 정도로 많이 내리는 것 같습니다. 눈 내린 제주 풍경은 정말 예쁘니까 한두 번은 참을 수 있고 그 후로는 반갑지 않은 것이 솔직한 어른의 마음일 것입니다.



그러나 특히 이맘때, 크리스마스 즈음을 기점으로 제주의 기온이 확 내려가며 꼭, 꼭 눈이 내리는 것 같습니다. 지난 3년 동안 제주에 살며 지켜봤는데 눈이 내리기 시작하는 시점이 딱 이때였습니다.



재작년 크리스마스에는 부모님이 오셨는데 눈이 와서 함께 작은 눈사람을 만들었고, 작년에는 눈이 정말 많이 와서 크리스마스 기간에 집에 갇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이번주에도 눈 소식이 예보되어 있는 것을 보니 또 크리스마스 집콕예정입니다.










그래도 얼마나 예뻐요! 눈 온 제주풍경










그래도 아침에 일어나 창밖에 쌓인 눈을 보면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모릅니다. 소복소복 눈이 쌓인 귤나무는 매년 봐도 그림입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은 일어나자마자 아이가 학교를 걸어서 등교해야 할까? 그런 불안감을 마음에 품고 창문을 열었습니다. 그러나 밤사이 녹아있는 길을 보며 정말 다행히다 싶습니다. 다행이 차 위에 쌓인 눈만 조금 치우면 학교에 갈 수 있겠다 싶었지요.



아이를 학교에 내려주고 집으로 다시 돌아오는 길. 저 멀리 뽀얀 눈이 쌓인 한라산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눈이 밝아지는 느낌입니다. 그곳은 얼마나 예쁠까 상상만 해도 황홀해지는 눈 밭 풍경입니다. 물론 아직 한라산에 올라간 적이 없어 상상만 해봅니다.



제주 3년 차... 아직도 한라산에 못 갔는데,,, 이 눈이 녹기 전에 1100 고지라도 다녀와야 할까요?








눈이 그치고 난 후 저 멀리 바다를 보니

제주의 바다는 더 파랗습니다.



제주의 3번째 겨울, 이제는 익숙해질 때도 되었는데 여전히 주택의 추위와 제주답지 않게 쌓이는 눈은 여전히 익숙하지 않습니다.



따뜻한 남쪽나라 제주, 그러나 눈이 오면 더 특별한 기분입니다. 조금 춥지만, 무섭지만, 그래도 올 겨울도 이곳에서 잘 지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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