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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Jan 07. 2022

언젠가는 다시 만날 수 있어

아이 친구가 이사를 갔다. 



오늘 사랑이가 마지막 날이었어.
그래서 다 같이 사진 찍었어.





아이는 하원하며 오늘 사랑이의 마지막 날이었다고 말했다.  아이가 이사 와서 처음으로 사귄 친구가 내일 이사를 간다고 했다. 내가 아이에게 물었다. "사랑이가 이사 가서 아쉽겠다. 어떻게 해?" 아이가 대답했다. "괜찮아, 언젠가는 다시 만날 수 있어." 내가 아이에게 해준 말이었다. 나는 아이에게서 이 말을 듣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이는 10월에 갑자기 제주도로 이사를 오는 바람에 유치원을 옮기게 되었다. 10월에 이사하려던 것은 아닌데 상황이 그렇게 밖에 되지 않았다. 아이는 5살부터 다니던 유치원을 정말 정말 좋아했다. 일 년 반을 넘게 다니는 동안 아이는 매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났다 오직 유치원을 가기 위해서. 그곳에서는 친구들과 트러블도 전혀 없이 매일 즐겁고 행복하게 지냈었다. 그런 아이를 학기 중간에 무작정 제주도로 데려왔다. 그때는 몰랐다. 그러나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이 어른의 이기심이구나 알게 되었다. 



원래 제주에 오면서 당분간은 새로운 유치원에 다닐 계획이 전혀 없었다. 3월 새 학기를 기점으로 새로운 곳으로 다시 보낼 생각이었다. 그러나 10월부터 2월까지 그 몇 달 동안이라도 제주도에 왔으니 그냥 즐겁게 뛰어놀게 하고 싶었다. 그런데 아이는 이사 온 직후부터 이전 유치원 친구들을 너무도 그리워했다. 그리고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 했다. 아이는 제주에서 가는 곳곳마다 친구를 찾았다. 제주의 시골에 살고 있는 우리는 최대한 가까운 곳을 찾아 아이를 곧바로 등원시키게 되었다.



사랑이는 새로 다니게 된 유치원에서 만난 첫 친구였다. 워낙 성격도 좋고 명랑한 사랑이는 첫날부터 우리 아이를 잘 챙겨줬다. 우리 아이뿐만 아니라 반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은 아이였다. 아이는 사랑이 덕분에 원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아이는 하원 후에는 종종 사랑이 이야기를 했다. 



그랬던 아이의 첫 친구 사랑이가 이사를 갔다. 내일이 마지막 날인지 알고 사랑이에게 줄 카드도 써놨는데,  마지막 날이 오늘이었어서 딱 하루 차이로 카드를 주지도 못했다. 둘은 겨우 두 달을 알았는데 마치 나의 기분은 2년 동안 사귄 친구와 헤어진 느낌이었다. 내가 물었다. "사랑이는 어디로 이사 간대?"  "아주 멀리 간데, 그런데 제주도에 있대. 그런데 아주 멀대." 아이는 몇 번이고 사랑이가 제주도에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리고는 아이가 말했다. 





나는 사랑이가 보고 싶어도 참을 거야
사랑이가 다시 올 때까지.





"사랑이가 엄청 보고 싶은데... 아쉽긴 하지만 참아야지." 나는 아이의 이야기를 듣다가 눈물이 터져버렸다. 나는 왜 눈물이 났을까. 펑펑 울어버렸다. 마치 오늘 내가 사랑이와 마지막 인사를 한 기분이었다. 



아이는 올해 두 번의 이별을 통해 마음이 훌쩍 큰듯했다. 아이보다 내 마음이 아팠다. 이별이라는 것이 그렇게 쉽지 않은 것인데 아이가 자꾸 이별을 겪게 하는 게 정말 미안하다. 좋아하는 사람과 헤어져야 하는 것, 인연이라는 게 만나기도 하지만 이렇게 보내 줘야 할 때도 있고... 그렇지만 아직 아이가 이별을 받아들이기엔 너무도 어려울 것이다. 





사랑이에게 쓴 카드는 하루 차이로 전해주지 못했다. ㅜㅜ




저녁을 먹고는 또 사랑이 이야기를 한다. "나 언제 사랑이한테 전화해서 만나자고 할 거야" 나는 속으로 너 전화번호는 알아?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어른이라, 이제 아이가 사랑이를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 언젠가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난 아이에게 영원히 만날 수 없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다. 아이의 그 기대와 기다림이 사랑이를 다시 만나게 할 수도 있을 테니까.



어른인 우리에게는 제주도는 즐겁고 재밌고 낭만이 가득한 곳이다. 그런데 서울에서 제주로, 다시 제주에서 서울로 친구가 자꾸만 바뀌고, 상황이 변하게 되는 아이는 미처 고려하지 못했다. 어디를 가더라도 적응이 워낙 빨랐던 아이 었어서 마냥 괜찮을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나를 반성한다. 너희가 다시 꼭 만나게 되면 좋겠다. 우연이라도 꼭. 그래야 내가 너에게 덜 미안해질 것 같아서... 엄마가 미안해.







*선생님으로부터 사랑이(가명)의 엄마가 아이 친구 엄마들과 전화번호를 교환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전에 들어 연락처를 제가 따로 물어볼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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