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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것이 좋긴 좋네!

by Blair

사용하고 있는 밥솥의 내솥이 오래된 듯하여 새로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도 제주도에도 그 브랜드 밥솥의 서비스센터가 존재했다. 제주시에 한 개, 서귀포시에 한 개가 있었는데 그중에 가까운 제주시로 향했다. 대략 집에서 30분 정도 걸리는 곳이었는데 주차가 아주 복잡한 곳이었다.



주차를 어렵게 하고 걸어서 도착하니 그곳에는 내솥이 팔지 않았다. 이유인즉슨 재고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언제쯤 다시 방문하면 살 수 있냐고 물어봤더니 기약이 없다고 했다. 언젠가 들어오긴 할 것인데 자기들도 언제인지 확답을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대체 이게 무엇일까? 여기가 제주가 아니었으면 또 다른 다른 대리점이나 서비스센터로 찾아가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서귀포가지 가느니 차라리 다음번에 다시 전화해 보고 들리는 것이 날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돌아왔다.



게다가 내솥의 가격이 생각보다 비쌌다. 몇만 원 내외였던 것 같다. 집에 오는 길에 인터넷에 밥솥을 검색했더니 인터넷에는 내솥 가격의 밥솥도 팔고 있었다. 차라리 조금사용하다가 밥솥을 새로 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몇 달이 흘렀다. 마음먹었을 때 내솥을 바꾸지 않았더니 이렇게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이제는 밥솥에 문제가 생겼다. 얼마 전부터 밥솥의 열고 닫는 버튼이 고장 났다. 처음엔 다시 제대로 끼워놓으면 며칠 동안은 잘 고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버튼이 열고 닫을 때마다 그 부분이 고정되지 않아 점점 불편해졌다.



내솥을 바꿀 때가 되었지만 못 바꾸고, 고장 나지 않은 밥솥을 그냥 새로 살까 하다가 아직 멀쩡한 것을 또 사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 것 같아서 구매를 미뤄왔는데... 이제 이렇게 고장 난 이상 바꾸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에 한참 밥솥을 검색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었다 기본 밥만 지어주는 저렴한 것부터 IH압력으로 짓는 비싼 것까지 너무도 가격대가 다양해서 무엇을 사야 할지 몰랐다. 우리 입맛이 그렇게 까다로운 것도 아니고 이전 밥솥도 그렇게 좋은 것이 아니어도 밥만 잘 먹었던지라 이번엔 가격과 디자인을 보고 골랐다.



그런데 최종적으로 밥솥의 사이즈를 골라야 했다. 보던 것 중에는 4인용과 6인용 10인용이 있었는데, 기존에 사용하던 것을 살펴보니 10인분이었다. 사실 우리 가족은 3명이라 4인용이면 충분할 것이라 생각해서 고민했는데 혹시 몰라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누구 하나 4인용과 6인용 사이에서 4인용을 추천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6인용을 구매했다.



며칠 후 택배가 도착했다. 밥솥인데 택배가 옆으로 뉘어져 송장이 붙어서, 그렇게 눕혀진 상태로 밥솥이 도착해 있었다. 대체 이 밥솥... 작동은 할까 걱정되었다.



걱정이 무색하게 밥솥은 잘만 작동했다.







안녕 잘가 쿠쿠...



오래된 밥솥을 비워내었다. 지지난 집에서 1년을 그리고 이전 집에서 2년을 그리고 제주에서 4년 가까이 열일해 주던 밥솥이었다. 총 7년을 사용했다. 물론 버튼을 교환하고, 내솥을 바꾸면 그보다 더 사용할 수도 있었지만 이제는 밥솥이 많이 지저분하기도 하고 그것을 고쳐 쓸만한 상황도 되지 않아 바꾼 것이다.




기존 밥솥은 분리수거로 보내고 그 자리에 새로운 밥솥을 올렸다. 기존에 10인분용을 쓰다가 6인분용을 구매했더니 사이즈가 작아져서 귀여웠다. 게다가 깨끗하고 깔끔한 밥솥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분명 얼마 지나지 않아 원래 늘 그 자리에 있던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첫날이라 아주 톡톡히 자신의 모습을 뽐내고 있었다.



오랜만에 새로운 물건을 사니 기분이 좋았다. 기분이나 충동에 따라 산 것이 아니라 그동안 열심히 사용해서 할 일을 다 끝낸 밥솥을 교체한 것이라 더 기분이 좋았다.







밥솥의 내솥은 꺼내어 씻고, 내외관을 깨끗한 행주로 잘 닦았다. 그리고 쌀을 씻어 밥을 안쳤다. 자그마한 밥솥이 과연 밥이 잘될까 궁금했다.



영차영차 작은 밥솥은 아주 조용히 그리고 성실하게 밥을 지어냈다.



이렇게 작은 밥솥에서 밥이 지어지다니 귀엽고 신기했다. 이전 밥솥에 비해 밥 짓는 소리도 작았다.


취사가 끝나자 아주 작은 소리가 울렸다. 좀 더 뜸을 들이다가 밥솥을 열었다. 그리고 각자의 그릇에 밥을 푸었다. 역시! 한국인은 밥이 최고다.

게다가 갓 만들어진 밥이라 정말 맛있었다.








우리는 매일 밥을 짓는다. 그렇기에 밥솥은 매일 열심히 일을 한다. 매일 쓰는 것에 대한 고마움과 그것들로 하여금 우리가 일상을 잘 지낼 수 있게 도와준다.



앞으로도 매일 맛있는 밥을 먹고 더 열심히 성실하게 지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어서 따뜻한 밥을 지어서 맛있는 식사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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