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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bye, 2021

by Blair


오늘은 2021년의 12월 31일이다. 2021년이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역시 이 날이 되면 좀처럼 해가 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특히 한 해의 나를 되돌아보며 깊은 반성이 하고 싶어지는 날이다. 아... 생각할수록 탄식만이 나온다. 올해도 별로 한 일이, 특별히 이뤄놓은 성과가 없으므로 이렇게 해를 보내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무엇보다 새해가 되어 한 살 더 나이를 먹는 일은 여전히 두렵고 무섭기만 하다.



연말이 다가오며 올해를 잘 마무리해야겠다 싶어서 더 열심히 책을 읽었다. 나의 헛헛한 마음을 달래는 가장 좋은 방법을 책을 읽는 일이고, 가끔 뇌리에 스치는 글감을 가지고 이렇게 글을 쓰는 일이고, 그것도 안된다 싶으면 집안일에 열심히 매달리면 된다. 그래서 오늘 내가 저녁으로 닭갈비를 만들었나 보다. (아이고)



언제나 읽는 책에서 위로를 받는다. 내게 책은 늘 가슴 떨림과 토닥임이 공존한다. 이 책에서는 그 토닥임을 만났다. 무려 제목이 '나는 괜찮아지고 있습니다'라니! 내가 하고 싶은 말에 어울리는 제목이어서 나에게 더 큰 울림을 주지 않았나 싶다.




삶이 뿌리째 흔들릴 때가 있습니다.
그 순간, 살아갈 힘을 잃지요.
그런데 죽을 듯한 그 순간들이 지나면 또 살아집니다.


나는 이제 괜찮아지고 있습니다 / 160p / 임후남 산문집





올해가 시작될 때 나의 삶이 꼭 그랬다. 뿌리째 흔들리고 있었다. 새해를 이미 맞이했는데 나의 마음을 둘 곳 없어 방황했고, 새해의 다짐도 하지 못한 채 우울감에 사로잡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올해 유난히 슬픔에 잠긴 시작이었다. 과거와 현재가 그리고 미래가 온통 뒤섞여서는, 그리고 외부적인 요인이 더해져서 너무도 복잡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다행히도 시간은 흘러 그 힘듬을 조금 이겨내고 지나왔고, 거기에 나는 지금 제주까지 오게 되었다. 여전히 그 힘든 과정은 진행 중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을 지나고 나니 나의 상황과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그 힘든 일은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고민한다고 해서 바뀔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이후로는 슬픔에 사로잡혀 사는 것을 그만두기로 했다. 그리고 이제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결심했다. 무엇보다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버틸 수 있고 그 버팀 끝에 내가 결국은 도와줄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변한 결과는 생각보다 꽤 훌륭했다. 물론 거리상의 이유로 현실의 아픔이 나에게 더 멀어지기도 했지만, 나는 그 힘듦을 발판 삼아 오히려 이전보다 단단해지는 중이다. 올해 초의 시련이 좋든 싫든 결국은 나에게 그 강한 마음의 초석을 다지는 시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20211222_103410.jpg 제주의 바다와 함께





나는 흰 머리카락을 자주 뽑는다. (새치가 어릴 적부터 많았다) 머리카락이 워낙 길다 보니 머리카락을 손으로 잡고 힐끔 봐도 흰머리가 보이기도 때문이다. 손으로 돌돌 말아 바로 뽑으면 되니까 흰 머리카락을 없애는 일은 나에게 아주 쉬운 일이다. 그런데 아주 가끔, 뽑고 난 흰 머리카락의 뿌리 부분이 검은색일 때가 있다. 나는 그럴 때 그 흰 머리카락을 뽑은 것이 너무도 아깝다. 그 뿌리 부분을 제외한 흰 머리카락을 가위로 잘라냈더라면 다시 검은색으로 나올 수 있는 '가능성 있는' 머리카락을 뽑아서 제거했기 때문이다.



지금의 나를 흰 머리카락 시기를 지나 다시 나오는 까만 머리카락이라고 생각해본다. 그 까만 머리카락은 계속 까만색으로 자라게 될지, 다시 흰색이 될지 아직 운명을 모른다. 그러나 그 운명을 기대해보는 것만으로도 설레는 머리카락으로 지내고 싶다. 결국 그 머리카락이 흰 머리카락으로 잡혀 뽑혀나갈지, 아니면 까만 머리로 더 길게 자라게 될지는 나의 몫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나에게로 올 가능성을 바라보며 살고 싶다. 자! 이제 2022년을 멋지게 맞이해보자!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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