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을 살다 보니 이곳에도 적응이 되었나 보다. 이제는 동네에 반찬을 나눠주는 친구들도 생겼다. 지난번에는 달래 무침과 브로콜리를 그리고 얼마 전에는 직접 만든 치즈와 파래 그리고 이번에는 톳을 반찬으로 만들어 가져다주었다. 그 밖에도 다양한 것들을 나눠 주었다. 지난번에는 오리탕도 가져다주었고 지난번엔 옥수수와 단호박도 그리고 겨울에는 귤도 한가득씩 가져다줬다. 한두 번 받은 줄 알았는데 하나둘 떠올려보니 친구들에게 받은 것들이 꽤 많았다.
다들 바쁘게 지내니 얼굴은 가끔 보지만 이렇게 음식이나 혹은 나눌 것이 있다며 집 앞에 놓고 가는 경우가 있다. 아파트였다면 아마도 위아래로 오가느라 바쁘고, 앞 옆집이라면 나눔이 좀 더 간편했을 텐데 친구들은 걸어올 수 없는 거리도 차를 타고 일부러 와서 주고 가기도 한다.
이렇게 반찬을 나눠 받으면 한 두 끼를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뭘 가리는 편이 아니라 그리고 매번 접하던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음식과 맛이라 더 좋기도 하다.
그러나 매번 얻어먹기만 하는 게 미안하다. 그게 문제이다.
우리 집은 매주마다 반찬을 사 먹는다. 우리 가족은 겨우 셋이라 반찬을 만들어도 많이 먹지 않는 데다가 매번 새로운 종류의 반찬을 요구하는 지라 매주 여러 종류의 반찬을 골라서 사 오는 게 마음이 편하다.
솔직히 처음에는 매주 반찬가게에서 반찬을 사 먹는 것이 맞나 싶었었는데, 이제는 반찬가게 없이 살지 못할 지경이다. 사실 반찬이라는 것이 만들면 금방 만들 수 있지만 매번 다양하게, 여러 가지 재료를 사다가 만드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반찬만 사고 메인 재료는 매일 다르게 만든다. 메인 재료로 매일 다른 메뉴를 생각하는 것도 나에게는 벅찬 일이다.
아무튼 매번 친구들에게 얻어먹다 보니 나도 무엇을 돌려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걱정이 늘어만 갔다.
그래도 나눔을 받을 때는 최대한 빈손으로 돌려보내지 않으려, 혹은 빈통이나 그릇으로 돌려주지 않으려 과일이나 다른 것들로 감사함을 대신하기는 했다. 그러나 왠지 같은 류의 것으로 먼저 나눔 해야 할 것 같은 걱정이 밀려온다.
그들처럼 반찬이나 음식으로 고마움을 표현하기에는 내 요리 솜씨는 한없이 부족하다.
매일 저녁 우리 집 밥상을 차리는 것에는 문제가 없지만 손님맞이나, 다른 사람을 위해 반찬을 만드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원래 잘 만들던 음식도 손님을 맞이하려고 만들면 이상한 맛이 돼버린 적이 많이 때문에 더더욱 용기가 없어진다.
그러나 때로는 나도 먼저 나누고 챙기고 싶은데 무엇을 나눠야 할지, 무엇을 좋아할지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좋은 수가 떠오르지 않는다. 분명 손이 작은 탓이다.
다들 왜 이렇게 요리를 잘하는 걸까? 그리고 대체 왜 다들 손이 큰 걸까...
이번에 어머니께서 오셨다. 어쩔 수 없이 엄마의 솜씨를 빌리기로 한다. 엄마가 직접 도토리를 줍고 갈아 만든 도토리 가루가 있다. 그것으로 도토리묵을 만들어 달라기로 한다.
집에 가진 냄비가 넘치도록 도토리묵을 만들었다. 물론 나는 만들 줄 모르고 엄마가 다 하셨다. 그리고 그릇마다 도토리묵을 넣어 굳혔다.
다음날, 굳힌 도토리묵을 적당한 사이즈로 자르고 담아 하나씩 포장했다. 오늘 만날 친구들에게 하나씩 나누어주려고 말이다.
그날 오후 친구들에게서 요리 사진이 도착했다. 묵으로 만든 무침과 묵밥까지 다양한 사진을 받아볼 수 있었다. 고마웠다.
그들은 그동안 그렇게 많은 음식을 나눠주었는데
고작 내가 나눠준 묵에 이렇게 고마움을 표현해 주다니 감동이었다.
그 후로도 여전히 많은 음식을 나눠 받는다. 미나리, 부추무침, 상추 등등등...
며칠 전에는 콜리플라워를 얼마 전에는 마늘종을 받았다. 콜리플라워는 그냥 데쳐먹어도 맛있는데 마늘종은 어떻게 해 먹어야 할지 참 고민이 된다.
나는 앞으로 먼저 요리로 나눔 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고 신상품의 무엇인가와 아니면 멀리 갔을 때 살 수 있는 맛있는 빵이나 쿠키 등을 사 와야겠다.
앞으로는 조금 더 부지런하게 나눔을 실천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