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으로 수박 먹으러 갈래요?"
어제는 학교에서 학부모 수업 참여가 있는 날이었다. 학교에 가기 전에 오랜만에 엄마들끼리 모여 티타임을 가졌다. 그리고도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이 비었다. 그중에 학교 가까이 사는 엄마가 집으로 불렀다.
갑자기 가게 된 다른 사람의 집. "우리 집 지저분하니까 놀라지 말아요" 라던 말이 무색하게 집이 참 깨끗했다. 이 정도가 지저분한 거면 우리 집은 돼지우리 일듯 하고 생각하며, 집을 둘러보았다. 정리 정돈도 잘 되어있었고 눈에 보이는 물건도 별로 없어서 집이 정말 넓어 보였다.
그날 오후 집에 돌아와 거실을 살펴보는데 의자에도 물건이 가득, 심지어 의자에 옷도 걸려있었다. 그리고 소파 중에 가장 넓은 부분에도 컴퓨터, 독서대 등등이 올려져 있어서 참 지저분했다. 뭐... 소파 앞에 있은 테이블은 이미 장난감과 책 등등 가득 올려져 난리가 난 상태였다.
아까 다녀온 집이 떠올랐다. 그 집은 물건도 없고 정리 정돈도 잘 되어있어 깔끔하던데... 역시 물건이 많은 탓인가 생각하며 테이블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날 밤 꿈을 꾸었다. 집이 하나도 정돈되지 않았는데 손님들이 들이닥친 꿈이었다. 집은 더럽지 손님들이 와서 음식은 차려내야 하지...
꿈에서도 너무 괴로웠다.
그런 하루가 지나니 오늘은 구석구석 비워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날이다.
일단 테이블부터 정리한다. 매번 사용 후 제자리에 돌려놓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치워도 치워도 늘 이 상태이다.
그 후 가장 먼저 비울 것은 아이의 것이다. 아무래도 집에 있는 물건에 가장 지분을 많이 갖고 있으니 주기적으로 비울 수밖에...
먼저 아이가 학교에서 가져온 것들을 비운다. 특히 매주 미술시간과 과학시간에 만든 것들을 모아놓은 것을 비워낸다. 매주 정말 다양한 것을 만들어 온다. 금방 버리기는 노력이 가상하니, 여러 개를 모았다가 버리는데 이번에는 점토로 만든 것, 거꾸로 보는 카메라, 현미경, 가야금도 있었다. 그래도 사진으로 찍어놨으니 괜찮겠지.
그 후 아이의 작아진 운동화를 비운다. 누군가에게 물려주고 싶지만 이미 한번 물려받은 신발이라 오른쪽 천 부분이 낡아 찢어진 부분이 생겼다. 어쩔 수 없이 버릴 때가 왔다. 이번 여름엔 크록스 한 개와 운동화 한 개를 비웠다.
이번에는 나의 분홍 구두와 스니커즈를 한 개 비웠다. 내 발은 더 이상 크지 않으니 사이즈는 맞지만 구두의 내부가 낡아서 아무래도 더 이상은 못 신을 것 같다. 거진 수명이 다 한 것 같아 마지막으로 올봄에 몇 번 더 신었다. 그리고 납작한 스니커즈를 비운다. 많이 신은 적 없는 것 같은데 이제 보니 바닥이 많이 닳고 옆 발가락 부분에도 찢어진 곳이 보인다.
아이의 작아진 봄, 가을 옷을 비워낸다. 봄 내내 입었던 실내복이 꽉 맞아 몇 가지를 비워냈다. 아마 가을에는 새로운 옷을 구입해야 할 것 같다. 아이의 여름옷을 꺼낸다. 작년에 정리할까 말까 고민하며 보관해 뒀던 옷 몇 가지도 함께 비워낸다.
나도 봄 옷을 정리하며 몇 가지를 비워낸다. 더 이상 입지 않게 된 긴팔 원피스, 오랫동안 입어 낡아버린 상하의 실내복, 앞으로 입지 않을 것 같은 옷을 골라낸다. 여름옷을 꺼내오며 그곳에서도 골라낸다. 낡은 옷, 색이 바랜 옷 아무래도 버려야 할 것만 같다.
물건을 비울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쓰레기봉지를 들고 집안을 돌아다니는 것이다. '버려야지' 하고 물건을 한 곳에 모아놓는 순간 어느새 다시 꺼내와 쓸 확률이 생기는데, 쓰레기 봉지에 바로 버리면 절대로 그럴 일이 없다. 게다가 구석구석 버릴 작을 물건을 찾아내며 희열을 느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버리기가 아까워서, 아직 새것 같아서, 조금만 더 가지고 있다가 버릴까 고민했던 것이 가차 없이 비워진다.
자주 쓰레기봉투를 들고 설치다 보니 버려야 할 물건들이 집안 곳곳에 정말 많다. 게다가 조금씩 버리다 보니 예전보다 더 쉽게 정리정돈이 잘 되는 것만 같아서, 그러면 집이(특히 거실이) 좀 더 깨끗해질 것 만 같아서 위로가 된다. 물론 매일 같이 치우고 정리하는데도 집안일은 끝이 없다. 여전히 물건이 많은 탓이라고 생각한다. 다행인 건 그렇게 버린 물건 중에 생각나는 물건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어제 다른 사람 집에 다녀와 깨끗한 집을 본 것도 새로운 자극이 되었다. 우리 집도 누군가 언제 불시에 찾아와도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는 집이 되고 싶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버리고 비우며 집에 물건이 늘어나지 않게 노력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