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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좋은 이유

by Blair

조금씩 더운 날이 길어지고 있다. 더운 것보다 문제는 곧 장마라는 사실이다. 제주도는 얼마 전부터 이미 장마인 것처럼 한없이 축축하고 비가 많이 내리기 시작했다. 해가 쨍쨍 더운 것과 끝도 없이 비가 내리는 것 중에 뭐가 더 날까 고민해 보지만 아니 그냥 둘 다 싫다.



사실은 여름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겨울에 비하면 여름은 천국이라고 생각한다.



겨울은 실내조차 정말 추워서 많이 움직이고 싶지가 않다. 심지어 매일 씻거나, 옷을 벗고 입는 과정도 너무 힘든 지경이다. 그저 따뜻한 전기장판에 누워있고 싶다고나 할까. 그러니 이만큼 더워져서 마음껏 씻고, 무엇을 입어볼까 고민하는 여름이 훨씬 좋다. 심지어 아이가 감기 걸릴 걱정조차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니까 겨울보다 여름이 훨씬 좋을 수밖에...









사실은 지금보다 어릴 적에는 봄, 가을보다 여름을 가장 좋아했다. 여름에는 방학이 있었으니까, 휴가가 있었으니까 내가 공부걱정을 덜하고 푹 쉬거나, 어디론가 멀리 여행을 가거나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유난히 여름밤이 좋았다. 시원한 맥주와 치킨... 그리도 친구들과 가족들과 가던 시원한 바다. 여름은 친구들과 가족들을 더 자주 만나고 더 신나게 놀 수 있는 핑계였다.



그러나 지금은 조금 다른 이유에서 여름이 좋다.




얼마 전부터 제주에는 노랗게 익은 달콤하디 달콤한 초당옥수수가 출하되기 시작했다. 사실 올여름이 오길 그래서 초당옥수수를 빨리 만나길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무언가에 꽂히면 그것만 먹는 병이 있을 정도로 한 가지에 집착하는데 최근에는 그것이 초당옥수수였다. 작년에는 초당옥수수를 끊임없이 사다 댔다. 먹고 또 먹고 또 먹고 초당옥수수가 집에 떨어지지 않도록 사서 먹었다.

초당옥수수에 미친 자 같았다. 게다가 다른 것보다 먹기도 참 간편했다. 살짝 씻어서 전자레인지 몇 분이면 아삭아삭한 옥수수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여름에는 간단한 요리가 최고니까) 이처럼 간편한데 달콤하고 맛있는 것이 있다니! 게다가 몇 개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




원래부터 노란 옥수수를 좋아했다. 초당옥수수가 나오기 전부터... 그런데 내가 어릴 적에는 분명 노란 옥수수가 많이 팔았는데 언젠가부터 희고 검은 찰옥수수에 밀려 쉽게 만날 수 없었다. 그러나 요즘은 그것보다 훨씬 더 달고 맛있는 노란 초당옥수수가 나오고 있다. 정말 신난다.




올해도 초당옥수수 킬러!




사실을 여름을 기다렸던 것은 초당 옥수수 때문만은 아니었다.



여름이 시작되기 전부터 자주 먹은 것은 노란 참외였다. 참외의 영어 이름은 korean melon이라고 부를 정도로 한국에서 가장 많이 먹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참외이다. 커다란 것 하나만 먹어도 배가 부른 참외를 샐러드처럼 먹었다. 안은 달콤하고 겉은 시원하고 아삭해서 손이 자주 갔다. 온라인 마트에서 참외가 떨어지지 않도록 주문했다. 밥을 먹기 전에도 먹었고 밥을 먹은 후에도 먹었고 마치 참외가 주식인 것처럼 먹었다.



나는 참외가 그렇게도 맛있다.









그러다 진짜 여름이 되니 수박이 나오기 시작했다. 문제는 가격이 작년보다도 비싸진 느낌인데 사이즈가 더 커진 것 같아서 봐주기로 했다.



얼마 전 중국에 여행 갔을 때 수박 주스를 주문했다. 일반 컵이 아닌 커다란 버킷에 담겨 나왔다. 얼마나 큰 사이즈인지 양쪽에 빨대를 꽂을 수 있는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재밌게도 그 수박주스 한 개를 우리 가족 세 명이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았다. 그래서 더 좋았다. 그 수박주스가 다른 점은 아래에 쫄깃거리는 무엇인가가 우리가 흔히 먹는 버블티의 타피오카는 아니었고 뭔가 새로운 식감이었는데 너무도 수박주스와 잘 어울렸다. 아무튼 그 후로는 다시 수박에 빠지기 시작했다.





옆에 커피 컵과 비교하면 2배가 넘어보인다





커다란 수박을 주문해 먹기 좋게 잘라서 놓는다. 그러면 언제든 냉장고에서 시원하게 꺼내 먹을 수 있으니 참 좋다. 낮 동안 더워진 몸을 수박으로 달랠 수도 있다. 외출 후 가볍기 샤워를 하고 그 상태로 수박을 먹으면 몸에 있는 열기가 모두 빠져나가 시원해진다. 사실 서늘하기까지 하다. 그러면 다시 저녁을 지을 힘이 생긴다. 여름날 나에게 주는 힘은 수박으로 온다.








주위 이웃들이 수확한 상추, 토마토, 감자, 오이를 가져다주기 시작했다. 자주 나눔을 받은 덕분에 매일 식탁이 풍성하도록 먹고 있다.



게다가 마트에 가면 다른 계절과 다르게 채소 코너가 풍성하고 다양하게 진열되어 있다. 그 채소들을 다 먹을 것도 아니면서 그냥 보기만 해도

왠지 기분이 좋다.



건강한 밥상. 끼니마다 채소를 먹을 수 있어서 배가 부른 계절이 돌아왔다. 상추를 두 세장씩 겹쳐서 입에 가득 넣고 우물거릴 수 있는, 다른 계절보다 다양한 채소를 훨씬 더 많이 먹을 수 있는 그런 계절이다. 신이 난다.




과일도 채소도 풍성한 이 계절이 너무도 좋다.

곧 자두와 복숭아 포도를 만날 수 있다. 이런 기다림이 있으니 여름이 좋아질 수밖에!






여름의 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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