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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을 잊었다

by Blair

여행 때문인지 알았다. 내가 자꾸 무엇인가 갖고 싶고, 사고 싶은 것은 모두 여행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삶이 변했다. 요즘 나의 삶을 되돌아보니 미니멀을 잊은 듯했다.



얼마 전에도 서울에 다녀왔다. 내가 사는 곳에는 없는 커다란 쇼핑몰들을 다녀왔고, 유명하다는 핫플에 가서도 많은 구경을 했다. 모든 것은 '물건'이었다. 그동안 보지도 못했던 새로운 것들이 그곳에 가득했다. 그 후로 물건이 마음속에 하나씩, 둘씩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것을 살까? 저것을 살까?'



그러나 분명 내가 그곳에 살고 있었더라면 사볼까 마음도 생기지 않았을 물건이었다.



미칠 노릇이었다. 생경한 것들에 온통 마음이 빼앗긴 것이라니! 분명 다시 집으로 돌아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필요 없는 물건이 될 것이 뻔할 물건이었다.



무엇을 고를까요?







그러나 집에 와서 그 마음이 오래도록 이어졌다. 그 후로 자꾸 물건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이것도 사고 싶고, 저것도 사고 싶고, 이것도 필요하고, 저것도 필요하다. 왜 이렇게 사고 싶고, 게다가 필요한 것이 많은 걸까?




꼭 필요한 것이야 사면되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을 살 없었다. 그러나 그러면 그럴수록 더욱 갖고 싶어졌다.




그렇다고 인터넷으로 주문하거나 필요 없는 것을 구매하거나 그랬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이런 마음을 갖고는 더 이상 미니멀리스트라고 말할 수가 없겠구나.




나를 둘러싼 물건들







얼마 전 다른 글을 보다가 '미니멀리스트로 지내는 과정이 우울증이었다'라는 글을 보았다. 나는 늘 물욕이 넘치던 사람이라 물건을 탐하는 것만 불안정한 정신상태의 한 증상으로 보았다. 그런데 물건을 줄이는 것도 우울증의 한 증상이라니! 그동안 생각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생각이었다. 오히려 신선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내가 그동안 미니멀리스트로 지내는 과정 또한 우울증이었다는 걸까? 그러면 물건을 탐해서도, 너무 없애서도 안 되는 걸까? 혼란스러웠다.




게다가 지난 4~5년간 내가 행했던 것은 과연 진정란 미니멀이 맞을까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물건만 보면 마음이 동하다니.



게다가 주위에 여전히 물건이 가득하다니, 나는 분명 아무것도 사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미니멀이 아니었다니! 스스로가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그러니까 인간이다.

지금부터라도 다시 정신 차릴 수밖에.




앞으로는 미니멀리스트와 맥시멀리스트의 대결이다. 그렇다면 지금 이 상태가 정상이 될지도 모른다.




이렇게 글을 쓰며 다시 미니멀리스트의 자세로 돌아간다. 이번에도 멀리 돌아왔다. 그러나 내가 매번 이런 자세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언제든 스스로를 컨트롤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당분간 물건에 욕심부리는 것만큼은 버리기로 했다. 그리고 꼭 사용하는 물건이 아닌 예쁜 물건에는 욕심을 덜기로 했다.




언제나 적정선을 유지하기.

다시 힘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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