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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Aug 08. 2024

중이 제 머리는 못 깎는다는 소리가 나는 아닐  알았다

현재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지난주 결석을 두 번이나 한 아이가 있었다. 평상시에도 보충이 필요한 아이라 보강을 자처했다. 



시간이나 빠져서 양은 많고, 시간은 빠듯했지만 열심히 설명해 줬다. 이제 마무리로 문제를 풀고 끝내면 된다. 그런데 문제를 푸는데 모르는 것이 있었다. 어찌 보면 쉬운 문제인데 대충 하다 보면 틀리는 그런 문제였다.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봐"



아이는 고개를 기우뚱하더니 한참을 생각했다.

순간 나는 답을 말해줄까 하다가 잠시 기다려보기로 했다. 아이는 한참을 뜸을 들인 후에 정답을 찾았다. 그 순간 답을 말해주지 않고 기다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겨우 찰나의 기다림이었다.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니었다. 길어봤자 30초 ~1분 정도만 기다리면 되었기 때문이다.








며칠 전 내 아이를 가르칠 때가 생각났다. 분명 주말이라 충분한 시간이 있었지만 또 충분한 시간이 있지 않았다. 엄마와 선생님 사이의 내 마음은 늘 바빴으니까... 아이가 답을 찾을 시간을 충분히 주면 좋았겠지만 그것을 못 참고 곧바로 개입했었다.



사실 이런 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 번도 두 번도 아니고 여러 번이다. 그러니까 피해자는 아이이고 가해자는 늘 엄마이자 선생님인 나이다.



분명 내가 일하는 에서는 인내심 많은 선생님이 되어 기다려줄 수 있는데, 내 아이를 가르칠 때는 그게 되지 않는다. 그래서 엄마들이 집에서 가르치는 걸 힘들어하는 건가?



사실 아이가 내가 원하는 만큼 따라와 주지 않았더라면 지금 까지 내가 가르칠 리가 없었다. 그동안 너무도 잘해왔기 때문에 그 어떤 아이들보다 가르치는 맛이 있었다. 우리 아이는 분명 내가 생각하는 아이들의 학습 수준을 한껏 올려놓았다.




그런데도 고작 30초... 1분을 기다려주지 못했다.









아침에 일어나 학교에 가야 하는데 시간이 촉박했다. 방학이 되니 정말 늦게 잠들고, 아침 되면 피곤해서 5분만 더 잘게요를 외친다. 결국 또 늦겠다. 그래서 준비하는 아이에게 더 빨리하라고 재촉하게 되었다. 재촉당한 아이는 서두르느라 허둥지둥 거린다. 그런 상태로 아이는 등교를 마쳤다.




아침 내내 조급해 동동거리고, 빨리하라고 재촉하고 그러느라 진이 빠졌다. 소파에 털썩 앉으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네가 내 아이가 아니라 내가 널 아침에 잠깐 봐주는 도움선생님이었더라면 그렇게 숨 막히게 재촉하지 않았을 텐데..., ' '내가 할머니고 네가 내 손자였더라면 네가 조금 늦장부리더라도 느긋하게 기다려줬을 텐데...' 그리고 '내가 일하는 곳에 다니는 학생이었더라면 더 대접받고 지낼 수 있었을 텐데...'



결국 이렇게 밖못 대해주는 엄마라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또 나는 어째서 이것밖에 되지 엄마인 걸까 하는 자괴감에 빠진다. 언제고 다정한 엄마, 기다려주는 엄마가 돼야 하는데 늘 그것이 쉽지 않다.




적어도 이런 글을 쓴 오늘은 아이를 조금 기다려줄 수 있을까? 오늘이라도 조금 노력해 봐야겠다. 하루씩 하루씩 기다려주다 보면 나도 너도 달라지겠지?








제발 멍청한 짓좀 그만해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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