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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맞는 맛집을 찾는 일

by Blair

오랜만에 맛있는 커피가 마시고 싶었다. 맵에 카페 검색을 했다. 정말 많은 카페가 눈에 띄었다. 제주에는 유명한 카페도, 맛있는 커피집도 정말 많아서 갈 때마다 고민이 되곤 한다. 여길 갈까? 저기 갈까? 한참을 보다가 찾은 카페. 여긴 맛도 좋고, 뷰도 좋다네 한번 가봐야겠다. 몇몇 리뷰만 봐도 얼마나 맛있는지 기대가 되었다.



고심 끝에 찾아 나섰다. 제주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크림 카페 집이었다. 가끔 가던 지역인데 그곳에 카페가 있는 줄은 전혀 몰랐다. 1층에 들어섰는데 주문받는 곳도, 손님도 보이지 않았다. 특이하게 2층에서 영업 중이었다. 2층에서는 바다가 더 잘 보이는터라 2층에서 운영 중인 것 같았다. 2층으로 들어가자마자 자리를 잡아야 했다. 남은 자리를 두 개였고 우리가 하나를 맡고, 곧이어 다른 팀이 들어와 다른 곳에 앉았다. 그렇게 하자 자리가 만석이었다. 앉을 수 있는 테이블수가 많지 않았다. 그 후에도 소문난 명성대로 손님이 끊이지 않고 들어왔다.



메뉴는 세 개뿐이었다. 대신 커피원두를 고를 수 있었다. 메뉴 중에 그중에 크림 커피를 골랐다. 크림 커피가 제일 맛있다고 했으니 그것을 마시는 것이 당연했다. 십여 분간 커피를 기다렸다.



드디어 커피가 나왔다. 아래쪽을 살살 저어서 위에 크림과 함께 마시면 된다고 했다. 윗부분 새하얀 크림이 뽀얗고 부드러워 보였다. 당장에라도 핥아먹고 싶을 만큼 맛있어 보였다.



자리에 앉아 사진을 몇 장 찍었다. 그리고 아랫부분을 살살 저어 한입을 마셨다. '어...? 이 맛이 맞아?' 그리고 다시 한번 마셔봤다. '근데 내가 생각한 맛은 아니네...'



기대한 바가 커서 그랬을까, 아니면 생각한 맛이 아니어서 그랬을까? 크림이 생각보다 텁텁했다. 크림 커피는 크림이 생명인데 커피와 따로 노는 느낌이었다.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분명 엄청 유명해서 손님이 끊이지 않는 집이었다. 크림 커피가 맛이 엄청 별로인 건 아니었다. 근데 일부러 찾아간 것 치고는 아쉬운 마음이 컸다.



물론 내 입맛이 전부가 아닐지 모른다. 모두들 맛있다고 했으니까... 그러나 내 입맛에 맞지 않으니 어쩔 수 없었다.



분명 내가 찾는 커피 맛집은 아니었다.




유명한 집은 나랑 맞지않는가...










어떤 날 오름에 갔다가 근처 카페에 들렀다. 그곳에도 크림 라테가 팔고 있었다. 크림이 들어간 커피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바로 주문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곳도 일부러 찾아간 카페이긴 했지만 메뉴 중에 크림 커피가 있는 줄은 몰랐다. 게다가 며칠 전 크림 커피를 실패했던 터라 그 맛이 더 기대가 되었다.



그런데 정말로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맛이었다. 지난번 다녀왔던 크림카페 맛집보다 크림이 더 진하고 깊이가 있었다. 분명 커피와도 잘 어울리는 크림이었다. 부드러웠던 크림도, 진하고 향 좋은 커피의 맛도 모든 것이 완벽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제주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크림커피 가게는 그곳이 아니라 여기일 것 같았다.




크림커피 맛이 훌륭했어요








제주에 살다 보니 유명하다는 맛집과 카페를 자주 찾아 방문하는 편이다. 워낙 이곳에는 소문난 맛집도 카페도 많기 때문에 기대하는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다녀오곤 한다. 그래도 방문할 때마다 높은 비율로 맛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 입맛은 그리 까다롭지 않다. 특히 음식은 웬만하면 다 맛있다 생각한다. 그러나 다만 커피는 취향이 있는 편이다. 그래서 더 리뷰나 후기를 꼼꼼히 읽고 찾아가는 편이다.



그럼에도 종종 맛집 찾기에 실패했으니 어쩌면 내가 새롭게 가는 곳이니 기대하는 바가 커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들은 소문이 많아서 그런 것일지도...



때로는 정말로 별로거나 평범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물론 남이 말하는 맛집이 내게는 맛집이 아닐 수도 있다. 그리고 남들에겐 별로라지만 내게는 맛집일 수도 있고 말이다.



분명한 것은 나는 미식가가 아니라 맛집의 기준이 엄격하지도 않고, 굳이 잣대를 가지고 그것을 나누고 싶지도 않다. 우연히 찐 맛집을 발견했다면 다음번에 한번 더 가고 싶을 것이고, 아쉽게도 실패했다면 다음번에 가지 않으면 될 일이다.






진짜 커피를 만났다




오늘도 전날밤 미리 카페 맛집을 여러 군데 찾아 놓고, 그중에 하나를 찾아가는 도중이었다. 차가운 바람이 매섭게 불어와 가는 길을 멈추고 발견한 카페에 들어갔다. 그런데 찐 맛집을 만났다! 분명 우연히 만난 카페의 커피가 참 맛있었다. 요즘 커피를 줄이는 중이라 마음껏 카페에 가지 못하는 중인데, 우연히 들어간 곳의 커피가 맛있으면 정말 신이 난다. 오늘은 성공적인 날이다.



우연히 발견하면 더 기쁨이 되는 것.

분명 내게 맞는 맛집은 따로 있는 것 같다.

앞으로는 남들이 말하는 맛집에 연연하지 말고 나의 맛집을 찾아 나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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