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지난주부터 내내 흐린 날씨가 계속되더니 갑자기 삼일 내내 해가 뜨고 화창하다. 0도 언저리에서 웃도는 온도에서 5~10도까지 확 오르니 얼마나 따뜻하게 느껴지던지, 저녁에 해가 떨어지면 어쩔 수 없이 추워지지만 한낮엔 해가 화창하니 집안까지도 따뜻해진다. 오늘 햇살을 보니 제주에 봄이 왔다.
삼일 내내 햇볕을 쬐었더니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모른다. 햇살 가득한 제주는 절로 배가 부르다. 오랜만에 파란 하늘을 바라보니 낭만만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고 특히 매일같이 이렇게 해만 떠도 좋을 것 같고, 집에 앉아서 초록 잔디가 나고 있는 정원만 바라보고 있어도 웃음이 살며시 나기도 한다. 그리고 지나다니던 고양이가 마당에 자리 잡고 햇빛 목욕 중인 것을 볼 때면 내가 있는 이곳이 얼마나 평화로운 곳인지 느끼게 된다.
제주의 첫겨울. 겨울의 주택살이는 얼마나 추웠는지, 남편이 말하길 생애 가장 추운 겨울이었다고 했다. 겨우내 얼마나 추웠는지 보일러를 열심히 가동했다. 그러나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등유가 떨어져서 자주 기름보일러를 체크하고 등유를 가득 채워놓곤 했고, 집안의 난로는 끄기가 어려웠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는 거실의 난로를 끄게 되었다. 앞으로의 어느 날엔 매일 켜고 자는 방안의 난로도 곧 끄고 잠들 수 있을 테고, 또 방안에 있던 난방 텐트도 곧 치울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겨울의 제주 여행은 정말 추웠다. 무엇보다 겨울에 놀러 왔던 손님들이 너무도 추워했다. 그래도 겨울의 제주는 온도는 서울보다 높았는데, 불어오는 바람이 얼마나 차고 셌는지, 이게 바닷바람이었나? 해도 안 뜨는 겨울의 어느 날은 마치 시베리아에 있는 느낌이었다. 당연히 여행 온 손님들도 따뜻한 제주 날씨를 기대했다가 실망을 하고는 돌아가곤 했다. 재밌는 것은 이 추위에 유채꽃이 가득 피었다는 것이었다.
특히 내가 느낀 가장 추웠던 날은 2월 초 성산일출봉에 갔던 날이었는데, 해가 떴음에도 불구하고 추웠다. 아이가 있어서 성산일출봉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것은 무리였다. 그래서 성산일출봉 아랫부분을 산책만 했는데 그 잠깐 사이에 불어오던 칼바람이 얼굴을 때리고 머리를 산발을 만들고... 다행히도 옷에 모자가 붙어있어, 모두가 하나 되어 털모자를 뒤집어썼다. 그럼에도 어서 둘러보고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자 라는 마음이 강했다. 그날 감기에 걸리지 않은 아이가 용했다. 성산일출봉 아래에는 해녀의 집이 있어서 더욱 바다 가까이 가볼 수 있는 곳이 있었는데, 그 와중에 아이는 그것을 발견했고 내려가고 싶어 했다. 그러나 마치 그 길은 낭떠러지같이 가팔라서 거센 바닷바람에 밀리기도 한다면 위험한 상황에 닥치겠다 싶어서 내려가 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얼마나 추웠는지 그곳까지 내려갈 체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아이는 많이 아쉬워했고 나 또한 미안했지만, 아주아주 더운 여름이 오면 다시 성산일출봉에 들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라면 바다 가까이 내려가면 시원하겠지...라는 상상을 했다.
성산일출봉 산책
이번 주, 운 좋게도 오랜만에 해가 떴을 때 손님이 도착했다. 화창한 봄 날씨에 제주에 여행 온 손님과의 여행은 달랐다. 손님이 도착하기 전날까지도 흐리고 추웠던 터라 "제주도는 추워요~ 제주도는 정말 추워요" 하면서 앓는 소리를 해놨는데, 그날은 화창하다 못해 점점 더워졌던지, 그날 우리는 아이스커피를 마셨다. 아직 3월도 되지 않은 이 시점에 내가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너무 행복해했다는 소리는 따뜻했다는 것이다. 아니 더웠다는 소리겠지.
이렇게 추운 2월 여행을 오신다는 손님을, 차마 오지 말라고 할 수가 없어서 '어서 오세요~' 하면서 맞이했는데 웬걸 이번 손님들은 날씨 운이 대박이다. 평소에는 일상만 즐기던 우리 가족도 손님이 오시면 같이 제주여행을 하곤 하는데, 얼마나 날씨가 좋았는지! 제주 여행하기 딱 좋은 날씨였다.
제주에서 오랜만에 만난 아이들은 실외활동을 마음껏 즐겼다. 그동안은 추워서 실내에서 실내로 다녔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놀이터에서도 신나게 뛰어놀 수 있었다. 특히 처음으로 제주에서 말도 탈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제주로 이사 와서는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아직 용기 내지 못했던 승마체험이었는데! 갑자기 따뜻해진 날씨에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말을 타본 아이는 굉장히 만족스러워했다. 그리고 어느덧 봄이 와서 잔디밭에서 마음껏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니 제주에서 살아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에 여행 오신 손님에게도, 이곳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날씨는 참 중요했다. 매일같이 이렇게 해가 뜰 수는 없겠지만 이제 봄이 왔으니 화창한 날씨를 자주 만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더 제주의 먼 곳으로 가볼 수 있을 것이고, 제주의 구석구석을 탐험해볼 수 있는 시기가 한발 앞으로 다가온 것을 느낀다. 앞으로의 제주는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