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제주낭만

제주, 코로나 비상

by Blair


안다. 코로나는 이미 2년 전부터 비상이었다. 우리가 작년 가을 제주에 온 것은 꽤 늦은 시점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처럼 코로나 확진자 수가 크게 늘지 않았고, 이대로만 간다면 코로나 종말 시점이 얼마 안 남았을 것이라 예상되던 때라 서울을 떠나는 게 맞을까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 확진자 수가 1500명 정도를 웃돌 때였으니 그래도 꽤 많긴 했다. 내 마지막 기억으로 내가 사는 서울시, XX 구는 하루 50명 정도 확진될 때도 있었으니 말이다.



결국 코로나와 별개로 여러 가지 이유에 의해 제주로 오게 되었다. 그렇게 제주에 왔는데 이곳은 정말 뉴스에서 이야기하는 청정지역이었다. 2021년 10월. 그때만 해도 제주도 일일 확진자 수는 평균 10~20명의 정도였다. 서울시 xx구보다 적은 숫자의 확진자가 있던 제주, 그때 나는 지나가는 동네 사람들과 인사하며 '마스크 없이' 이사를 한 적도 있었다. (물론 이후에는 정신 차리고 마스크를 꼭 착용했다.)



그런데 제주의 10월 10~20명 웃돌던 확진자 수가 1월 말 즈음부터 조금씩 조금씩 늘더니 2월 2일 122명 그리고 2월 14일인 오늘 509명의 확진자를 기록하고 있다. 500명대의 확진자가 나온 지 일주일이 되었다. 제주에서 일 평균 500명 정도의 확진자가 있다는 것은 분명 우리에게도 위협적인 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제주로 이사하고 매달 감기에 걸려있다. 이번에 다시 기침을 하며 정말 '코로나에 걸렸을 수 있겠다' 싶었다. 그 시작은 늘 목감기로 시작해서 콧물인데 이번엔 기침이 많이 나와서 정말 고민이 되었다. 그동안의 증상을 보면 분명 감기인데, 부모님이 설에 오셨다가 나에게 감기를 옮겨준 것이 분명 맞는데... 특히 이번 나의 감기는 더욱 공포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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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안내 문자 : 제주 확진자 현황





그 위험은 우리에게 아주 가까이 다가왔다. 매주 금요일에 만나는 조부모님 집에 놀러 오는 앞집 아이들이 있는데, 지난주는 내내 이곳에서 지냈다. 이유인즉슨 어린이집 선생님이 코로나 확진이 되어 어린이집의 문을 닫은 상황이었다. 직장에 나가야 하는 부모님을 대신해서 아이는 조부모님 댁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난 금요일, 제주에서 유일하게 알고 있는 아이 친구의 엄마에게 전화를 받았다. 둘째 아이 어린이집 선생님이 확진이라 어린이집이 일주일 동안 폐쇄되었다는 연락이었다. 덕분에 첫째도 어린이집을 가지 못하고 가정 보육하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서서히 가까이에서 확진자가 나타나는 것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정말 코앞에 다가왔다! 월요일, 주말을 지내고 아이가 등원을 했다. 오전 11시경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같은 반 아이의 엄마가 주말 확진 판정을 받았고 오늘 아이가 PCR 검사를 받는다고 했다. 그 검사의 결과는 내일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해주셨다. 그런데 그 아이는 지난 금요일까지 등원을 한 상태였고, 엄마가 걸린 시점이 주말이니 내일 아이의 양성 유무에 따라 어린이집의 아이들의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



사실 우리가 서울에서 지냈더라면 이미 유치원에서 벌써 이런 경험을 겪었거나, 코로나가 확진된 지인부터, 자가격리 등등 이미 많은 경험을 하고 지났을지도 모른다. 결국 우린 제주에서 살며 그 시간이 조금 미뤄진 것뿐이었다. 우리도 이제는 절벽 끝에 서있는 기분이 든다. 더 이상 손쓸 수 없는 그 몹쓸 것.








스크린샷 2022-02-14 오후 11.42.26.png 달집태우기 사진 : 출처 한국중앙연구원



< 달집 태우기 >

음력 정월 대보름날 농악 대대와 함께 망우리를 돌리며 달맞이할 때 주위를 밝게 하기 위해서 청소년들이 대나무로 기둥을 세우고 짚 ·솔가지 ·땔감 등으로 덮고 달이 뜨는 동쪽에 문을 내서 만든 것을 달집이라 한다. 달집 속에는 짚으로 달을 만들어 걸고 달이 뜰 때 풍물을 치며 태운다. 이것은 쥐불놀이나 횃불싸움 등과 같이 불이 타오르는 발양력과 달이 점차 생장하는 생산력에 의탁한 민속놀이다. 달집을 태워서 이것이 고루 잘 타오르면 그해는 풍년, 불이 도중에 꺼지면 흉년이고, 달집이 타면서 넘어지는 쪽의 마을이 풍년, 이웃마을과 경쟁하여 잘 타면 풍년이 들 것으로 점친다. 또한 달집 속에 넣은 대나무가 불에 타면서 터지는 소리에 마을의 악귀들이 달아난다고도 한다. 달집을 태울 때 남보다 먼저 불을 지르거나 헝겊을 달면 아이를 잘 낳고, 논에서 달집을 태우면 농사가 잘된다고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달집 태우기 (두산백과)






오늘은 정월대보름, 어린이집에서 '달집 태우기' 행사가 마련되어 있었다. 아이들의 달집 태우기 행사에는 소원지에 소원을 적은 것을 태워버리는 행사로 아이들의 수준에 맞춰서 변형되었다. 그리고 주말 동안 소원지에 소원을 적어오라는 것이 숙제였다. 우리 가족은 지난 주말 그 소원지에 이렇게 적었다. 우리 가족, 선생님, 친구들 모두가 코로나로부터 안전하게 도와주세요. 그리고 코로나가 이제 제발 사라지게 해 주세요. 그런데 달집 태우기 행사는 이제 오도 가도 없이 사라지고 그 소원지도 제 역할을 할 수 없게 되었으니, 우리가 간절히 원했던 그 소원은 이루어지긴 하는 것일까?



아이도 나도 처음 참여해보는 '달집 태우기' 행사에 참 들떴었는데 우리는 경험해보지 못하고 지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지난 2년 동안 할 수 있는 것보다 할 수 없는 것들이 훨씬 많았다. 이제 이런 것쯤은 더 이상 아쉬워하지도 불편해하지도 않을 테니 제발 이제 그만 코로나로부터 벗어났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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