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앞두고 주요 금융지주 회장 인선이 막바지 국면에 접어들었다. 겉으로 보면 '안정 속 연속'의 흐름이다. 하지만 시장과 주주들이 바라보는 시선은 단순한 연임 여부가 아니라, 그 연임이 어떤 설명과 절차를 거쳐 성립됐는가에 맞춰지고 있다.
각 지주사들의 회추위는 현 회장 연임 배경으로 '지난 3년간 뚜렷한 흠결 없는 성과',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지속가능 경영', '충분한 내부·외부 후보 검증'을 들었다. 외부 후보도 다수 접촉했고, 사외이사들이 정보 비대칭 해소를 위해 간담회까지 진행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절차적으로는 큰 흠결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핵심은 여전히 공개되지 않았다. 외부 후보가 누구였는지, 어떤 기준에서 내부 후보와 비교됐는지, 왜 최종적으로 연임이 '최선'이었는지에 대한 판단 근거는 시장에 제시되지 않았다. "검증했다"는 설명만 있을 뿐, 무엇을 어떻게 검증했는지는 알 수 없는 구조다.
주주들이 묻는 것은 단순하다. '왜 이 후보들이었는가'. '무엇이 평가 기준이었는가'. '연임이 기업가치와 주주이익에 어떤 실질적 의미를 갖는가'. 이 질문들에 대한 구체적 설명 없이 "절차대로 했다", "문제없다"는 말만 반복되는 구조는 더 이상 시장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금융지주 회장 인선은 단순한 인사 문제가 아니다. 향후 수년간 그룹의 자본 배분, 리스크 관리, 주주환원 정책, 신사업 방향을 좌우하는 최고 의사결정자의 선임이다. AI, 디지털금융, 스테이블코인, 자본시장 기능 강화 등 금융산업의 구조적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시점에서, 회장 인선은 곧 기업가치의 방향 설정과 같다.
그럼에도 현재 인선 구조는 여전히 '결과 중심'에 머물러 있다. 이미 연임 쪽으로 무게가 실린 상황에서 외부 후보는 형식적으로 포함되고, 검증 과정은 내부 논의에 머문 채 최종 결과만 시장에 통보되는 모습이 반복된다. 이 과정에서 주주는 평가의 주체가 아니라 사후 통보의 대상에 머문다.
연임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3연임도 법적으로 가능하다. 성과와 전략의 연속성이 뒷받침된다면 연임은 합리적 선택일 수 있다. 다만 금융지주는 공공성과 시장성을 동시에 갖는 조직이라는 점에서 일반 기업과는 다르다. 각 지주사의 이사회와 회추위 또한 더 이상 내부 합의에 머무는 기구가 아니라, 주주와 시장 앞에서 선임의 이유를 설명해야 할 책임 주체다. 절차가 정당했다면 그 절차는 누구에게나 설명 가능해야 하고, 평가 기준이 객관적이었다면 그 기준 역시 공개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