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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냉면 맛은 모르지만

by Blair

요즘 연신 폭염 경고가 울린다. 그도 그럴 것이 30도를 넘어선 지는 옛날이고 요즘은 기본이 33도이다. 서울은 제주보다 훨씬 덥다던데 그러면 35도 정도 되려나? 생각만 해도 어마 무시한 날씨다. 오늘은 33도의 야외를 겨우 십여분 정도 걸어 다녔는데 정말 푹푹 찐다. 나는 그래도 더위에 강한 편이라 괜찮았는데 옆에서 같이 걷던 아이는 걷는 내내 덥다, 힘들다 노래를 불렀다.



그래도 여름이라고 시원한 곳을 찾아다니고 차가운 음식만 먹으니 그리 덥다는 생각이 들지 않지 않다. 매일 차가운 물로 샤워를 몇 번씩 하는 것은 기본이고 매일 아이스커피와 냉장고에 넣어둔 차가운 물을 달고 살고 그 밖에도 아이스크림, 얼음, 빙수, 냉면, 수박 등등의 것들을 먹고 또 먹는다.



그러니까 더위를 먹지 않으려고 어떻게든 더위를 이겨내 보려고 이런저런 방법으로 노력 중이다.








여름이면 꼭 찾아먹는 음식이 있다. 냉면, 콩국수, 열무김치국수, 삼계탕, 수박주스, 포도 등등이다.



여름 시작 되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꼭 냉면을 먹는다. 그때마다 늘 칡냉면을 먹었다. 까만 면발이 가득한 칡냉면. 그 위에 올라간 무절임도 양념장도 반쪽자리 계란도 참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때로는 비빔냉면이거나 물냉면으로 바꿔가면서 먹는 것이 여름을 통과하는 방법이었다



어느 날에 집에 열무김치가 많이 생기면 열무김치를 해먹기도 했다. 재료는 열무김치, 냉면육수, 소면이면 충분했다. 밖에서 파는 것처럼 감칠맛 나지는 않았지만 열무김치에서 느껴지는 엄마의 손맛처럼 열무김치국수가 그러했다.




그러다 기어이 콩국수도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 사실 콩을 갈아 콩국수를 해 먹는 것이 정석이지만 그럴 자신은 없으니 시판 콩국물(잘 나온다)은 사고 소면만 삶으면 바로 만들 수 있는 어쩌면 라면 끓이기보다 쉬운 음식이었기 때문이다. 바로 며칠 전에도 콩국물을 주문한 후 소면만 삶아 금방 한 상 차려냈다. 오랜만에 먹는 콩국수는 인기만점 메뉴였다.




여름에는 냉면이 좋아요







지난번 모임이 있었는데 '평양냉면' 맛집에서 만나기로 했다. 사실 그전까지는 평양냉면을 먹어본 적 없었다. 그런데 그곳이 평양냉면 맛집이라고 했다. 평일에는 웨이팅도 있을 정도로 잘 팔리는 맛집이라고 했다. 그래서 방문을 했는데 놋그릇이 아무 멋졌다는 기억뿐이다.




분명 커다란 놋그릇에 커다란 고기 몇 점이 올라간 맑은 국물의 평양냉면을 먹었는데 '맛있게'먹은 기억이 없다. 이 기회에 평양냉면 마니아가 돼 보려고 했는데 이렇게 맛도 기억도 가물가물할 정도로 임팩트가 없다니... 그 후로 다시 먹을 일이 없었다.





평양냉면은 처음이라...





그런데 올해 집에서 먹을 냉면을 주문하다가 우연히 '평양냉면'을 주문하게 되었다. 어느 마트에서도 파는 시판 인스턴트 냉면이다. 왠지 평양냉면은 뭔가 다르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주문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평생 먹었던 냉면의 맛을 다 이기는 맛이 여기에 있었다. 다른 토핑은 어느 것도 넣지 않았는데 그 자체로도 정말 맛있었다. 국물도 적당히 진하고 면발도 부드럽고 어쩜 이렇게 맛있는 냉면이 있을까! 깜짝 놀랐다.



심지어 면발의 양도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고 적당했다. 안에 겨자소스가 포함되어 있는데 그것을 넣지 않아도 이미 그 자체로 정말 맛있었다.



얼마나 맛있는지 매주 2개씩은 기본으로 먹고 있다. 사실 더 먹을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냉면 칼로리가 높다고 하여 자제 중이다.







역시 내 입맛은 값비싼, 그 지역에서 제일 유명한 평양냉면도 이길 정도로 mgs에 익숙해진 걸까?



비록 진짜(?) 평양냉면의 맛은 모르지만 이렇게라도 평양냉면의 느낌을(!) 알게 되어서 다행이다.




올해 우연히 인생 냉면을 찾을지는 몰랐다. 그 냉면 덕분에 올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어 정말 기쁘다. 올여름도 잘 보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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