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제주에서 갔던 카페는 조금 특별했다. 왼쪽은 빈티지 샵이 오른쪽엔 제주 구옥을 카페로 만들어 놓았다. 그 앞엔 커다란 개가 앉아 지키고 있었다. 카페에 들어서며 곳곳에 진열된 빈티지 옷들이 자연스럽게 눈이 갔다. 카페 내부도 빈티지 상품들로 가득했다. 카페를 만든 사람의 취향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곳이었다.
가게에 들어서서 커피를 마시는데 문득 뉴욕에 도착했을 때가 떠올랐다. 여행이 아니라 공부를 하러 갔던 것이어서 4계절의 옷을 다 들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는데, 아무래도 가진 옷을 모두 들고 갈 수가 없었어서 지내는 내내 옷이 부족하고 또 부족했다. 옷뿐일까, 신발도... 가방도... 모든 것이 다 부족했다. 지금의 나라면 뉴욕에서 신나게 쇼핑을 했겠지만 그때는 학생에다가 뉴욕에 도착한 극 초반이라 미국의 물가가 약간 부담스러웠다. 그러던 중 누군가 나에게 브루클린에 있던 빈티지샵을 소개해 주었다. 그래서 나는 쇼핑의 메카 뉴욕에서 처음 쇼핑을 하러 빈티지샵에 갔다. 그날이 브루클린에 가본 첫날이자 빈티지샵에 처음 방문해 본 것이다. 내가 그곳에 갈 때 뉴욕에서 만난 첫 친구가 동행했는데 그는 여전히 나와 친구다. 지난달에 제주에서도 우리가 만났지, 그는 그날을 기억이나 할까?
브루클린의 빈티지샵의 제품들의 가격은 새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그럼에도 뉴욕에서의 쇼핑은 아직 나에겐 아직 사치라고 여겨져서 그곳에서 1가지의 옷 밖엔 살 수 없었다. 20대 여성에게 유명했던 미국 브랜드였는데 지퍼가 있는 후드티였다. 브랜드라고 빈티지인데도 가격이 조금 비쌌던 기억이 있다. 그때 내가 빈티지 옷을 좋아했더라면 그곳은 환상의 플레이스였을 텐데 그 당시 나에겐 빈티지는 누가 입다가 싫증난 것, 혹은 옷 수거함에 내놓은 옷을 잘 선별해 판매하는 것 정도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그래도 그때 사온 옷은 내가 미국에서 돌아와서도 한참 내 방 옷장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몇 년 후 집에 있던 많은 옷을 정리해서 수거함에 버렸는데 그때 함께 제거되었다. 아마 그때 내가 정리한 옷들도 빈티지라는 이름으로 어딘가에서 팔리고 있겠지?
빈티지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이전의 빈티지는 낡고 오래된 것이라 폄하되었지만 현시대의 빈티지는 오래되어 가치 있는 것이라 여겨진다. 요즘 내가 관심 갖는 빈티지는 가구이다. 내가 인별에서 자주 보는 인플루언서 집에는 종종 새 가구가 채워진다. 새것인 듯 보이지만 굉장히 오래된 빈티지 제품이다. 중후한 매력을 뽐내는 빈티지 가구를 알게 되며 빈티지에 눈이 가기 시작했다. 새 제품보다 결코 저렴하지는 않지만 나름의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서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렇게 알게 된 빈티지 가구 스토어에서는 종종 유럽에서 들어온 가구를 소개한다. 한국으로 컨테이너 한가득 빈티지 가구가 수입되어 들어오면 가구 업체가 그것을 받아 깨끗하게 손질해서 파는데, 워낙 찾는 손님이 많아서 금방 품절되기도 한다. 그렇게 깨끗해진 가구를 보고 빈티지에 대해 새롭게 눈을 뜨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빈티지 찻잔이 눈에 들어오게 된다. 가구보다 당연히 부피도 작고, 저렴하니 더욱 관심이 갔다. 내가 마음먹으면 언제라도 구입할 수 있는 것은 빈티지 찻잔 정도가 아닐까? 예전 유럽여행에 가면 꼭 플리마켓을 찾아 들리곤 했는데 그곳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빈티지 찻잔이었다. 그러나 여행 중에 데려오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이 찻잔이라 직접 사 온 적은 없지만 늘 사고 싶어 안달이 났었다. 최근에도 갖고 싶은 빈티지 찻잔이 얼마나 많은지, 요즘에 갖고 싶은 것은 ㅇㄹㅂㅇ ㅍㄹㄷ라는 브랜드의 찻잔인데 빈티지인데도 불구하고 꽤 가격이 나가서 쉽게 지를 용기가 나지 않는다. 아! 갖고 싶다!
이븐 쉬나드는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소비자로서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물건을 오래 사용하는 것이다.
그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에게도 빈티지는 자연의 선순환이다. 그렇기 때문에 빈티지를 구매한다는 명목으로 쇼핑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모든 물건이 빈티지가 되기 전에 최대한 잘 활용해서 사용하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나에겐 빈티지를 사는 것보다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