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무래도 잡초가 많이 자라서 화단에 농약을 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앞마당의 화단은 그나마 괜찮은데 뒤편에 작게 있는 마당은 전혀 쓰지 않으니 잡초가 무성하다. 겨우 며칠새에 벌어진 일이다. 잡초가 며칠사이로 이렇게 빨리 클 수 있다니 두통이 온다. 정말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는 날이다.
제초제를 챙겨 잡초 위에 뿌리기 시작했다. 정원구석구석에 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뒷마당에 들어섰다. 이미 뒷마당 가득 자라 있는 잡초를 보니 한숨이 나왔다. 하지만 당분간은 제초제 덕분에 한숨지을 일은 없을 것이다. 뿌듯한 마음을 가지고 제초제를 또 구석구석 뿌렸다. 그렇게 한참 뿌리는데 옆집에서 삐져나온 나무 사이로 낯익은 것이 보인다.
어????? 어??????
바로 앵두였다. 조그맣고 빨갛게 익은 앵두가
나무 가득 달려있었다.
실로 오랜만의 앵두였다. 앵두를 그리도 좋아하는데 앵두나무를 본 것은 정말 오랜만 같다.
알알이 가득 빨간 앵두가 나무에 가득 열려있었다. 게다가 앵두나무가 두 그루였는데 아직 한 개는 미처 다 익지 않은 앵두가 가득 달려 있었다.
뒷집은 가득 달린 앵두를 하나도 따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동안 인사라고 하고 지낼걸... 후회가 들었다. 뒷집은 뒤에 있어서 그 사이에는 담벼락이 있어서, 집은 붙어있지만 문이 반대로 붙어있는 탓에 얼굴도 한번 제대로 못 본 탓이다.
아... 저 앵두 아까워서 어쩌지?
그러니까 이 집에 이사 와서 4년 만에야 뒷집에 앵두나무가 있는 것을 알았다. 이제와 그것을 안 것이 너무도 아쉬웠다. 빨리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앵두가 빨갛게 익은 것을 보니 6월이다.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날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한 20년 아니 15년 정도 되었을 때였다.
외할머니 댁에 가면 지천에 앵두나무가 가득했다. 할머니 집에도 있었고, 동네 여기저기에 앵두나무가 많이 있었다. 그래서 이맘때 할머니댁에 가면 앵두 따고 나르느라 눈에 불을 켰다.
그날은 할머니댁에 큰삼촌이 있었다. 큰삼촌과 함께 앵두를 따러 나갔다. 마을 어디에 가면 앵두나무가 많다고 했다. 삼촌과 나는 사다리를 들고 가서 앵두를 가득 따서 돌아왔다. 나는 낮은 곳에 삼촌은 높은 곳을 공략했다. 시간이 얼마 흐르지 않았는데도 이미 버켓에 가득이었다. 그 후 할머니 집에 와서 앵두를 씻어 먹으며 삼촌이랑 이야기를 나누었다. 20대의 나와 50대 초반의 삼촌.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인데 앵두를 따던 그날만큼은 정말 환상이었다.
그런데 그날이 삼촌의 마지막 날이었다. 그렇게 삼촌을 보고 며칠이 지나지 않은 6월 초 어느 날 삼촌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나와 함께 앵두를 따던 삼촌이 그렇게 허무하게 돌아가셨다.
그 후로 앵두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 앵두를 보면 너무 좋고 먹고 싶고 그런데 자연스럽게 삼촌이 생각나니까. 앵두는 늘 이맘때에 열리니까 늘 삼촌 생각이 동시에 나는 것이다. 앵두가 열리는 이때가 삼촌 기일이었지... 하면서 말이다.
세월이 아주 많이 흘렀다. 삼촌이 살아계셨으면 나와 함께 그리고 내 딸도 데리고 함께 앵두를 따러 가주셨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난 여전히 앵두가 너무 반갑고 좋은데... 앵두를 보면 슬프다. 삼촌이 보고 싶어진다.
아이는 자라는 동안 앵두나무도 본 적이 없고, 나의 삼촌도 만나본 적도 없다. 가끔 내가 사다 주는 앵두 몇 알을 맛보았을 뿐이다. 고작 그 몇 알에도 참 맛있다며 먹었었다.
오늘은 드디어 아이가 태어나 처음으로 앵두나무를 보는 날이다. 오늘 앵두나무를 보면 신기하겠지?
엄마가 그토록 좋아했던 앵두. 삼촌과의 추억이 남아있던 앵두나무. 오늘은 아이에게도 삼촌 이야길 들려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