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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Dec 27. 2023

이제 그만 피하고 창고 정리를 시작해

25일 밤, 크리스마스가 채 끝나기도 전에 크리스마스 용품들을 다 정리해 버렸다. 사람들은 적어도 연말, 1월 초까지는 크리스마스 장식을 그냥 내버려 둔다고 하던데, 나는 크리스마스 당일이 지나버리면 그 후로는 장식되어 있는 것들이 너무 지저분해 보이고, 더 이상 예쁘지 않아 보인다. 마치 크리스마스의 마법이 딱 풀린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특히 이때만큼은 정리정돈에 열의를 보이기 시작한다.



창가에 걸려있는 크리스마스 글자 랜드, 테이블에 올려있는 스노우볼, 산타모양 컵, 눈사람, 트리 접시 등등등 차곡차곡 정리했다. 그리고 모두 상자에 담아버렸다. 휴, 속 시원하다.  이제 마지막으로 트리와 장신구만 랩핑 하면 된다.




정리할 크리스마스 용품들 한가득...





만약 26일에 우리 집을 방문한 사람이라면, 뭐야 크리스마스 장식 하나도 안 했어??라고 말했을 것이다.



이번 크리스마스 용품을 정돈하는 김에 장식하는  것들을 조금 줄여봤다. 매년 사용하지 않거나, 갖고 있긴 하지만 예쁘지 않은 것들을 과감하게 줄여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대형사이즈 상자에서 중간 사이즈 상자가 되도록 줄었다. 물론 올해는 어떤 크리스마스 장식도 사지 않았다. 그런데 아이가 만들어온 크리스마스 액자와 루돌프 담요가 생겨서 추가적으로 늘어나버린 것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트리와 크리스마스 용품 상자의 정리가 모두 끝났다. 원래 보관된 자리로 가져다 넣기 위해 창고를 들여다본다. 그곳이 비어있었다. 늘 꽉 차있는 창고만 보다가 텅 비어 있는 창고를 보니 왠지 속 시원했다. 그 모습을 보니 마음 같아서는 트리도 장식품들도 다 정리하고 싶어졌다.




말그대로 정말 창고이다








늘 수시로 창고를 사용하지만 한 번씩 뒤집어 보지 않으면 창고에 늘 뭐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현재 이 집에는  내가 쓰고 있는 창고가 2개가 있다. 한 군데는 해리포터의 해리가 살던 계단 밑 벽장 속 처럼 생긴 창고(작은 창고)와 다른 하나는 식료품 및 트리용품, 핼러윈 용품, 선풍기, 그리고 낫, 호미, 등등을 보관하는 소위 우리가 뒷 베란다라고 부르는 곳이 있다(큰 창고). 



올해 언젠가 작은 창고를 정리했다. 그러니까 2년 전 이사 올 때 보관된 짐이 그대로 쌓여있는 창고가 불쌍했기 때문이다. 이사 와서 2년 동안 열어보지 않은 짐은 아마 10년이 지나도 20년이 지나도 그대로 일 테니까, 그전에 정리해야겠다 싶었다. 그렇게 정리한 덕분에 작은 창고는 1/3을 차지하던 공간에서 1/5 정도로 더욱 공간의 여유가 생겼다.



이제는 그 작은 창고는 물놀이 용품, 장난감 박스, 휴지, 트렁크, 쇼핑백이 들어있는 공간으로 유지되고 있다.  그리고 빨래 행거와 청소기가 보관되어 있어 꺼냈다 넣었다 하면서 사용 중이다.



그러나 문제는 큰 창고였다. 일단 그곳에 커다란 트리가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 데다가(접히지 않는다),  트리는 일 년에 한 달밖에 밖에 나오니 큰 창고를 정리하는 일이 쉽지가 않았다. 게다가 그곳은 적당한 식료품도 늘 저장되어 있고(무, 감자, 양파 등등) 그리고 반대편으로는 재활용쓰레기까지 처리해야 하는 곳이어서 종체적인 난국이었다. 그래서 매번 모르는 척 눈을 감고 왔다 갔다 하기 일쑤였다. 그리고 그곳엔 호미, 낫, 장화 등등 정원을 관리하기 위한 도구들과 원래 주인이 놓고 간 짐도 보관되어 있기 때문에 내 맘대로 건드리는 것이 특히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동안은 내 눈에 보이는 것만 조금씩 조금씩 정리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이번에 트리와 크리스마스 용품 상자를 꺼내고 놀랬다. 상자 아랫부분이 젖어있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아니어서 창고를 정리하지 않았더라면 비가 새는 것도 못 알아챌 뻔했다.  다행이었다. 비가 새는 창고... 그렇다면 다른 물건도 젖어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이번기회에 한번 정리를 싹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정리를 시작하게 된 창고이다. 먼저 큰 트리와 크리스마스 용품 상자는 이미 밖으로 꺼내져 있었고, 한꺼번에 모아 가져다주던 재활용품 (페트병, 우유갑)등을 한꺼번에 정리하니 일단 내 짐이 있던 공간이 사라지고, 큰 창고가 텅 비어졌다. 이제 그곳에는 선풍기 3개와 빈 박스 몇 개만이 자리하고 다. 빈 박스는 언제든 택배나, 보관할 것이 있을 때 여유분으로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포개어 놓으면 자리를 많이 차지하지는 않는 데다가, 꼭 쓸 일이 생기기 때문에 모두 다 처리할 수는 없었다.



큰 창고에는 어마어마한 우리 짐이 보관되어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정리하고 보니 고작 크리스마스용품, 트리, 선풍기, 박스, 커다란 냄비 한 개가 전부였다. 그 밖에 이미 보관되어 있는 수많은 짐들은 집주인이 놓고 간 물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것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의외였다.



어쨌든 이번 정리를 통해 훨씬 넓어진 창고를 보며 깨달은 바가 있으니 이곳을 절대 더럽히지 않겠다 마음먹었다.




이곳에서 선풍기2, 포개진 빈 박스, 냄비1빼고는 내꺼아님!!!







정리왕들은 초보 정리자들에게 전체를 정리하지 말고 한 부분씩 정리하라고 하지만 현실에는 분명 그것조차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 맥시멀리스트였던 내가 그랬다.




그러나, 물건을 줄이기 시작하니 정리가 쉬워졌다. 너무 뻔한 말인데 이전에는 몰랐다. 분명 많은 물건을 가지고 있을 때는 정리가 쉽지 않았다. 어느 부분을 얼마나 정리해야 하나, 그리고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릴지 모르기 때문에 시작부터가 어려웠었기 때문이다. 또 정리가 되지 않으니 가지고 있는 물건이 모두 파악되지 않아 있는 이미 가진 물건을 또 사서 쓰고 또 쟁여놓고 이런 식으로 불필요한 소비까지 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분명 다르다.




연말이다. 바야흐로 정리하고 또 정리할 때가 왔다.

역시 지금은 청소, 정리정돈이 빛을 발하는 때다.

그리고 새해에는 더 깨끗하게 정돈된 상태로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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