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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섭 Oct 09. 2023

축구공을 건네며

축구에 대해 누구보다 진심인 여러분께


사진 출처 : FIFA



 축구가 있어 즐겁다


 중학교 2학년부터 축구와 인연이 시작됐다. 축구와의 인연을 생각하면, 월드컵에 첫 출전한 크로아티아의 스트라이커가 개최국 프랑스의 골문에 골을 넣고 성호를 긋는 세레머니를 하는 장면이 늘 먼저 떠오른다. 듣보잡 국가의(순전히 내 입장에서) 듣보잡 스트라이커 다보르 슈케르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득점왕이 됐고, 나는 주발을 오른발에서 왼발로 바꿨다. 왼발이 다보르 슈케르의 창의성을 그대로 담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나는 오른발 잡이지만 축구할 때 왼발을 주발로 쓰고 중요한 일이 있을때 종종 성호도 긋는다.


 몸에 부여된 좌우의 우열을 뒤집고 무교 임에도 종교 의식을 따라한다. 나는 이것이 축구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축구를 보는 것, 팀에 감정을 이입하는 것, 선수를 자신과 동일 시 하는 것 등 그 모든 과정이 축구가 우리에게 주는 즐거움이다.





축구가 일이 되다


 축구선수 이름을 영어 단어나 수학 공식 보다 더 많이 외운 덕분에 학업은 상대적으로 등한시했지만 누구보다 즐겁게 살아왔다. 왼발을 쓰고 성호를 그으며 축구를 온 몸으로 받아들인 후부터, 27년 동안 꾸준히 시간과 돈을 투자했다. 축구공이 가진 매력에 매료된 후 부단히 쏟은 노력에 운이 더해져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경력을 시작할 수 있었다. 넓어진 세상에서 축구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축구가 가진 본질을 알리는 데 집중했던 시기였다.



축구를 팔려면,


성장에 목말랐던 4년차, 외국계 마케팅 회사로 갔다. 익숙했던 스포츠적 언어와 시각을 벗어던지고 다른 말과 관점으로 브랜드를 파는 방법을 배웠다. 기업과(B2B) 소비자를(B2C) 대상으로 브랜드가 가진 가치와 이야기를 마케팅하다 깨달았다. 이 경험을 가지고 축구 산업에서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겠구나.





축구를 팔지 않는다.  


 “축구전용구장을 만들 예정인데, 홍섭씨의 경험이 필요해."


 대구FC로부터 이 제안을 받았을 때, 내가 잘하는 것이 뭔지 다시 한 번 깊게 생각해봤다. 축구라는 상품을 서사라는 그릇에 담아 정갈하게 내놓는 일. 브랜딩이었다. 그리고 나와 우리 팀은 수 많은 시행착오 끝에 신제품 DGB대구은행파크(대팍)를 세상에 내놓았다. 2019년과 2020년, 감사하게도 우리는 전국적 관심을 받았다. 그 전국적 관심의 토대가 되는 모든 활동은 하나의 생각에서 비롯됐다.


 우리는 축구를 팔지 않는다.
대구라는 문화를 판다.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먼저 경험한 축구산업을 들려주려한다. 축구를 사랑한 사람이 축구 비즈니스를 기획하며 겪은 실패와 성공이 축구가 있어 즐거운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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