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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오던 날, 제주

by Blair Feb 1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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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지난주 내내 눈이 왔었다. 날씨가 이상해서 눈이 오다가 해가 뜨고 또 눈이 오다가 해가 뜨고, 바람이 불어서 눈이 가로로 내리고... 암튼 참 이상했다.



눈이 내렸던 어떤 날은 차를 끌고 출근할 수가 없어서 걸어서 걸어서 버스를 타고 집에서 버스를 타려면 20분은 족히 걸어야 하는데, 버스 타는 시간을 몰라 뛰어 내려갔더니 다리 전체에 알이 배었다. 누가 보면 눈 오는 날 마라톤이라도 하는 줄 알았겠다. 아무튼 별로 반갑지 않은 날씨였다. 게다가 길은 어찌나 미끄럽고 추웠는지 모른다.



그렇게 지난주 내내 날씨가 안 좋았는데, 주말에는 밤새 눈이 가득 왔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온 세상이 하얗고 정원 가득 내린 눈이 정말 예뻤다. 비록 눈이 많이 왔지만 그래도 주말이라 참 다행이었다.








눈이 오는 주말이라 오히려 좋았다. 이런 날에 할 수 있는 것은 딱 하나다! 바로 눈놀이! 눈사람도 만들고 눈싸움도 하고 썰매도 타면 된다.



일단 옷을 두껍게 입어야 한다. 비록 집 앞에서 놀지만 모자, 장갑, 마스크는 필수이다. 일단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정원을 산책해 본다. 밤새  내린 부드러운 눈을 밟으니 기분이 좋다. 뽀드득, 푹푹 눈을 밟는 소리가 생생하게 들리더니 곧이어

아이는 뛰어다니기 시작한다. 오랜만에 내린 눈에 신나 보인다.



그동안 눈이 조금씩 오긴 했지만 이렇게 많이 내린 눈은 처음이다. 올해는 이렇게 눈이 내린 게 처음 같다. 원래 같았으면 12월 말 진작에 눈이 이만큼 왔어야 하는데 그것보다 한 달 반여정도가 지나서야 드디어 눈과 함께 노는 날이 온 것이다.



집에 눈오리 만들기 대신 하트모양 만들기가 있어서 눈으로 하트 만들기에 열중했다. 하트 눈을 만들고 또 만들어본다. 그리고 만들어놓은 눈으로 눈싸움을 시작한다. 얍얍! 많이 만들어놓은 덕분에 한참을 뛰어놀았다. 조금 놀다 보니 땀이 나기 시작한다.



눈이 가득한 풍경눈이 가득한 풍경



자! 이제 그렇다면 눈사람을 만들어볼까?



세상이 온통 눈이 가득한 덕분에 눈사람 만들기도 할 수 있다. 아빠와 아이는 눈을 굴리고 굴려서 아이만 한 눈사람을 만들어본다. 나뭇가지를 찾아 팔과 눈을 만들어주고 잠시 코에 당근이라도 가져다가 꽂아줄까 고민했다. 집에 남은 당근이 하나뿐이라 다음 기회에 해보기로 했다.



생각보다 수월하다. 날씨는 좀 쌀쌀하지만 눈놀이를 하느라 하나도 춥지 않다. 오랜만에 가득 내린 눈에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집 앞에서 즐겁게 놀 수 있었다.







다음 날도 눈이 조금 더 내렸다. 오늘은 친구들과 학교 운동장에서 만나 놀기로 했다. 오늘은 특별히 스키바지를 입고 가기로 했다. 일 년에 한 번 입을까 말까 하는 바지인데 더 작아지기 전에 입어야 한다. 무엇보다 스키 바지를 입은 이유는 학교로 내려가는 길이 계속 내리막길이라 썰매를 타면 재밌을 것 같아서였다. 어젯밤에 한번 길을 걸어 봤는데 내려가는 길이 얼어 내려가는 길에 신발로 스케이트를 탈 수 있을 지경이었다. 이왕이면 아래 마을로 내려가는 길에 썰매를 타면 더 빨리 재밌게 내려갈 수 있을 것 같았다(어차피 차도 간간히 다니는 길이라 통행에 방해가 될리는 없다).



안 쓰는 박스를 가지고 나와 아이에게 시범을 보인다. 내리막길에서 아이가 박스에 올라타고 나는 밀어준다. 생각보다 쉽지 않다. 차라리 엄마인 내가 혼자 타는 게 빠를지도 모른다. 썰매가 있으면 좋았겠다. 썰매를 살까 말까 겨울마다 생각하지만 눈이 많이 내리지 않는 제주에서는 일 년에 한두 번 사용하니 여태껏 고민하다 지금껏 미뤄왔다. 그러나 바로 지금 이 순간 필요한 것은 썰매였다. 아쉬웠다.


 


결국 십여분을 걸어 학교 운동장에 도착했다. 방학을 하고 내내 육지에 다녀온 아이는 학교가 오랜만이다. 학교 잔디밭이 가득 쌓인 눈을 보고 신이 났다. 그리고 친구들과 놀 생각에 더욱 신나 보였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많은 친구들이 금세 모였다. 먼저 아이들은 모여 눈싸움을 하기 시작한다. 나이가 더 많은 형님의 주도하에 아이들은 편을 갈라서 눈싸움을 시작한다. 드넓은 운동장을 신나게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니 참 좋다.



눈싸움이 모두 끝난 후에는 아이들과 어른들이 모두 모여 눈사람을 만들기 시작했다. 눈을 굴리고 굴리고 굴렸다. 나중엔 뭉친 눈이 얼마나 무거운지 혼자 밀기가 어려워 어른 둘이 모여 굴려야 했다.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 3개의 눈사람을 만들었다. 커다란 뭉친 눈과 눈을 합쳐 눈사람을 만드는 것이 좀 어려웠고, 그 외엔 잔디밭에 있는 누런 잔디가 눈사람 가득 묻어있어서 하얗게 변신시켜 주는 것이 포인트였다.



순식간에 눈사람을 세 개나 만든 우리는 마지막으로 단체 사진을 남겼다. 어른들도 아이들도 신나는 하루였다.



눈 덕분에 이곳에서의 또 하나의 겨울 추억을 만들었다. 참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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