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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Aug 06. 2024

정리 수납의 힘을 기대해 보자

하반기 동네 문화센터에서 수업이 열린다는 플랜카드가 걸렸다. 가을에는 새로운 것을 시작해 볼까 하는 마음에 주민센터 홈페이지에  들어가 어떤 수업이 있나 살펴봤다.



가장 먼저 필라테스 수업이 눈에 띄었다. 작년에 한참 배우다 교통사고가 나서 끝까지 갈 수 없게 된 수업이었다. 아쉽지만 다음기회에... 그리고 그다음은 다이어트 줌바댄스이다. 일주일 한번, 그 하루에 2시간 수업이다. 2시간을 한 번에 한다고? 엄청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리다 무리...



그리고 프랑스 자수와 손뜨개 교실이 보였다. 프랑스 자수는 이전에 배웠던 터라 재료가 있어서 더 해보고 싶기도 했고, 사실은 코바늘로 뜨는 손뜨개교실이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하필 일하는 시간과 딱 겹치는터라 아쉽지만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뒤이어 '정리수납' 프로그램이 눈에 들어왔다. 흥미가 생겼다. 그래, 올 가을엔 정리수납 수업을 좀 들어볼까? 그러면 집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될까?



미니멀을 추구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집엔 물건은 넘쳐나고, 분명히 손에 꼽을 정도로 물건을 사는데, 왜 이렇게 물건이 많은지 모르겠다. 물건이 다 밖에 나와있어 그럴까? 아니면... 아니면? 아무래도 정리수납 프로그램을 듣고 집안 정리를 대대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저녁 자려고 침대에 누웠는데 좀처럼 잠이 오진 않고, 그렇다고 힘차게 운동은 하기 싫었다. 그래서 집안을 정리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옷장을 열었다. 집이 크다 보니 옷장이 많아 공간의 여유가 있다 보니 옷들이 이곳, 저곳 걸려있었고, 어떤 옷들은 겹쳐져서 마구 올려있었다. 일단 그것들을 꺼냈다. 다시 계절별로, 종류별로 접어 정리해 놨다.



사실 매년 계절마다, 때때로 옷 정리는 하는데 그 순간만 정리된 기분이다. 뒤돌아서면 또다시 원점이다. 게다가 옷을 거의 사지 않아 이 정도이지 아직도 가진 옷이 정말 많은 느낌이다. 이번에 정리수납 프로그램을 듣는다면 이제 옷장 정리의 여왕이 될 수 있는 걸까?




방에 있는 옷을 정리하고 거실에 나와서 둘러보았다. 곳곳이 물건이 넘치고 넘친다. 분명 하나하나 다 쓰는 것이긴 한 것 같은데 그래도 그렇지 어쩌면 겨우 세 식구 사는 곳인데 이렇게나 물건이 많은 것인지...



거실과 연결된 부엌을 둘러본다.  때마침 열려있는 찬장으로 보이는 그릇들을 봐도 겨우 두 세트 정도... 그런데 컵이 좀 많기는 하다. 한때 컵 욕심이 넘쳐서 그랬나 보다. 하지만? 매일 컵을 많이 사용하기도 하고, 그때 샀던 컵은 시리얼 그릇으로도 수프 그릇으로도 잘 활용하고 있으니 괜찮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러나 술을 사며 함께 받아왔던 유리컵도 많기도 하다. 이것들이라도 먼저 빨리 정리하고 싶은데 또 막상 버리려니 아깝기도 하다. 어쩌면 좋을까?



그보다 설거지하고 대충 올려놓은 그릇을 보니 정신이 없다. 사실 게으른 마음에 설거지하고 대충 놓고 다시 꺼내어 쓰길 반복하는 중이다. 역시 정리여왕이 되려면 일단 부지런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설거지 직후인가... 현 부엌 상태






정리수납 프로그램을 들을 생각을 하고 집을 둘러봤더니 집안 상태가 더 심각하다. 곳곳에 그냥 놓인 물건은 물론, 정리정돈도 거의 되어있지 않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정리수납이 안될 뿐이지, 가진 물건 중에 잘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여기까지 보면 거의 정리정돈을 하지 않고 사는 것 같지만 사실은 거의 매일같이 정리한다. 심지어 나도 정리하고 남편도 밤마다 정리에 힘을 쓴다. 그러나 깨끗해진 것은 그때뿐 금세 도루묵이다. 마치 집에 전혀 손을 대지 않은 것처럼 금세 지저분해진다. 아마도  상태에서 매일같이 치우는 일이 없다면 우리 집은 폭탄 맞은 상태일 것 같다.



사실 나는 물건을 사지 않을 뿐이지, 정리나 정돈에 잼병이다. 도대체가 옷, 수건을 어떻게 접어야 하는지, 어디에 어떻게 정리해야 효율적인 것인지 모르겠다. 가장 최악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사용하는 물건의 '정해진' 자리가 거의 없고, 정해진 자리가 있더하더라도 그 자리에 놓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매일같이 거의 쓰는 물건이 집안 곳곳에 널브러진 상태인 것이다. 게다가 매일같이 거실에서 노는 아이도 한몫 더한다.







나도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해 놓고 싶다



오늘 유튜브를 보다가 집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즐겨보는 프로그램인데 사람들이 자신이 꾸민 집을 소개해주는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우리나라 집들의 구조는 거의 비슷한데 그 집을 자신의 취향에 맞게 꾸민 집을 보면 참 재미있다.



그중에 오늘 소개된 사람은 세 식구가 사는 20평대 집이었다. 집이 조금 작은 듯 보였지만 그만큼ㄱ 물건이 적었다. 솔직히 물건이 없는 것이 아니었는데, 곳곳에 수납을 잘하고, 잘 정리해 놓으니 집에 물건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집을 보며 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번 가을 정리, 수납 수업을 들어서 앞으로의 우리의 집은 완벽한 상태로 만들어보겠다는 다짐이 들었다. 



앞으로도 물건을 사지 않고, 정리수납까지 잘한다면 아마도 나는 살림의 신이 되지 않을까?



곧 들어볼 수업이 기대된다. 정리의 여왕이 되어 다시 글을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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