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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기영 Nov 25. 2023

20. 소외에 대한 소회

일상에서 떠올린 단상

당연히 그러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현실로 다가오 섭섭하다.


직장을 떠나 마지막 날.

제법 서운해하던 직원들이 있었다. 그중 눈물까지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고. 물론 내가 떠나면 가슴이 탁 트이는 시원함을 느끼는 직원도 있었을 것이다. 나 같은 직장상사는 못 잊을 거라며 자주 보자는 직원들의 이야기는 고마웠으나, 그간의 경험에 의하면 헤어진 후에 다시 만난다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 아름다운 헤어짐의 현장에서 한마디 했다. 너무나 감사한 이야기이나, 인간사는 만나면 떠나는 것이 정해져 있고, 시간이 흐르면 같이한 경험들은 잊히며, 새로운 만남과의 관계에 집중하는 것이 극히 자연스럽다. 그러하니 나와의 경험은  하나의 추억으로 저장해 놓으시고, 앞으로도 각자의 직장과 가정생활에 충실하시고 행복한 삶을 누리시라.라고.


돌이켜보면, 나도 존경했던 직장상사, 좋아했던 직장선배들이 있었다. 계속 만나 안부를 물으며 좋은 관계를 이어가려는 생각이 있었고, 그 생각을 몇 번 실행하기도 하였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관계가 끊겼다.


헤어짐을 서운해하던 직원들에게 연락이 와 두 번의 저녁식사가 있었고, 그 후 연락두절이다. 두 번의 저녁식사마저 서로에게 불편했을 수도 있다. 생활하는 공간이 다르고, 살아가는 연배가 다르므로, 그로부터 파생되는 경험이 다르고 느끼는  희로애락이 달라 공감되는 부분이 무척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은 같은 처지에 있고 연배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것도 자주는 아니지만, 새롭게 겪게 되는 경험들과 감정이 비슷하므로 서로 마음이 편안하다.


길을 걷다, 부모님 연배의 노인들이 햇빛아래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는 모습을 발견하면, 같은 하늘아래 동일한 장소에 존재하며 불어오는 바람과 들이마시는 공기도 똑같지만, 그들만 외딴섬에 따로 모여있는 듯한 진한 분리감이 느껴진다. 자식들과 연락되지 않고 혼자서 죽어가는 고독사마저 빈번한 시대이니 실로 그들이 느끼는 소외감은 이제 조금씩 현실로 체감해 가는 나의 소외감과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나에게 있어 현재는 '새로운 제2의 삶'이라는 단어가 가슴에 울림을 주는 시기이고, 그에 대한 기대와 다짐도 샘솟는 시기이다. 하지만, 후로 세월이 흐르고 햇빛아래 옹기종기 모여있던 노인들의 연배가 되면 주변의 사람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외딴섬의 로빈슨 크루소처럼 나 홀로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소외감은 극대화되고, 어느 날 홀로 세상을 떠날  있다는 허망함에 휩싸 수을 것이다. 그러하니 어찌하랴. 끝까지 같이 할 아내의 손을 놓치지 말고 꼭 붙들고, 주변의 친구들에게 건강하게 오래 살라고 잔소리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 방법 아닐까.


차가운 겨울이 닥쳐오니 슬며시 가슴속을 채우는 소외감에 별 쓸데없는 상상과 넋두리 토해내는 내 모습이 그저 애처롭기만 하다.

출처: 네이버(The subway, George Too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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