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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되라고 하는 잔소리... 맞지?

by Blair

아이에게 잔소리를 시작하면 정말 끝도 없이 잔소리가 나온다. 똑같은 이야기를 10번 정도 반복하면서 잔소리를 하는데 한번 터진 입이 멈추지 않는다.



분명 그 잔소리가 듣기 싫어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거 아니냐 생각하겠지만 그 잔소리를 하는 것이 나이다. 그렇게 끊임없는 잔소리를 하는 사람이 엄마인 나라는 것이다.



평상시는 잔소리를 안 할 때가 더 많다. 아이가 그렇게 크게 잘못하는 일도 없기도 하고, 평일에는 아침에 잠깐 보고 등교하고, 늦은 오후 하교해서 저녁 먹고 잠시 시간을 보내고 자는 것이 다이기에 잔소리할 시간도 별로 없다.



그런데 어쩌다 한번 잔소리가 시작되면 도무지 끝내기가 힘들다. 잔소리하는 나도 미칠 노릇이다.







어제의 잔소리는 고작 아이가 선생님께 제출하고 와야 할 것을 도로 가지고 와서 시작되었던 것이다.

아직 저학년이라 가방을 정리해주고는 하는데, 분명 어제 제출했어야 하는 동의서가 아직까지 가방에 고이 보관되어 있던 것이다.



그 순간 잔소리는 시작되었다.



한번 시작된 잔소리는 그 후로도 한참 동안 이어졌다. 아이가 잔소리로 질릴 만큼 하고 있는 내 모습에도 좀 의아할 지경이었다. 고작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는 것이 이 정도로 잔소리를 할 일인 것인가!




아이는 이제 어느 정도 커서 혼자 하는 것이 참 많아졌다. 하교하고 집에 오면 혼자 우유 정도 따라 마시고 간식도 먹고, 스스로 해야 할 공부도 하고, 어른들이 퇴근할 때까지 혼자 있는 것도 기특할 때가 있다.



그러나 도무지 가방 정리가 되지 않는다. 결국 어제는 물병도 놓고 가고, 가끔은 안경도 놓고 간다. 연필을 깎는 것도 알림장을 챙기는 것도 계속 엄마 몫이다. 사실 잔소리의 시작은 동의서였지만 그동안 아이가 하는 행동들의 불만이 쌓여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다 터져버린 것이다.



물론 아이 입장에서는 조금 억울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니까 가만 보면 이것이 엄마의 잔소리인지, 화인지, 가르침인지 잘 구별해야 했다.



정말 아이가 잘못한 것인지, 아니면 엄마 마음에 화가 들어있어서 그런 것인지, 이것 하나가 이유인지 아니면 그동안 쌓여있던 것이 모두 이유가 된 것인지 등등등...



아무튼 한바탕 쏟아내었더니 또 엄마 마음은 불편해진다. 분명 잔소리하는 엄마 마음은 편치 않다.








때때로 맞이하는 잔소리 폭탄에 아이는 얼마나 당황하고 슬프고 속상할까. 그 마음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어릴 때 엄마에게 혼나면 두고두고 마음에 멍이 들고는 했으니까. 그 마음을 제일 잘 아는 것도 엄마가 된 나다.



어느 날 아이가 그랬다. "엄마, 잔소리는 잘 되라는 소리래, 그래서 엄마가 나 잘되라고 잔소리하는 거지?"



맞다. 너 잘되라고 하는 소리이긴 하다.



내가 물었다. "며칠 전 엄마가 잔소리하고, 화내서 속상하지?"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엄마가 잔소리해서 미안해, 그런데 이제는 네 일을 스스로 할 줄 아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 그러면 엄마의 잔소리가 점점 없어질 것 같아.




사실은 매번 본인이 해야 할 일을 까먹는 아이에게 화가 났었다. 그래서 더 잔소리가 길었던 것이다.








그렇게 잔소리를 많이 하면 잠시 며칠은 아이의 행동이 달라지긴 한다. 자신의 물건을 좀 더 잘 챙기고, 가방정리도 잘하고, 해야 할 일을 좀 더 꼼꼼하게 하긴 한다.



그러나 나의 잔소리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아이와 나는 멀어질 것을 안다. 조금 더 나이가 들면 사춘기도 시작될 테니 분명 점점 멀어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앞으로는 잔소리가 아니라 대화로, 화가 아니라 진정한 마음을 담아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나누는 자세가 필요하겠다.



대화로도 서로가 조금 더 나아진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엄마인 내가 좀 더 노력해야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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