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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Jul 27. 2024

이 더위에 에어컨 고장이라니...

우리는 어쩌다 에어컨 없이 살지 못하는 사람이 된 걸까?



지구온난화로 지구는 점점 아파오고, 여름이면 이미 쨍한 태양과 더불어 에어컨이 내뿜는 열기로 길을 걸을 때면 숨이 막혀온다. 그러나 문을 열고 건물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에어컨의 시원한 바람에 짜증나고 화났던 기분이 순식간에 좋아진다. 하여 어쩔 수 없이 에어컨을 계속 켜고 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늘은 에어컨이 새로 설치되는 날이다. 어제 분명 에어컨을 설치하러 오신다더니, 몇 시간 전 부품이 아직 도착하지 않아 못 오신다는 연락을 받았다. 다행히도 그다음 날에는 올 수 있다고 하셨는데... 그래서 대체 오늘 언제 오시려나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거짓말 같지만 사실 나는 에어컨 바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이를 낳고 추위를 심하게 타기도 하고, 최근에야 집이 따뜻하다고 느낄 정도로 집이 춥기도 했고, 상대적으로 여름에는 제주 집이 시원한 편이다. 심지어 산에 위치한 우리 집은 초여름에도 밤이 되면 차가운 바람이 불기도 해서 에어컨을 켜지 않아도 되었다. 그래서 올해는 안방의 에어컨을 가장 늦게 켜게 되었다(거실의 에어컨은 진작 켰음). 그랬더니 이게 웬일...? 아무리 설정 온도를 내려봐도 에어컨에서는 더운 바람만 나왔다.



'거짓말! 아닐 거야~거실과 2층의 에어컨은 잘 나오는데 방에만 안 나온다고? 말도 안 돼! '




그러니까 하필 제일 더운 시기, 우리가 한여름이라고 부르는 이 시기에 에어컨이 고장이 났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에어컨에 더운 바람이 나오는 것은 냉매가 부족해서 라는 이유가 가장 컸다. 바로 서비스센터에 as를 접수했다. 그러나 여름이라 as기사님이 바쁘셔서 무려 열흘을 기다려야 기사님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오셔서 이것저것 검사를 해보시더니 냉매를 넣어봤자 부품이 문제라 금방 냉매가 빠질 것 같다고...  그런데 부품을 고치려면 배보다 배꼽이 크다며 진지하게 새 제품을 사길 권하셨다.



게다가 이미 에어컨이 10년 정도 된 것이라 쓸 만큼 썼으니 곧 수명이 다할 거라고 했다. 할 수 없이 집주인에게 연락할 수밖에 없었다. 냉매만 넣는 것이면 우리 손에서 끝낼 텐데, 추가 수리비용이나 새 제품으로 바꾸게 된다면 지출이 꽤 크므로 어쩔 도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여러 번 언급했지만 집에 무엇인가 고장 나 집주인에게 연락하는 것은 스트레스이다. 솔직히 웬만하면 집주인에게 연락하고 싶지 않다. 그냥 우리 선에서 고치고 살거나 아니면 제발 집안 물건 중에 크게 고장이 좀  나지 않게 간절히 바라고 있다.



안 그래도 집에 비가 점점 더 많이 새서 장마가 끝나면 지붕 공사를 하기로 했는데(큰돈이 들 예정) 하필 이 시점에 에어컨까지 고장 나서 곤란해졌다. 집주인이 친절해서(속은 모르지만) 더 마음이 불편한 것 같다. 계약서 상에 이러한 것들 집주인이 해줘야만 하는 범위지만, 그래도 웬만하면 집주인과 연락하고 싶지 않은 세입자의 마음이랄까?




집주인과 상의한 결과 에어컨을 새로 사기로 했다. 다행히도 as기사님이 에어컨 설치 업체에 연결해 주시기로 했다. 그런데 지금 에어컨 설치가 바쁜 시즌이니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했다. 다행히도 금방 설치해 준다고 연락이 왔다. 물론 하루 더 있다 오시긴 했지만 그래도 한 여름에 이 정도 스피드면 참을 수 있었다.










에어컨을 새로 설치하기로 한 오늘도 맹렬한 더위였다. 에어컨 실외기 설치하는 곳이 야외에 있어서 그곳의 잡초를 정리하는 김에 잔디를 깎았다. 한참 잡초를 뽑고 잔디를 깎는 중에 이게 웬일인가! 거짓말처럼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하필 곧 에어컨 설치팀이 오는 시간이었다.  



부슬부슬 그것도 햇빛이 쨍쨍한데 내리는 비라 곧 멈추겠지 생각했다. 그러나 비는 에어컨이 설치되는 내내 왔다. 맙소사!!



에어컨을 설치하는 분들은 야외에 설치를 해야 해서 계속 비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 마음이 무거웠다.

그냥 에어컨 없이 여름을 지내버릴걸, 차라리 내년에 설치할걸 하는 마음도 들었다. 심지어 뭐가 문제인지 에어컨 설치를 하는데 한 시간이 넘게 지나버렸다. 맙소사!








에어컨 설치 완료




그렇게 에어컨은 새로 설치되었다. 깨끗하고 하얀 에어컨이다. 무려 자동건조도 되는 신형 에어컨이다. 이전에 에어컨 리모컨은 전에 살던 세입자 강아지가 물어뜯었는지 꼬질했는데 리모컨도 새것이라 좋다. 잠시나마 에어컨을 설치할까 고민했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좋았다.





사실 올해 에어컨이 고장 났음에도 버텨볼까 진지하게 고민했었다. 한여름에 에어컨이 고장 나서 수리나 설치가 된다 해도 며칠 못쓰고 지나갈게 뻔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 달 정도만 잘 참으면 엄청 시원한 바람이 불고 시원하다 못해 춥기까지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함께 살고 있는 남편과 아이는 더위를 참지 못했다. 아이도 더위를 안타는 듯하긴 한데, 밤에 재우려고 침대에 올라가면 더워서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쉽사리 잠에 들지 못하고, 깨기도 여러 번이고 여러모로 수면의 질이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에어컨에 지고 말았다. 새로 에어컨을 설치하고 틀고 있으니 침구도 보송보송해졌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보송한 이불을 덮고 있으니 마치 호텔에 여름휴가를 온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올여름휴가는 멀리 갈게 아니라 새 에어컨이 설치된 안방으로 가야 할 것 같다. 우리 세 가족 이 에어컨 아래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옥수수나 뜯고, 수박이나 잘라먹으며 시원하게 여름을 보내는 게 최고가 아닐까?



그것이 신형 에어컨에 대한 예의인 동시에 군말 없이 새 에어컨을 바꿔준 집주인에 대한 보답이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암튼 새 에어컨 덕분에 당분간 밤잠은 설치지 않고 시원하게 잘 수 있겠다. 생각만 해도 벌써 든든하다!







*뒷 이야기 : 에어컨 설치가 잘못되어 다시 일주일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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