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신발을 좋아하는 사람을 '지네'라고 부른다. 신발을 좋아하기도 하고, 신발을 많이 사기도 하고 분명 발은 두 개인데 신발을 많이 갖고 있으니 그렇게 부르는 것 같았다.
나는 분명히 지네는 아니다.
왜냐면 신발은 TPO에 맞춰 적당한 것으로 몇 켤레만 있으면 되지 라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발목이 아프다. 지난 4월 다친 발목이 괜찮아 지다가 또 아프고, 괜찮아지다 아프고 그런다. 평소에는 운동화를 신다가 괜찮아진 것 같으면 아무 신발을 신고 그러다 또 아프면 운동화를 신고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온전히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사실은 차를 타고 다니니 그렇게 발목이 무리하는 생활을 하지 않는 것 같은데 자세가 잘못되었던지, 그것도 아니면 일하는 내내 서있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아무튼 발목이 아프니 자꾸만 신발들이 걸리적거린다. 이것도 불편하고, 저것도 불편하고 분명 평상시 잘만 신던 신발이었는데 이렇게 불편한 것이 투성이다.
남편은 분명 미니멀리스트가 분명하다. 가지고 있는 물건도 옷도 몇 개가 되지 않는다. 가방은 한 개만 있어도 충분하고 물건은 언제든 살 수 있으니 그렇게 욕심내지 않는다. 물론 나도 물건은 언제든 살 수 있는 것을 아는데 내가 사기 전까지는 내 소유가 아니니 조금 욕심이 날 때가 있다. 그는 마치 다른 세상 사람 같다.
그의 신발은 딱 세 켤레이다. 운동화 한 켤레, 정장화 한 켤레 그리고 겨울에 샀던 털 달린 크록스 한 개다. 크록스 신발은 내부 부착된 털이 떨어졌더라면 여름에도 신고 좋았을 텐데 부착된 것이라 지금은 방치상태이다. 여름이 되며 원래 가지고 있던 샌들이 있었는데 보이지 않는다고 찾고 다니는데, 서울에 있는 본가까지 가서 찾아보고는 없다며 하나 사야겠다고 생각만 하는 상태이다. 이 여름에 운동화만 신고 다니는 것이 더워 보여 빨리 사라고 재촉해도 아직 불편하지 않다며 꼭 사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중이기도 하다.
신발이 고작 세 개뿐이라니! 진짜 미니멀리스트는 아무래도 내가 아니라 남편이다. 나는 거의 사기 미니멀리스트에 가까운 것 같다.
최근에 신발이 두 개 망가졌다. 신발이 노화된 느낌이랄까? 잘 안 신던 신발이 아니라 분명 꾸준히 신는 신발이었는데 올해 되니 가죽이 삭아서 떨어진다. 아마도 진짜 가죽이 아니어서 그럴 것이다. 그래서 신발 내부가 바스스 바스러진다.
그래도 어떻게 신어보려고 바닥에 보호대를 붙여서 몇 번 더 신기도 했는데 이미 신발은 신을 때마다 더더 많은 부스러기를 내보내고 있었다. 올해 여름까지는 신고 보내주려고 마음먹었는데 아마도 이번 달이면 보내줘야 할 모양새이다.
다른 망가진 신발은 크록스이다. 수 년동안 잘 신은 신발이다. 정말 이곳저곳에서도 엄청 잘 신고 여름이면 필수템이었다. 게다가 제주에 와서도 잘 신던 신발이었는데 얼마나 열심히 신었는지 밑창이 분리되고 말았다. 밑창이 분리되었으니 밑창을 버리고 신어볼까 생각했으니 밑창을 빼고 보니 너무 날것 그대로라 이것은 바로 버려야 할 것 같다.
오늘 물놀이하러 가는데 신을 신발이 없어서 챙겨갔으나 밑창이 자꾸만 분리되어 걷는데 불편했다. 이 정도면 이제 그만 보내줘야 하는 것이 맞다.
신발이 두 켤레나 망가졌는데도 아직 나에겐 여름 신발이 네 켤레나 남아있다.
무려 여름 신발만 네 개가 남아있는 것이다. 신발이 왜 이렇게 많은 건지 다시 신발장을 살펴보니 겨울 것이 다섯, 봄가을 신발이 다섯 그리고 여름 신발이 네 켤레가 있었다. 그중에 올해 안으로 정리할 신발은 겨우 겨울 신발 두 개와 봄, 가을 신발 한 개다. 그러면 총 14켤레에서 11켤레로 줄어들 것이다.
가진 신발의 개수는 몇 개가 적당할까?
솔직히 한 사람이 사계절 3켤레 신발을 가지고 신는 것은 너무 잔인하다. 그러니 각 계절에 두 켤레씩 혹은 세 켤레씩 해서 6~9켤레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라는 결론을 내렸다.
어떤 사람에게는 10켤레 내외의 신발이 많다고 혹은 적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내 스스로의 기준만 잘 잡는다면 무엇이 문제랴!
나는 이렇게 평생 미니멀 리스트로 되는 것을 힘들어할지도 모른다. 이번에는 고작 신발 때문에... 그래도 오늘도 조금 더 노력해서 물건을 줄이고자 노력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